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팬들의 '자체 모순'이 논란이다. 경기장은 청소하면서 정작 역사 의식은 제대로 청소하지 않고 있다.
세계가 칭찬한 시민의식과 반복되는 욱일기 논란. 일본 응원단의 '모순'이다.
일본 축구대표팀이 지난 21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튀니지를 4-0으로 완파했다. 이는 월드컵에 진출한 역대 아시아팀 중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특히 이번 경기는 1930 우루과이 월드컵 개막전 이후 월드컵 역사상 통산 1000번째 매치로 기록되어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대승과 대기록이 펼쳐진 경기였으나 일본 응원단이 관중석에서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펼쳐 들면서 거센 논란이 불거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경덕 교수는 "욱일기를 월드컵 응원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특히 아시아 축구 팬들에게는 과거 일제가 저지른 전쟁의 공포와 상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월드컵 3차 예선전이 시작되기 전에 FIFA 측에 이번 욱일기 응원 사례를 공식 고발하고, 향후 경기장 내 반입 금지 및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언론도 한국 측의 반응을 조명했다. 일본 매체 '풋볼 채널'은 "한국 언론이 관중석에서 욱일기로 보이는 깃발이 확인됐다며 일본 팬들의 행동을 비판했다"라며 "일본 대표팀은 튀니지전 대승으로 경기장 안에서는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승리와 별개로 관중석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문제 행동에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는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일본 응원단이기에 이번 행보는 더욱 실망스럽다. 경기 후 일본 팬들은 응원에 사용했던 파란색 비닐봉지를 펼쳐 주변 관중석의 쓰레기를 수거했고, 이러한 모습은 외신들의 관심을 받았다. '경기장 청소'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이어져 온 일본 응원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AP통신은 이를 일본의 교육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인들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실과 체육관을 스스로 청소하도록 사회화 교육을 받기 때문이라며, 나카노 고이치 조치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서 경기장을 청소하는 일본 팬들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운 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이른바 '메이와쿠(迷惑·남에게 끼치는 폐) 정신'.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공동체를 위한 배려다. 그러나 선진 시민의식은 역사 앞에서는 완전히 실종됐다. 과거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욱일기를 거리낌없이 흔드는 행위 역시 다른 이들에게는 또 다른 '민폐'가 될 수 있다.
김수민 기자 bysumi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