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 차 투수 김태형(20·KIA 타이거즈)에게 지난 3월 20일은 전환점이 된 날이다. 당시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2이닝 동안 6피안타 6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답답함을 느낀 건 '구종'이었다. 해답을 찾고 싶었던 김태형은 경기 직후 훈련을 하던 중 외국인 투수이자 팀 동료인 아담 올러에게 슬라이더 던지는 방법을 물었다. 슬러브와 스위퍼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KBO리그 대표 '슬라이더 마스터'인 올러는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김태형은 "어떻게 던지는지 물어봤다. 배운 뒤 계속 연습했는데 금방 익숙해졌고, 시즌 첫 등판부터 실전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잠시 감이 떨어진 시기도 있었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잘 맞는 구종이 된 것 같다.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프로 2년 차로 조금씩 1군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김태형. KIA 제공
김태형이 새롭게 장착한 구종은 횡 슬라이더 계열의 스위퍼다. 효과는 기대 이상. 그는 "각이 크고 (다른 구종과 비교해) 구속 차이도 있다 보니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좋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수싸움의 폭이 넓어진 점이다. 투수 출신인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태형은 직구의 평균 구속이 빠르며 위력 또한 좋은 편이다. 다른 구종으로 (유리한) 카운트만 잡아도 훨씬 효과적인 승부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공한 투구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김태형의 구종은 지난해 4가지에서 올해 5가지로 늘었다. 포크볼 대신 체인지업을 장착하고 스위퍼까지 더하면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의 위력도 한층 배가됐다.
김태형은 202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된 대형 유망주다. 불과 2주 남짓 연습한 새로운 구종을 곧바로 실전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그의 뛰어난 습득 능력을 엿볼 수 있다. 김태형은 "손에 잘 맞아서 금방 습득이 된 거 같다. 하지만 외국인이랑 비교하면 다르더라. 아직 올러만큼은 안 되지만 구종 하나를 추가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실제 성과도 이어졌다. 김태형은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프로 데뷔 후 가장 긴 7이닝을 소화하며 단 1실점으로 호투했다. 전체 투구 수(94개) 대비 스위퍼 비율은 21.1%(20개)였다.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개인 최다 7이닝을 소화한 김태형. KIA 제
시즌 성적은 14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86이다. 김태형은 "시즌 초반에는 그냥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그런데 계속 맞다 보니 심호흡하면서 침착하게 하는 승부하는 법도 배우게 되더라"며 "이제는 좀 더 재미있기도 하다.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던지는 게 큰 거 같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개막 5선발에서 불펜 강등, 다시 선발로 기회를 잡은 그는 "시즌 초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데 기회를 계속 주셔서 감사하다.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마운드에서 여유도 생기고, 타자와 승부하는 법도 알게 됐다"며 "시즌 초반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