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 못해 화난다.”
16년 전 손흥민(34·LAFC)을 떠올리게 한 선수가 있다. 올 시즌 K리그2(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 ‘슈퍼 조커’ 백가온(20)이다.
보인고 출신 백가온은 지난해 부산에 입성한 공격수다. 일찌감치 연령별 대표팀으로도 활약한 그는 묀헨글라트바흐(독일) 등 명문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입단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이후 K리그2 무대에 입성한 그는 데뷔 시즌 20경기 출전해 3골 3도움을 올렸다. 데뷔 득점이 터졌던 지난해 서울이랜드전에선 2골 2도움을 몰아쳐 프로 데뷔 1~4호 공격 포인트를 1경기에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새 시즌 활약은 더 돋보인다. 백가온은 13일 7라운드 종료 기준 7경기 출전해 4골을 넣었다. 7번(261분) 모두 교체 출전인데, 장기인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수비 뒷공간을 흔들며 득점까지 해내고 있다. 특히 슈팅 9개 중 8개를 유효타로 연결하는 정교함까지 돋보인다. 부산은 올 시즌 K리그2 단독 1위(6승1무·승점 19)를 질주 중이다.
백가온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특별히 무언가 달라졌다기보단, 데뷔 시즌을 통해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덤덤히 밝혔다.
교체 선수들은 대개 경기 흐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젊은 선수들은 짧은 시간이라는 조급함에 쫓기기도 한다. 하지만 백가온은 “최대한 침착하게 하려고 준비한다. 부산에 내게 원하는 역할이 있고, 그에 맞춰 모든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무리 시간이 짧아도, 경기 중엔 1번의 기회라도 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넣으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백가온은 지난달 14일 서울E(3-2 승리)전 추가시간 결승 골을 시작으로 22일 대구FC(3-1 승리)전 추가 골, 29일 충북청주(2-0 승리)전 결승 골까지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경남FC전서는 득점에 실패했지만, 11일 용인FC(2-0 승리)전서 쐐기 골을 넣었다. 시즌 목표인 두 자릿수 득점까지 성큼성큼 나아간다.
하지만 백가온은 충북청주전을 떠올리며 “나에게 화가 났다”고 떠올렸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당시 활약상에 만족하지 못했다. 내게 2번은 더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놓쳤다. 팀이 승리했다는 사실은 좋았지만, 스스로에겐 화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함부르크(독일) 유망주 시절 손흥민이 멀티 골을 넣고도 해트트릭에 실패해 화가 났다던 발언과 유사했다.
백가온이 이토록 승리와 득점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연 승격을 위해서다. “부산의 원래 위치는 K리그1(1부리그)”라고 강조한 그는 “부산은 매 경기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 부산의 가장 마지막 K리그1 경기는 지난 2020년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부산은 올 시즌 리그 최다 득점(16골)이라는 공격력을 앞세워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 중이다. 개막 후 단 한 차례도 득점에 실패한 적이 없다. 이미 승격 경쟁 팀인 서울E, 대구를 한차례씩 제압한 것도 고무적이다.
중요한 대진은 곧바로 이어진다. 부산은 오는 18일 수원FC와 홈경기를 벌이고, 25일에는 수원 삼성과 원정경기를 벌인다.
백가온은 “4월 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선수단도 잘 인지하고 있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한편 백가온은 지난 2월 구단을 통해 같은 이름을 가진 최가온(세화여고)에게 축하 메시지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당시 최가온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기간 한국 스키 종목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기자가 당시 영상에 대해 묻자, 백가온은 “사실 당시 최가온 선수를 잘 몰랐다. 우연히 구단과 함께 그런 영상을 찍었는데, 최가온 선수가 봤을진 모르겠다. 나도 그만큼 대단한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라고 멋쩍게 웃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