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극장가에서 시작된 ‘공포’의 열기가 안방으로 옮겨붙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가 영화 ‘살목지’의 기세를 이어 ‘뉴 에이지 호러’의 진수를 증명하고 있다.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앱의 저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 받은 고등학생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4일 베일을 벗은 드라마는 청소년 관람불가란 제약에도 불구하고, 공개 사흘째 글로벌 TV쇼 3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등극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기리고’는 공개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던 기대작이 아니었다. 작품 자체의 낮은 인지도는 물론, 신예 중심의 배우 라인업으로 화제성이 미미했다. 초반 글로벌 10위권 진입과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정상 등극 실패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공개 후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입소문의 핵심 요인은 파격적인 수위와 장르적 선명성이었다. ‘기리고’는 넷플릭스의 첫 번째 ‘19금 영 어덜트 호러’로, 기존 하이틴물과 달리 수위 조절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과감한 성인 등급 설정 아래 구현된 강렬한 연출은 공포 마니아들을 매료했고, SNS 등을 통해 후기가 빠르게 확산되며 성인 시청자까지 유입시켰다.
‘기리고’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
아날로그적 저주와 디지털 기기, 비과학과 현실의 이질적인 결합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연출을 맡은 박윤서 감독은 한국의 무속 신앙에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과 앱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엮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특히 일상에 밀착된 디지털 환경을 침습하는 기괴한 오컬트 정서는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 과정에서도 하이틴 장르 특유의 감수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 드라마는 10대들의 우정과 사랑, 질투와 불안 등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저주라는 장르적 소재와 치밀하게 연결했다. 이처럼 호러 문법으로 풀어낸 ‘10대의 감성’이 또래 시청자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즌2 제작을 기다리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8부작으로 마무리된 ‘기리고’는 여운을 남긴 결말로 세계관 확장을 암시했다. 쿠키영상에서는 스마트폰이 다른 인물에게 넘어가며 저주가 반복될 가능성을 드러냈고, 도혜령(김시아) 사망 이후 사라진 임나리(강미나)의 행방 등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이야기도 존재한다.
박윤서 감독 역시 시리즈 확장 여지를 남겨뒀다. 박 감독은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 장기 시리즈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한국 공포 영화의 대표적 신인 등용문이었던 영화 ‘여고괴담’처럼 매 시즌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일지, 혹은 현재의 서사를 쭉 이어갈지는 여전히 고민 중인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