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2.25/ 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뉴진스 카피 의혹’의 시작점을 두고 마지막까지 맞붙었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부모와 멤버들에게 관련 문제의식을 먼저 심었다고 주장했고, 민 전 대표 측은 자신의 발언 이전부터 이미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 논란이 존재했다고 반박했다.
11일 스포츠투데이, 티브이데일리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이날 빌리프랩이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8차 변론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는 오는 11월 13일 오후 5시 진행된다.
이날 빌리프랩 측은 “뉴진스 부모들로부터 카피 주장이 나왔다는 게 피고 측 설명이지만, 오히려 피고가 이를 부추겼다는 사실이 증거를 통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제출한 녹취록을 거론하며 “피고가 자신을 두고 ‘도둑맞은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지갑을 찾아주고 소매치기를 벌주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며 “결국 문제 제기가 자신에게서 시작됐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진스 부모들과 멤버들에게 민 전 대표가 관련 내용을 먼저 전달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빌리프랩 측은 “피고가 아일릿과 관련한 몇 가지 사례를 단체 대화방에 계속 올렸고, 멤버들에게도 관련 의견을 물었다”며 “부모와 멤버들에게 업계 전문가라는 위치에서 편향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아일릿을 만들었으니 뉴진스는 버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했다”며 “부모들을 움직인 것은 피고”라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즉각 반박했다.
민 전 대표 측은 “분명한 것은 피고의 발언 이전에도 아일릿과 뉴진스 사이의 유사성 논란은 이미 존재했다”며 “아일릿의 화보와 데뷔 이후 콘셉트, 스타일링, 안무 등을 두고 대중 사이에서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반응이 계속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피고는 어도어 대표이사였고,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와 관련해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면 당연히 내부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위치에 있었다”며 “정당한 내부 문제 제기를 외부 갈등으로 키운 것은 오히려 하이브 측”이라고 맞섰다.
증거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빌리프랩 측은 이날 민 전 대표 측이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 자료를 두고 “발언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날짜도 표시돼 있지 않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제출 자료에는 ‘5월경 대화’라고 돼 있지만 당시 대화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이런 식으로 자료가 제출되면 원고 입장에서는 제대로 반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이 자료 하나로 재판 결과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해당 자료를 철회했다. 이어 “보유하고 있던 자료를 제출한 것이지만 정확한 날짜가 없어 내용상 5월경으로 보고 냈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액수를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민 전 대표는 빌리프랩의 소송에 맞서 50억원 규모의 반소를 제기했고, 이 가운데 40억원을 재산상 손해로 청구한 상태다.
빌리프랩 측은 이를 두고 “뉴진스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은 소속사 어도어에 귀속되는 것이지 피고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입장문 발표는 어도어 명의이니 개인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뉴진스의 수익에 대해서는 피고 개인의 손해라고 하는 것은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빌리프랩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도 민 전 대표의 ‘카피 의혹’ 자체가 허위라고 거듭 주장했다.
빌리프랩 측은 “피고는 20년 경력의 업계 전문가”라며 “전문가가 대중 사이에서 나온 의견이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당 주장을 외부에 전달했는지”라고 했다.
또 “아티스트에게 데뷔는 가장 설레는 순간인데, 아일릿 멤버들은 데뷔 직후 자신들의 노력과 시간이 ‘카피’라는 단어로 지워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유사성 논란은 피고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끝까지 유지했다. 이미 대중 사이에서 관련 문제 제기가 나온 상황에서 어도어 대표로서 뉴진스의 권익을 위해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 막바지에는 절차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양측이 새로 제출한 일부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빌리프랩 측이 변론 종결을 앞두고 추가한 일부 청구 원인도 재판 지연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4년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경영권 갈등 과정에서 시작됐다. 민 전 대표는 당시 하이브의 어도어 감사에 반발하며 갈등의 배경 중 하나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빌리프랩은 같은 해 5월 민 전 대표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한 달 뒤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의 발언으로 아일릿에 ‘뉴진스 카피’라는 이미지가 씌워져 회사와 아티스트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 논란은 이미 존재했으며, 어도어 대표로서 이를 문제 삼은 것”이라고 맞서왔다.
민 전 대표 역시 빌리프랩을 상대로 50억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며 맞대응했다.
약 2년 가까이 이어진 양측의 공방은 이날 최종 변론을 끝으로 1심 심리를 마쳤다. 민 전 대표의 ‘카피 의혹’ 발언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지, 반대로 민 전 대표가 제기한 반소가 받아들여질지는 오는 11월 13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