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8)가 딜레마에 빠졌다. 앞으로 스위치 히터로 계속 타석에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3일 두산전에서 7회 동점포를 터뜨린 페라자. 한화 제공23일 두산전에서 7회 동점포를 터뜨린 페라자. 한화 제공 페라자는 최근 무릎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지난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가 대타로 기용되기도 했다. 잘 뛰다가도 무릎 통증을 느끼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 해법을 내놨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페라자가 우타석에서 칠 때 무릎이 통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좌투수가 나와도 좌타석에 들어가겠다고 한다”며 “(스위치 히터에게) 감독이 이 타석, 혹은 저 타석에서 치라고 할 순 없다. 대신 (부상 부위가) 좋지 않으면 교체할 테니 바로 말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스위치 히터는 우투수를 좌타석에서, 좌투수를 우타석에서 상대하는 타자를 말한다. 투수와 반대 방향에 서기에 공을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왼손잡이가 오른손을 우세손(기능적으로 더 능숙한 손)만큼 자유자재로 사용하려면 뛰어난 감각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KBO리그에서 스위치 히터는 페라자,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김주원(NC)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문제는 페라자는 스위치 히터인데도 좌우 타석 성적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지난주까지 그의 우투수 상대 시즌 타율은 0.358(193타수 69안타)에 이르렀다. 반면 좌투수를 만나면 타율 0.210(62타수 13안타)에 그쳤다.
장타력 차이는 훨씬 크다. 지난 22일까지 우투수 상대 14홈런을 때린 페라자는 좌투수로부터는 1개만 쳐냈다. 표본 크기를 고려해도, 기록이 크게 차이 난다. 심지어 좌투수에게 약한 좌타자의 평균적인 성적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페라자가 굳이 우타석에 설 필요가 있나 싶다. 그의 타격 수준을 보면, 좌타석에 들어서도 우투수 상대 타율 2할 이상은 충분히 될 것 같았다.
페라자는 23일 두산의 좌완 선발 타카다 타쿠토를 상대로 2타수 무안타(1볼넷)에 그쳤다. 안타를 못 쳤을 뿐 아니라, 타격 자체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이 경기를 중계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좌투수를 좌타석에서 상대하기) 어색한 것 같다. 놓쳐서는 안 될 공을 몇 개 놓쳤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두산 투수가 바뀌자 페라자는 같은 타석에서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1-2이던 7회 말 우완 파이어볼러 김택연으로부터 우측 파울폴을 강타하는 동점포를 터뜨린 것이다. 좌타석에서 터뜨린 15번째 홈런이자 시즌 16호 대포였다. 타구가 장쾌했고, 특유의 ‘빠던(배트 플립)’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페라자는 2-2이던 9회 말 1사에서 두산의 우완 마무리 이영하로부터 좌측 2루타를 터뜨렸다. 결국 노시환의 끝내기 안타로 그는 결승 득점을 올렸다.
좌투수를 상대로는 2할 타율에 그치는 페라자. 한화 제공 우완 투수에게 페라자는 KBO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괴물 타자다. 반면 좌투수에게는 좌우 어느 타석에 들어서더라도 평균 이하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무릎 통증까지 악화한 상황에서 페라자는 다음 경기에서 좌완 선발을 만나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의 ‘좌우 편차’가 23일 더 극단적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