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 김신영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전유성 선생님은 법에 어긋나지 않고 웃기기만 하면 돼.”(신봉선)
세상을 떠나도 그 ‘웃음’ 철학은 영원하다. 고(故) 전유성의 코미디 정신은 이렇게 ‘전유성 없이’도 ‘쇼’로 전승된다.
22일 오후 부산광역시 부산은행 본점 오션홀에서는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공연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이하 ‘전유성 쇼’)가 열렸다.
‘전유성 쇼’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전유성의 코미디 정신을 이어받은 후배들이 기획한 공연으로, 코미디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그를 향한 존경의 의미를 담았다.
전유성이 생전 각별하게 아꼈던 이홍렬부터, 전유성의 제자 김신영과 신봉선, 전유성의 극단에서 가르침을 받은 개그팀 졸탄(이재형, 한현민, 정진욱)이 뜻을 모았다. 고인이 이홍렬과 만났던 1975년부터 김신영, 신봉선이 빛을 보기 시작한 2000년대, 졸탄이 결성된 2010년대까지. 전유성은 그야말로 국내 코미디 발전사에 우뚝 서 있던 거목이었다.
‘전유성 쇼’는 그가 아울러 온 세대를 다채로운 스타일의 코미디로 추억했다. 이홍렬의 ‘바람잡이’를 시작으로, 졸탄은 관객 참여형으로 마임과 마술을 활용해 웃겼고, 신봉선의 ‘차여사’ 꽁트와 김신영의 부캐릭터 ‘둘째이모 김다비’까지 저마다 필살기를 꺼냈다. 전유성이 추구한 ‘남다른 발상’이 각 무대에서 번뜩였다. 전유성의 사위 김장섭 씨도 마술 무대를 선보일 정도였다. 개그팀 졸탄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고 전유성 사위 김장섭 씨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특히 신봉선은 주어진 시간의 두 배를 써 40분 간 그야말로 ‘칼춤’을 췄다. 이날 관객으로 객석을 찾은 ‘부코페’ 집행위원장 김준호와 조직위원회 이사 김대희를 무대 위로 깜짝 소환한 것이다. 예정에 없던 ‘꼰대희’ 분장을 한 김대희는 신봉선과 추억의 ‘개그콘서트’ 코너 ‘대화가 필요해’를 선보였다. “전유성 선생님이 좋아하실까”라고 망설인 김대희에게 신봉선은 “이런 분위기 좋아하셨어. 무조건 웃기면 돼요”라고 질러 박수를 받았다.
김준호와 김대희가 ‘개그콘서트’에서 “20년 전 까인” 꽁트 ‘눈치 빠른 사나이’도 즉석에서 세월을 거슬러 올랐다. 김준호는 “전유성 선생님이 ‘우리가 태어나서 최초로 본 개그가 까꿍이야 까꿍’이라고 하셨다”며 “가렸다 나타나는 반전에 최초로 웃었던 걸 평생 기억하며 많이 웃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관객에게 당부했다. 김준호, 신봉선, 김대희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 분장으로 나타나 전유성이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라고 특별한 추억을 공유했다. 그는 “내가 셀럽파이브로 춤을 췄더니, ‘신영아 노래를 해’라고 하셔서 만든 게 이거고, 처음으로 ‘재밌더라, 잘했어’ 칭찬 받은 것도 이것”이라며 “개그맨도 앨범을 내서 사랑받을 수 있단 걸 보여드리라고 하셨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김신영 (사진=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제공) 시원하게 웃고, 관객도 너도나도 참여하며 추모가 엄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자연스레 허물어졌다. 축제를 통해 전유성 없이도 그가 추구한 가장 강력한 본질, 웃음이 미래로 향하게 됐다.
이번 공연 출연진들의 출연료는 기부 예정이다. 고인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겠다는 취지다. 또한 ‘전유성 쇼’는 부산을 시작으로 남원에서도 공연 예정이다.
한편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지난 2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30일까지 열흘간 부산 전역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