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종 프로듀서. 사진제공=본인
“한국의 K팝 제작 시스템을 해외 현지 시스템에 이식해 빌보드로 나갈 판을 깔아보는 시도를 계속할 겁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K팝의 제작 시스템 자체를 해외 명문 대학 교육과정에 이식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30여 년간 SM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획사와 협업하며 100여 장의 앨범과 200곡 이상을 프로듀싱해 온 베테랑 프로듀서이자 한양대학교 미래인재교육원 책임교수인 김원종 프로듀서가 있다. 그는 3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대형 인플루언서 노아의 프로젝트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가나 갤러리 출신 미술가 두민 전시회의 OST 전곡을 담당하는 등 영역을 넘나드는 프로듀싱 이력을 쌓아왔다.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일간스포츠를 만난 김 프로듀서는 K팝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그램퍼스와 손잡고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말레이시아 선웨이 대학교 본교에서 아세안 최초의 대학 기반 K팝 프로덕션 캠프인 ‘K팝 뮤직랩’을 출범한다. 선웨이 대학교 창립 이래 최초로 설립되어 캠프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돈 저스트 스탠 K팝. 메이크 잇’(Don't just stan K-pop. Make it, K팝을 덕질만 하지 말고 직접 만들어라)라는 슬로건 아래, K팝을 단순 소비하는 팬덤 체험을 넘어 정식 음원 발매와 크레딧 소유까지 이어지는 실전형 뮤직 부트캠프다.
김 프로듀서가 해외 거점으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100% 영어 대학이면서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등이 쓰이는 다국적 국가이자 문화 허브예요. 싱가포르,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 다양한 유학생이 오기 때문에, 여기에 K팝 학과를 만들어 한국 시스템을 적용하면 우리도 빌보드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직접 선웨이 대학교에 가서 제안했죠.”
말레이시아 국제고 출신으로 현지 사정에 밝은 그는 “선웨이 대학교는 사립 학교 중 재정이 넉넉하기 때문에 녹음실이나 안무 연습실 같은 인프라도 좋아서 이러한 시도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K팝 뮤직랩’은 14세 이상 지원자 및 현지 학생 중 선발된 30명의 정예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1일 차부터 4일 차까지 작곡,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등 음반 제작 전 과정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김 프로듀서가 기술 개발을 이끄는 뮤직테크 솔루션 ‘아크 메트릭스’의 AI 사운드 엔진이 활용된다.
김 프로듀서는 “AI 엔진에 학생이 노래 부르는 연습 과정이나 목소리를 담으면 전체적인 키부터 약점까지 분석이 된다. 기초 음악 이론은 시간이 걸리지만, AI를 활용하면 초반 데모곡이나 신인들의 창작을 굉장히 빠르게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곡은 전 세계 스트리밍 플랫폼에 정식 발매된다. 김 프로듀서는 “저작권은 학생들 이름으로 크레딧이 올라가며, 수익 역시 학생들이 저작권을 등록해 스스로 가져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캠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도 합류했다. BTS 상품 기획 및 수출을 담당했던 김희선 팀에이트 파트너스 대표가 한국의 IT 및 K팝 산업 전반에 대한 특강을 맡고, 전 동국대 실용무용과 K팝 전공 학과장 황광석 교수가 안무와 퍼포먼스를 지도한다. 현지 ERA 라디오 앵커 무나 벨라등도 참여해 1:1 맞춤 피드백을 제공한다.
김 프로듀서에게 K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다.
“K팝은 안무가 들어가 있는 댄스 음악에 최적화된 형식이에요. 현재 K팝은 유럽 등 다국적 작곡가들과 송 캠프를 진행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한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니죠. 저의 목표는 단순히 가수를 기르는 것보다, 무대 뒤의 조종사인 기획자, 프로듀서, 작곡가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들을 많이 길러내면 현지 재능이 있는 친구들을 훨씬 효과적으로 데뷔시킬 수 있죠.”
김 프로듀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연내 태국의 엔터 기업과 협업해 태국 현지 명문대에도 이 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해외 거점을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K팝 뮤직랩’은 팬덤 체험이나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실제로 히트곡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프로덕션 방법론을 가르치고 진짜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이죠. 그렇다 보면 K팝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이식되는 것은 물론, 저 또한 그 음악들로 미국 음악 시장에 깃발을 꽂아 보는 개인적 꿈도 이룰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