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주는 지난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선발 전환 후 불과 두 경기 만에 '국내 1선발'로 통하는 안우진과의 맞대결에서 사실상 승리한 것이다.
14일 서울 고 키움전에서 역투하는 한화 정우주. 연합뉴스14일 서울 고 키움전에서 역투하는 한화 정우주. 연합뉴스 정우주는 이날 최고 시속 155㎞의 강속구를 뿜어냈다. 특히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하이존을 공략하는 패스트볼이 일품이었다. 가슴 높이로 파고드는 공에 키움 타자들은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배트를 내지 않아도 ABS존 상단을 스치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공이 많았다.
정우주는 이날 선발 4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몸 맞는 공 1개씩을 허용하고 탈삼진 4개를 곁들여 1실점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해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으나, 한화의 10-1 완승의 일등공신이었다.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정우주는 2025년 51경기(49경기가 불펜 등판)에 나서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85을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시즌 막판엔 김경문 한화 감독이 "미래의 선발감"이라며 그를 선발 투수로 테스트하기도 했다.
정우주는 지난해 11월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 평가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고 삼진 4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리고 올 시즌 다시 불펜으로 출발했지만, 한화 선발진이 무너진 5월 다시 보직을 변경했다. 선발로는 충분히 준비됐다고 보기 어려웠기에 적잖은 우려가 따랐다.
정우주는 올해 첫 선발 등판이었던 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4개를 내주고 1피안타 2실점했다. 직전까지 꽤 많은 공을 불펜에서 던진 데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로 긴 이닝을 끌고 가기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6일) 후 마운드에 오르자 그의 강력한 구위가 더 빛났다. 이날 정우주는 73개를 던지면서 직구 비중이 82%(60개)에 달했다. 평균 시속 149㎞였지만, 고비 때는 더 빠른 공을 던졌다. 특히 하이존 공략이 일품이었다.
정우주는 이날 1-0으로 앞선 4회 2사 1루에서 트렌턴 브룩스에게 바가지 안타를 맞아 유일한 실점을 했다. 상대한 타선이 다르긴 했지만, 이날 5이닝 동안 7탈삼진 3실점한 안우진에게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만한 피칭이었다. 강속구 대결을 보러 스피드건을 들고 고척돔을 찾은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들에게 충분한 인상을 줬을 것이다.
최고 158㎞의 강속구를 던졌으나, 패전 투수가 된 키움 안우진. 연합뉴스
단조롭지만, 강력한 구위. 불펜 투수처럼 직구 비중이 높은 선발. 14일 정우주의 피칭은 그의 가능성을 다시 어필하는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