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 이찬혁, 이수현 남매 듀오 뮤지션 악뮤가 7일 네 번째 정규 앨범 ‘개화’를 들고 돌아온다. 악뮤가 선보이는 2년 만의 신보로, 정규 앨범으로는 ‘항해’ 이후 7년 만이다. 2013년 데뷔부터 무려 12년간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떠나 신규 레이블 ‘영감의 샘터’에서 선보이는 첫 앨범이라 관심을 모은다.
이번 앨범에는 선공개곡 ‘소문의 낙원’을 비롯해 ‘봄 색깔’, ‘벌레를 내고’,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햇빛 블레스 유’, ‘텐트’, ‘어린 부부’, ‘옳은 사람’, ‘우아한 아침 식사’, ‘난민들의 축제’, ‘얼룩’까지 11곡이 수록된다. 프로모션 과정에서 일부 베일을 벗은 곡들의 가사가 대부분 한글로 이뤄졌는데 영어 가사가 상당 지분을 차지하는 최근 K팝 트렌드에 역행하면서도 K팝의 본질을 파고드는 행보로 누리꾼의 호응이 이어졌다.
악뮤 트랙리스트. 이중 ‘소문의 낙원’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선공개됐다. 남매가 어린 시절을 보낸 몽골의 초원을 떠올리게 하는 광활하고도 따뜻한 풍경 안에서 각각의 개성 충만한 댄서들은 아기자기한 군무를 자유롭게 소화한다. 곡의 주체가 악뮤임을 떠올리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칼각 안무 아닌, 율동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법한 퍼포먼스를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모두의 얼굴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심신을 달래주는 듯한 가사와 나긋한 멜로디는 곡 제목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낙원 같이 포근한 감상을 전한다.
사진=악뮤 ‘소문의 낙원’ 뮤직비디오 캡처. YG에서도 고유의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본연의 음악 세계를 키워온 이들은 ‘200%’, ‘다이너소어’, ‘오랜 날 오랜 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얼음들’, ‘시간과 낙엽’, ‘러브 리’, ‘후라이의 꿈’ 등 다채로운 장르와 스펙트럼의 곡들로 큰 사랑을 받았다. 팀의 메인 프로듀서인 이찬혁이 독특한 발상과 재기발랄함, 서정과 서사가 유려하게 어우러진 곡들로 악뮤 음악의 토대를 쌓았다면, 이수현은 보석 같은 음색과 기교 만랩의 출중한 보컬로 악뮤 음악의 감성을 120% 살려냈다. 현실 남매 관계를 떠나 악뮤 내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악뮤. 노래를 통해 위로와 희망, 에너지를 전해온 이들이지만 내면의 아픔도 있었다. 이들은 앨범 발매에 앞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쿠팡플레이 ‘강호동네서점’ 등 예능에 출연해 악뮤로 지나온 시간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는데, 그 중에서도 이수현의 담담한 슬럼프 고백과 마음의 수렁에 빠진 동생의 극복을 위해 정성을 다한 오빠의 노력이 대중에 큰 울림을 줬다.
일례로 이번 앨범 수록곡 중 ‘햇빛 블레스 유’는 이찬혁이 힘든 시간을 보내던 이수현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오랜 시간 햇빛 없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히키코모리’ 같은 생활을 하던 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만든 곡으로, ‘유퀴즈’에서 이찬혁은 “저는 말의 힘을 믿기 때문에 말을 뱉으면서 그런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현이에게 이 노래를 발매 전부터 부르게 하는 이유도 ‘Open the door, 햇빛 bless you’라는 가사처럼 말의 힘이 입혀지기를 바랬기 때문”이라 밝히기도 했다.
사진=유퀴즈 캡처 또 이들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AKMU: THE PAST YEAR’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지난 시간의 기록을 인터뷰와 함께 더 솔직하게 꺼내 놨다. 한 배에서 태어나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인 남매가 악뮤로서 함께해 온 지난 여정은 여느 남매의 것과 비슷한 듯 특별했고, 특히 고난을 함께 이겨내는 과정은 이찬혁 그리고 이수현이기에 가능했는데, 그 과정의 결과물이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담긴다. 좌절과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직면하고, 건강하게 이겨낸 과정이 이들의 음악에 담긴 만큼 신보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다.
영상 말미, 이찬혁은 말한다. “저는 꽃이 핀다는 게 뭔지 체감을 하고 있어요. 왜 꽃다운 나이, 꽃다운 나이 하잖아요. 꽃이 핀다는 게 뭔지 느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얘기거든요. 대부분은 그걸 지나서 안다고 하잖아요. 근데 다행히 저는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꽃이 피는 시기구나.”
악뮤가 곧 ‘소문의 낙원’이다 그 스스로 꽃 피고 있음을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행하는 음악에선 또 얼마나 큰 행복이 전해질까. 국민남매, 음원강자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 인고의 과정에도 스러지지 않고 악뮤가 이 봄 다시 꽃을 피운다. 안 가봤는데도 알겠다. 악뮤가 곧 ‘소문의 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