사회초년생이 일터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는 대개 숙련도 부족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은 그보다 더 거대한 ‘마음의 무게’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제 몫을 해내고 싶다는 책임감,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 뜨거운 진심이 때로는 시야를 좁게 만들고, 멀쩡한 발을 헛디디게 하곤 한다.
놀라운 건, 이런 ‘신입 사원’ 같은 긴장감을 11년 차 베테랑 배우에게서 발견했다는 점이다. 2016년 영화 ‘아가씨’로 이름을 알린 김태리는 어느덧 직장으로 치면 능숙하게 업무를 해내는 ‘차장급’ 연륜을 갖췄다. 이미 정점에 선 배우라면 적당히 힘을 빼고 요령을 부릴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매 순간 첫 출근을 한 신입처럼 온 마음을 쏟아부으며 스스로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는다. 사진=tvN ‘방과후 태리쌤’ 방송 캡처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tvN ‘방과후 태리쌤’은 단순한 예능 이상의 울림을 준다. 김태리 본인조차 “드라마 한 편을 찍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를 만큼 현장은 치열하다. 비록 시청률은 1%대에 머물고 있지만, 숫자라는 지표가 결코 담아내지 못하는 대목이 있다. 바로 김태리만의 ‘진정성’이다.
전교생 18명뿐인 문경의 작은 초등학교. 이곳에서 방과 후 연극 수업을 맡게 된 김태리는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짊어진다. 단 10번의 수업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무대에 올려야 하는 중압감 때문일까. 그는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단 한 번도 홀가분하게 웃지 못한다. 때로는 보조교사로 온 후배 배우 최현욱과 수업 방향을 두고 팽팽한 이견을 보이기도 한다. 타협이 미덕인 예능의 문법 안에서도 그는 결코 ‘적당히’를 모른 채, 마치 내일이 없는 신입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그 진심이 가장 빛난 건 지난 3회였다. 원하는 배역을 받지 못해 서럽게 우는 10살 학생 앞에서 김태리는 함께 눈시울을 붉히며 속삭인다. “네가 뭐든지 다 잘하는 걸 알아서 그래” 학생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 마음이 납득될 때까지 곁을 지키는 모습은, 단순한 출연자를 넘어 진정한 ‘선생님’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었다. 사진=tvN ‘방과후 태리쌤’ 방송 캡처 우리는 안다. 김태리가 굳이 이렇게까지 애태우지 않아도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사회초년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들들 볶으며 선생님의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쩌면 대중이 김태리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완벽한 연기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연차가 쌓여도 결코 무뎌지지 않는 마음, 뭐든지 잘하고 싶은 그 서툰 진심이 ‘김태리’라는 장르에 푹 빠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