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후반기 KBO리그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 중인 페드로 아빌라. 대체 선수로 영입돼 후반기부터 경기 일정을 소화 중인데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주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SSG 제공
드러난 숫자보다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읽어내려 했다. 올해 KBO리그 후반기 최고의 투수인 페드로 아빌라(29)를 영입한 배경에는 숫자 너머의 가능성을 바라본 SSG 랜더스의 시선이 있다.
아빌라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65로 이 기간 리그 전체 2위다. 부문 선두인 고영표(KT 위즈·1.64)에게 불과 0.01 차로 뒤진다. 후반기부터 팀에 합류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외국인 투수 페드로 아빌라의 투구 모습. SSG 제공
지난 7월 8일 아빌라의 약이 공식 발표됐을 때만 하더라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78경기에 등판한 빅리거 출신이자 일본 프로야구(NPB) 경험까지 갖췄다는 건 매력적이었다. 다만 관건은 최근 흐름이었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 평균자책점이 7.50에 달했다. NPB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뛰었던 2025시즌 평균자책점도 4.04로 눈에 띄지 않았다.
SSG가 아빌라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상당 기간 기량을 확인해온 선수였기 때문이다. 아빌라는 대체 외국인 투수로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영입했던 2023년 5월 전후부터 구단 영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에는 '현역 빅리거'라는 높은 위상 때문에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SSG는 이후에도 그의 행보와 기량을 살폈다. 그만큼 아빌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다른 구단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 빠르게 계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올해 후반기 맹활약을 앞세워 내년 시즌 재계약 희망을 키우는 아빌라. SSG 제공
SSG 외국인 스카우트는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는 잘 던졌다. 아빌라만큼의 투수가 시장에 없다고 봤다"며 "구속이 일본에서 뛸 때보다 크게 향상됐다. 80구 이상 던졌는데도 최고 구속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고 '선발 투수로 스태미나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아빌라는 MLB에서 주로 불펜으로 뛰었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해야 하는 KBO리그의 특성상 투구 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는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 여기에 NPB 시절 성적도 다시 들여다봤다. 야쿠르트의 홈구장인 메이지 진구구장이 NPB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성적 향상을 예상했다.
시즌 중 합류한 외국인 투수에게는 적응이라는 변수가 따른다. 새로운 리그와 공인구, 타자들의 성향은 물론이고 팀 동료들과의 호흡까지 짧은 시간 안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아빌라는 빠르게 리그에 적응했고, 후반기 가장 믿음직한 선발 카드로 떠올랐다. 이숭용 SSG 감독은 "SSG 감독하면서 본 선발 투수 중 가장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숫자 너머를 바라본 SSG의 시선이, 결국 가장 중요한 숫자인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