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이닝 넘게 소화하며 수비율 98.1%, 실책 4개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여준 권혁빈.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는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한 뒤 오랜 시간 그의 후계자를 찾았다. 특히 2023년부터 내야 유망주들을 다수 영입했고, 신인 시절부터 1군 선발 출전 기회를 자주 부여했다. 그렇게 이재상·여동욱·어준서·전태현 등이 기회를 얻었다.
키움 주전 유격수 계보는 화려하다. 음주 운전으로 불명예 은퇴했지만 역대 최초 유격수 40홈런(2014년)를 해낸 강정호가 있었고, 그가 MLB에 진출한 뒤 빈자리를 김하성이 완벽하게 메웠다. 그도 2020시즌 30홈런을 치며 '거포' 유격수로 올라선 뒤 미국 무대를 향했다. 김하성의 뒤를 이은 김휘집은 2024년 트레이드 카드로 쓰여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적 뒤 2년(2024~2025) 연속 15홈런 이상 기록하며 '공격형 내야수'로 인정받았다.
유독 타격 능력이 돋보이는 유격수가 많았던 키움. 2026시즌 현재 이 자리는 '수비형' 권혁빈(20)이 맡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키움에서 가장 많은 유격수 수비 이닝을 기록한 어준서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콜업됐고, 5월 이후 꾸준히 선발 출전했다.
수비력이 돋보인다. 어느덧 수비 기록이 500이닝을 넘어섰는데, 수비율 98.1%를 기록했다. 300이닝 이상 리그 유격수 중 가장 높다. 실책은 4개뿐이다. 이 기록도 3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가장 적었다.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에 키움 지명을 받은 권혁빈은 입단 첫 시즌에는 '동기' 염승원·어준서·여동욱·전태현·양현종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유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인 수비가 뛰어났고, 설종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5시즌 후반기부터 꾸준히 출전했다.
문찬종 키움 히어로즈 내야 수비코치는 "권혁빈은 화려하다기보다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하는 선수다. 내야수는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땅볼을 실수 없이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권혁빈은 평범한 타구를 실수 없이 처리해 주는 선수다. 그런 안정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코치는 "어깨도 좋고 타구 판단 능력과 움직임도 좋다. 특히 송구 정확도가 뛰어나다. 아직 상황에 따른 플레이는 더 발전해야 하지만, 경험을 통해 좋아질 부분이다. 그 점이 보완되면 더 좋은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극찬했다. 권혁빈은 대구고 시절 차민규 코치와 기본기 훈련을 많이한 게 프로 데뷔 뒤 임한 실전에서도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일 만큼 도움이 됐다고 했다.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정점을 찍었던 김재호(은퇴), 현재 한화 이글스 주전 심우준는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출전 기회를 늘린 뒤 공격력까지 끌어올린 유격수들이다. 센터라인 수비력이 강팀을 가늠하는 척도일 만큼 유격수는 수비력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권혁빈도 타석 수가 늘어나며 공격 기여도도 높아졌다. 시즌 타율은 0.218에 불과하지만, 후반기 16경기에서는 0.354를 마크했다.
그동안 '공격형'으로 유격수 계보를 채웠던 키움이 올 시즌은 수비력이 좋은 '정석형'을 주전으로 세웠다. 타격 능력이 좋은 어준서도 여전히 유격수 옵션이기에 단정하기 어렵지만, 올 시즌 보여준 퍼포먼스를 감안해 '김하성의 후계자' 경쟁 위너를 판단한다면, 단연 권혁빈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