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라건아. 사진=KBL 프로농구 대구한국가스공사 소속 외국인 선수 라건아(37)가 전 소속인 부산 KCC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부 승소한 거로 알려졌다.
라건아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현림의 김성훈 변호사는 21일 "프로농구 선수 라건아가 전 소속구단인 KCC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라건아 측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8일 KCC가 라건아의 2024년도 귀속 종합소득세를 대신 신고·납부해야 할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라건아가 이를 직접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KCC는 라건아에게 손해액 3억9065만1342원과 지연손해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소송비용도 KCC가 부담하도록 했으며, 가집행도 허용했다.
이번 소송은 라건아가 KCC 소속으로 활동한 지난 2023~24시즌 연봉 등에 대해 부과된 2024년도 귀속 종합소득세를 두고 그 최종 부담 주체를 다퉈온 사건이다.
앞서 KBL은 지난 2024년 5월 이사회에서 라건아의 귀화 선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기존 외국인 선수처럼 일반 계약을 하도록 하면서, 외국인 선수의 해당 연도 소득세는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기로 의결했다. 라건아는 2023~24시즌 뒤 중국과 필리핀 리그서 활약하다, 2025~26시즌을 앞두고 한국가스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KBL 이사회 의결에 따르면 2025~26시즌 라건아를 영입한 한국가스공사는 라건아가 부산 KCC 소속이던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약 3억9800만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라건아는 해당 세금을 직접 납부한 뒤, 그중 KCC의 부담 비율(99.0782%)에 해당하는 금액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전 소속팀에 제기했다.
KBL은 한국가스공사가 이사회 결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올해 1월 제재금 3천만원을 부과한 데 이어, 지난 5월 2026~27시즌 선수 등록 마감을 앞두고 라건아의 등록을 보류하기도 했다. 또 한국가스공사의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선발권까지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반발한 라건아와 가스공사는 KBL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공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해당 가처분 사건에서도 KBL의 라건아에 대한 선수 등록 보류 조치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역시 재판부는 KBL이 주장하는 이사회 결의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법원은 판결이유에서 라건아의 2024년도 귀속 종합소득세에 대한 대리신고의무 및 최종적 부담의무가 KCC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KBL에는 그 의무의 부담 주체를 변경할 수 있는 권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설령 'KBL 결의(영입구단이 세금을 부담한다)'가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라건아가 2024년 한 해 동안 KCC와만 계약관계에 있었던 이상 해당 연도 귀속분 세금은 KCC가 부담해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KCC와 한국가스공사가 모두 KBL리그 회원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문제를 리그 내부의 자치적 비용정산 문제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라건아 측 소송대리인 김성훈 변호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의무가 처음부터 명확했던 사안으로, 애초에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어야 할 사건이 아니었다”며 “선수 본인의 동의 없이 구단들 사이의 결의만으로 계약상 채무를 다른 구단에 떠넘길 수는 없다는 원칙을 법원이 다시 한번 확인해준 거”라고 전했다. 이어 “리그 운영의 특수성과 사적 자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계약에 따라 정당하게 발생한 권리를 침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이는 사적 자치의 본질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변호사는 이어 “법원 판결로 라건아의 정당한 권리가 명백히 확인된 만큼 KCC는 하루속히 판결금을 지급하고, KBL은 라건아의 선수 지위를 인정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취하해 관련 사건들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라건아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선수 입장에서 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법적 절차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의 계약상 권리가 더욱 존중받고, 저와 같은 일을 다시 겪는 선수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믿고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과 가족, 소속 구단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