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고 박근서와 '라 밤바'를 부르고 있는 그의 아버지 박자식 씨. 연합뉴스 "아빠, 제발 말 많이 하지 마."
2027 KBO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서울디자인고 좌완 투수 박근서(18)에게는 지명 순위 못잖게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다. 1라운드 지명자는 부모 중 한 명과 함께 단상에 올라 소감을 말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버지 박자식 씨(59)가 무슨 일을 벌일지 걱정한 것이다.
아들은 "무대에서 뭐 할 거냐"고 물었지만, 아버지는 "미리 얘기해 주면 안 되지"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자 아들은 "말 많이 하면 나는 무대에서 내려올 거"라고 신신당부했다.
지난 21일 박근서는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지명을 받았다. 단상에 오른 박자식 씨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나는 선원이 아니에요, 나는 선장이에요'라는 가사가 있다. 아들이 롯데에서 꼭 선장이 되리라 믿는다"며 '라 밤바'를 열창했다.
박자식(오른쪽), 박근서 부자와 박준혁 롯데 단장. 롯데 제공 파격적인 퍼포먼스에 행사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를 지켜보던 박근서 어머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자식 씨는 "(박)근서가 말 많이 하지 말라고 해서 노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이름을 나열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느냐. 그런 엄숙한 분위기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정작 노래를 부른 뒤에는 아들의 반응을 걱정했다. 혹시 정말로 무대에서 내려가 버릴까 싶어서였다. 드래프트장을 나선 뒤에는 아들과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박근서. 잠실=김수민 기자
아버지 앞에서는 툴툴거렸던 박근서는 정작 드래프트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버지가) 뭘 할 것 같기는 했는데 춤과 노래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도 "그냥 고마운 마음만 들었다. 하루뿐인 날이 더 뜻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 밤바를 등장곡 후보로도 고민해보겠다"며 미소를 보였다.
박자식 씨는 "근서가 인스타그램에 지명 소감 게시물을 올리면서 마지막에 '라 밤바'라고 적었더라"며 "어제(21일) 밤 자기 전에는 근서가 '아빠 잘했어'라고도 하더라. 반응이 좋아서 근서 기분도 풀린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번 드래프트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자식 씨는 "근서보다 내가 더 인터뷰를 많이 한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난리가 났다. 내 인생의 2막이 열리나 싶다"고 웃었다.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박근서. 롯데 제공
사실 박자식 씨는 '깜짝 스타'가 아니다. 배우로 활동하며 MBC '경찰청 사람들'에 출연했고, SBS 아침 생활체조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다. 스포츠 브랜드 광고 모델과 쇼호스트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자신과 아들의 이름을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박자식 씨는 "마도로스 박(박근서)이 부산으로 간다. 함께 승선한 롯데 자이언츠 팬 여러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선원으로 시작한 우리 근서가 꼭 선장이 되길 기원한다"라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