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P&G 제공]
국내 노동 시장에서 전통적인 ‘정상가족’ 중심의 복리후생 제도가 해체되고, 다양한 형태의 삶과 돌봄 체계를 수용하는 ‘포용적 복지’가 기업 인사 전략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심화와 함께 1인 가구, 비혼, 사실혼 등 가족 구조가 빠르게 다변화되면서, 기존의 획일적인 지원 체계로는 핵심 인재 확보와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인사 관리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한국P&G는 성별과 법적 혼인 여부, 가족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임직원의 실질적 생애주기를 지원하는 포용적 복지 제도를 체계화하고 있다. 주력 프로그램인 ‘돌봄을 나누세요’를 통해 산모에게 104일의 출산휴가를 부여하고 급여 차액을 보전하는 한편, 생부뿐만 아니라 양부와 동거인을 포함한 파트너에게도 8주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경조금 역시 법적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등록 파트너에게 동등하게 지급하며, 복직 시 희망 직무 복귀를 지원해 경력 단절 불안을 줄였다.
이번 제도 설계는 복지의 수혜 기준을 법률상 가족 관계에서 ‘실질적 돌봄을 수행하는 개인’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한국P&G는 연차와 무관하게 가족 돌봄, 자기계발 등에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별도 유급휴가와 유급병가를 각각 5일씩 운영하고, 재택근무 및 시차출퇴근제 등을 병행해 근무 자율성을 높였다. 인사혁신처 주관 행사에서 민간 대표로 평등·포용 기반 인사 모델을 발표하는 등 제도를 넘어 조직 문화 전반으로 해당 가치를 내재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국내 노동 환경에서도 일·가정 양립을 둘러싼 제도적 기준선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등 남성의 돌봄 참여가 보편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정부도 배우자 유산·사산휴가 신설과 출산휴가 분할 사용 확대 등 정책적 유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과 다국적 기업들도 비혼 지원금 도입, 성중립적 가족돌봄휴가 신설 등 가족 다양성을 포괄하는 인사 실험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입사 및 근속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음에 따라, 구성원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배려하는 인사 제도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P&G 측은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지닌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제약 없이 업무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포용적인 근로 환경을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