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외국인 4번 타자 샘 힐리어드(32)가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이강철 KT 감독은 여전히 그의 타격에 기대를 걸고 있다.
5월 28일 두산전에서 홈런을 때린 힐리어드를 보며 놀란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힐리어드는 지난 16일 두산 베어스와의 서울 잠실 원정경기에서 3회 초 두산 선발 최승용으로부터 결정적인 투런포를 터뜨렸다. 몸쪽 꽉 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잠실구장 우측 관중석 상단으로 떨어지는 대형 아치(비거리 126.6m)를 그려냈다. 시즌 14호 홈런. 팽이처럼 몸통을 홱 돌린 힐리어드가 만들어낸 타구 속도는 시속 171.1㎞에 이르렀다.
이날 힐리어드의 홈런은 5월 28일 두산전 이후 15경기 만에 터진 대포였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그는 홈런왕 경쟁 중인 김도영(KIA 타이거즈) 오스틴 딘(LG 트윈스)을 바짝 추격했다. 이제 이들과의 격차는 6개로 벌어졌지만, 14호 홈런은 그의 파괴력을 다시 입증하는 한 방이었다.
장신(1m96㎝)의 힐리어드는 호리호리한 체형이다. 프로필 몸무게는 107㎏. 큰 키를 감안해도 파워히터로 보기 어려운 유형이다. 유니폼 안에 보이지 않는 근육을 숨기고 있는 걸까?
괴물 같은 파워를 보여준 힐리어드의 홈런은 17일에도 화제였다. 취재진은 그 비결을 물었다. 이강철 감독은 "유니폼을 벗어도 힐리어드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체격이지만, 안현민처럼 근육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힐리어드 장타력의 비결은 뛰어난 속근(Fast Twitch)에 있다. 이강철 감독은 "힐리어드는 힘이 아니라 스피드로 장타를 친다. 스피드를 만드는 근육이 뛰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배트 스피드와 주력 등도 이와 관련이 있다.
힐리어드는 전형적인 거포 체형 아니다. 그래도 5월까지 홈런은 꾸준히 터뜨렸다. 오히려 콘택트에 기복이 있었다. 4월 중순에는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 타자 교체 가능성이 솔솔 나왔을 때 이강철 감독은 "힐리어드의 타구 스피드가 뛰어나다. 선구안도 좋다. 장점이 있는 타자이니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키 1m96㎝의 힐리어드는 ABS에서 다른 타자들보다 긴 스트라이크존을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5월 월간 타율 0.350을 기록한 힐리어드는 KT 타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6월 들어 슬럼프에 빠졌다.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자동볼판정시스템(ABS)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가 큰 만큼 스트라이크존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길기 때문이다. 장점인 선구안이 흔들리며 타격 부진이 이어지자 힐리어드는 이강철 감독에게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이강철 감독은 "ABS에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내 존에 들어오는 공만 치면 된다. 조급해 할 필요도,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며 "현재 팀 타선이 괜찮으니 (안타가 아니라도) 연결만 되면 된다"고 힐리어드를 다독였다. 그는 17일 두산전에서는 4타수 4안타를 때리며 시즌 타율을 0.282로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