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임종언. 사진=700 크리에이터스임종언이 지난 2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를 맞이해 일간스포츠는 가정의 달 특집을 마련했다.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금메달을 따낸 임종언의 어머니 박상희 씨가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이를 정리했다.
종언이에게. 빙상장이 가까웠다는 이유로 인라인스케이트에서 스케이트화를 신게 됐던 네가 어느덧 올림픽까지 마치고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워.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시합까지 나가 빙판을 가르는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단다.
네가 중학생 때 시합 중 정강이를 크게 다쳤을 때 정말 걱정이 많았어. 그저 빨리 낫겠다는 바람만 있었는데, 1년 가까이 재활 뒤 다시 함께 자연스럽게 빙상장을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 네 발걸음을 내가 말렸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트라우마 없이 다음 대회에 나선 네가 너무 대견해.
부상 후 동계 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기억나니? 지금 돌아보면 그 대회 때 ‘종언이에게 쇼트트랙은 숙명이구나’라고 생각했단다. 네가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동시에 부상 후유증으로 훈련하는 기간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오른단다. 앞으로도 그런 순간을 많이 마주하겠지?
하지만 엄마가 해줄 말은 지금도 같아. 부상 때문에 재활하더라도, 네가 엄마 보고 기다리라고 하면, 나는 10년도 기다릴 수 있단다.
엄마는 네가 의기소침하고 울기만 하는 모습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었어. 당시 중학생이던 네게 제대로 전달됐을진 모르겠지만, 주위 훌륭한 선생님과 선배 덕분에 이겨낸 모습이 정말 기뻐.
중학교 2학년 시절 오른 종아리 부상을 입었던 임종언. 사진=700 크리에이터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체 1위를 한 날, 차에서 서로 믿기지 않는다고 대화한 장면이 떠올라. 친형제처럼 지내던 김태성 선수와 함께할 수 있어 기뻐하기도 했지. 훌륭한 선배들과 네가 국가대표 선수촌에 들어가게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단다.
물론 그때부터 엄마는 겁이 많이 났어.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네가 짊어져야 할 태극마크의 무게감, 책임감 때문이야. 사실 긴장은 정말 많이 됐지만, 종언이 네가 겁을 먹을까 봐 표현하진 못했어.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잘 따라가길 바랐던 기억이 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전까지 책임감에 짓눌린 아들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단다. 스스로도 굉장히 혼란스러웠을 텐데, 올림픽 은메달(남자 5000m 계주)과 동메달(남자 1000m)이라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좋은 결과를 내서 대견스러워.
엄마는 사실 그때 시간이 멈추길 바랐단다. 그때의 벅찬 감정과 감동 때문이야. 정말 훌륭한 선배들이 활약 중인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까.
이제 스무 살이 돼 대학 생활 중인 종언아, 네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길 바라. 그 나이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이 다 소중한 시간이란다. 그간 열심히 달려왔으니까, 쉬는 게 즐거운 법이란다.
임종언이 지난 2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준결승 중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엄마는 운동선수라면 동기 부여나 목표를 잡고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종언이 네가 시합 중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그 목표를 이루면 되니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그다음 대회에서 정상의 꿈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올림픽 메달을 땄으니, 그 위의 목표와 꿈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을 거 같아.
반짝반짝 젊은 나이의 네가, 실컷 놀고, 다시 운동했으면 좋겠어.
종언아, 운동선수는 항상 승리만 할 순 없단다. 훌륭한 선배들을 따라 조금씩 노련해졌으면 좋겠어. 절망하고, 분노할 수도 있지만, 조금씩 의연하게, 세련하게, 노련해지길 바라. 마음이 커지는 선수가 되길 응원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