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 앤디 그린 감독 대행과 코치진. AP=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더그아웃까지 번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메츠가 경기 중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전략을 수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 메츠 불펜 투수 애덤 오타비노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구단주 스티브 코언이 거액을 투자해 AI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메츠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투수들의 구종 선택과 여러 전략적 판단에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앤디 그린 메츠 감독 대행은 19일(한국시간) "MLB 규정을 완벽하게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단 메츠만의 일이 아니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 중 약 3분의 1이 경기 중에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MLB 사무국은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후반기부터 더그아웃 내 태블릿 PC를 통한 AI 프로그램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생성형 AI가 구종 선택이나 선수 교체 시점 등 경기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막고, 최종 판단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는 취지다.
MLB가 경기 중 전자기기를 둘러싸고 규제를 강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시즌 후반기 태블릿 PC를 시범 도입한 뒤 2016년부터는 애플과 계약을 맺고 정식 운영하면서 선수들이 경기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19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당시 휴스턴은 실시간 영상과 전자기기를 활용해 상대 포수의 사인을 조직적으로 해독했고, 사건 이후 MLB는 경기 중 전자기기 사용을 대폭 제한했다. 이에 따라 2020시즌에는 더그아웃에서 태블릿 PC가 완전히 사라졌으나, 기술 활용의 순기능을 고려한 MLB는 2021시즌부터 규제를 일부 완화해 태블릿 사용을 다시 허용했다. 이번에는 생성형 AI가 실시간 전략 수립에 활용되는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리그는 다시 한번 빗장을 걸어 잠구게 된 것이다.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태블릿PC로 영상 체크하는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더그아웃 AI 감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자기기 활용에 여지를 두고 사후 통제에 나선 MLB와 달리, KBO는 애초에 강력한 차단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 리그 규정 제26조(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에 따르면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 코치, 선수, 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다만 육성 무대인 퓨처스리그(2군)에서만 선수단의 기량 향상 및 교육을 목적으로 투구 및 타격 세부 데이터를 확인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노트북 및 태블릿 PC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KBO 리그 더그아웃에서 유일하게 허용되는 태블릿 PC는 KBO 사무국이 공식 지급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확인용 태블릿'뿐이다. 이 기기 역시 오직 로봇 심판의 판정 결과와 투구 궤적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일 프로그램만 구동될 뿐이다. 구단이 자체 개발한 전력 분석 데이터나 AI 프로그램을 임의로 설치하거나 연동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규정상으로나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