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빅뱅, 베이비몬스터 그리고 트레저. 올해 YG엔터테인먼트에서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프로젝트의 주인공들이다. 블랙핑크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2년 만에 완전체 앨범으로 컴백했고, 빅뱅은 데뷔 20주년을 맞아 월드투어 등 팬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준비 중이다. 베이비몬스터는 새 앨범 ‘춤’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입증했고, 트레저는 오는 6월 ‘뉴 웨이브’를 예고했다.
이처럼 세대를 넘나들며 K팝 신의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의 공통분모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오는 20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이들 모두는 K팝에 뿌리내린 ‘YG DNA’를 입증하는 YG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다. 과연 음악은, 세대 간 분절 아닌 계승의 역사다.
YG는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음악 프로듀서의 길을 택한 양현석이 1996년 ‘현기획’을 설립하고 킵식스를 데뷔시킨 데서 시작됐다. 이후 1997년 지누션, 1998년 원타임 등 YG 스타일의 힙합을 입은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해 가요계를 호령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빅마마, 렉시, 거미, 세븐 등 YG 아티스트들이 힙합, R&B 소울 대표주자로 활약했다.
국경 넘어 사랑 받는 K팝의 시대를 맞아 YG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2006 빅뱅 그리고 2009년 2NE1 등 YG의 정체성을 입은 아이돌 그룹을 K팝의 대표작으로 성공시키며 자사와 업계의 선순환을 이끌었고 이후에도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트레저, 베이비몬스터 등 K팝을 대표하는 글로벌 그룹을 꾸준히 탄생시켰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긴 시간 뚝심으로 뿌리를 다져온 YG의 우직한 행보가 이들을 존재하게 한 힘이었는데, 여기에는 ‘양군’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의 철학이 주효했다.
다수의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YG만의 독보적 색채의 뿌리를 블랙뮤직에 대한 양현석의 애정과 관심에서 찾았다. 특히 초창기 엠보트를 흡수하며 휘성, 거미, 빅마마 등 알앤비 힙합 장르의 가수들이 K팝 산업의 일부로 격상하게 하는 등 블랙뮤직을 대중가요화 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양현석이 추구해 온 힙합에 대한 애정은, 자신은 속해있지 않지만 그 스스로가 닮고 싶었던 이상향을 계속 좇아온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 보니 그 음악적 성향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며 겸손한 자세를 이어갈 수 있었고, 주류 힙합의 변화를 계속 따라가면서 그걸 구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을 끊임없이 발굴해낸 것으로 보인다. 힙합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려 하기보다는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세계 주류 팝 시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 IP를 꾸준히 만들어냈다”고 빅뱅, 2NE1, 블랙핑크의 탄생 및 성과를 짚었다.
스스로가 아티스트 출신인 양현석은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리더십으로 이들의 성장을 도왔는데, 이는 각자가 자체 프로듀싱 가능한 주체로 오롯이 서게 한 배경이 됐다. 그는 또 걸크러시 등의 용어를 최초로 선보이며 아티스트들의 장르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전략가이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한 기획사의 수장으로서, 그러면서 그 스스로도 기획자나 아티스트로서 경계에 잘 서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비몬스터.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헌식 대중음악 평론가는 “YG는 일관되게 철저히 아티스트 중심주의 기획사라는 데서 타 기획사와 차별화된다. 자유로운 창작을 독려해 천편일률적인 K팝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프로듀싱 결과물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이같은 양현석의 스타일과 뚝심은 YG 색채를 공고히 한 결정적 장점이었지만, 1인 리더 체제의 의사결정 구조는 상대적으로 YG 아티스트들의 활발한 음악 활동을 저해한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좋은 가수들을 많이 발굴, 개발하고 제작한 점은 높이 사지만 소속 가수들이 많아지는 가운데서도 1인 리더 체제를 고수함으로써 그들의 앨범 개수 등 물리적 측면에서의 성장을 막은 점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YG는 K팝이 확장일로에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K팝 정신을 말해준다”면서도 “한국적 K컬처에 대해 심화되기를 바라고, 대중화 전략 차원에서는 다양화되기를 바란다. 또 소통과 개방성을 통해 안으로 구심력이 더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향후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