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BW 제공 강렬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무대. 대중에게 익숙한 권은비의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권은비가 좋아하는 것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 청순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오랫동안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해온 그는 이제 조금 더 자신의 취향을 무대 위로 꺼내려 한다.
3일 새 디지털 싱글 ‘데자부’로 돌아온 권은비는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났다. 지난해 4월 ‘헬로 스트레인저’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의 컴백이자 RBW 이적 후 첫 신보다. 타이틀곡 ‘데자부’는 낯설지만 익숙한 끌림과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담은 디스코 팝 장르의 곡이다.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고, 아직 보여드리지 않은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항상 강렬하고 화려한 걸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제 감성을 담고 싶었죠. 사실 저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도 좋아하고 청순한 감성도 좋아해요. 그게 원래 제 ‘추구미’였거든요.(웃음) 이번에는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진=RBW 제공 처음 도전하는 디스코 팝 역시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무대 위에서는 강하고 선명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평소 권은비의 모습까지 음악에 녹이고 싶었다.
“저라는 사람을 생각해보니 무대 위 모습과 현실의 권은비가 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무대 아래 제 모습도 무대에 녹여보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는 제가 하고 싶었던 방향이 정말 많이 담겼고, 제가 했을 때 더 편안한 것들을 많이 넣었어요.”
지난 4월 RBW로 소속사를 옮긴 것도 변화의 연장선이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약 10년간 몸담은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떠나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고민도 많이 했고 두렵기도 했어요. 그래도 항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여러 회사와 미팅했는데 RBW와는 어떤 앨범을 만들고 어떤 아티스트가 되면 좋을지 이야기했을 때 방향성이 비슷했어요. 제가 보여드린 강하고 진한 이미지 말고도 ‘이런 콘셉트도 해보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해주셨고요. 제 음악적 방향을 잘 서포트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권은비가 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택한 데는 ‘언더워터’ 이후의 대표곡에 대한 갈증도 있다. 2022년 발표한 ‘언더워터’는 이듬해 워터밤 무대를 계기로 역주행하며 솔로 가수 권은비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갈증이 정말 커요. 권은비라는 사람은 많이 알려졌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은 아직 ‘언더워터’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앨범과 음악에 더 중점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언더워터’도 워터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뒤늦게 주목받았고요. 앨범이라는 게 정말 여러 합이 잘 맞아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사진=RBW 제공 그렇다고 새로운 대표곡을 위해 하나의 장르에 자신을 가둘 생각은 없다. 권은비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의 ‘루머’부터 ‘언더워터’까지 뭄바톤 계열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대해 “뭄바톤은 제 목소리와 잘 어울리고 반응도 좋았기 때문에 애정이 있다”며 “하우스도 좋아하고 밴드 음악도 좋아한다. 오히려 제게 ‘뿌리’라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저것도 다 어울리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향한 욕심은 권은비가 오래 활동하면서 더욱 선명해졌다. 이제는 자신이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우선하고 싶다고 했다.
“경험이 부족할 때는 대중이 좋아하는 방향에 맞춰가려고 많이 타협하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새 챕터를 열면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좀 더 강하게 이야기해야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똑같은 건 재미가 없거든요. 똑같은 비주얼이나 음악으로 나와서 ‘또 이렇게 나왔네’라는 반응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다음 앨범도 이미 준비 중이다. 이번 싱글과는 또 다른 장르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도 담을 계획이다.
“다음 앨범은 이번과 무드가 또 달라요. ‘어? 권은비 또 새롭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앨범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과 그동안 느꼈던 감정도 조금 더 담으려고 하고요. 새로운 장르를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계속 새로운 챕터를 열고 싶어요.” 사진=RBW 제공 권은비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아이즈원 데뷔 직전이었다. 한 차례 데뷔를 경험한 뒤 다시 연습생이 된 그는 “그때는 정말 빛이 안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고 꼭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며 “저는 내려갈 데가 없는, 올라가는 일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견뎠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2018년 ‘프로듀스48’ 마지막 생방송에서 아이즈원 멤버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엄마, 아빠가 우시는 걸 보고 정말 뿌듯했다”며 “‘이제 인정해주셨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여러 번의 데뷔와 변화를 거쳐 솔로 가수로 자리 잡은 지금, 권은비가 생각하는 성공은 오래 무대에 서는 것이다.
“사실 저는 지금도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연예계에서 오랫동안 사고 없이 무탈하게 활동하는 게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그러면서도 한 자리에 머물기보다는 계속 새로운 장르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권은비가 이런 것도 하네?’, ‘또 새로운 걸 하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꾸준히 제 영역을 넓혀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