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단상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는 이병헌. 두산 제공 "그래도 날아오를 거야."
디지몬 어드벤처 OST로 유명한 'Butterfly'는 두산 베어스 좌완 불펜 이병헌(23)의 등장곡이다. 세상이 쉽지 않아도 다시 날아오르겠다는 노래의 메시지는 수많은 굴곡을 지나온 그의 야구 인생과 묘하게 닮았다.
서울고 시절 이병헌은 고교야구 최상위권 투수로 평가받으며 2022년 서울권 1차 지명 1순위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부상'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결국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까지 받으며 고3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이병헌의 가능성을 믿었고, 2022년 1차 지명으로 그를 품었다.
그리고 이병헌은 그 믿음에 응답하듯 2024년 높이 날아올랐다. 77경기에 등판해 6승 1패 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ERA) 2.89를 기록했다. KBO 역대 좌완 최연소 20홀드를 달성했고,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도 새로 썼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불펜으로 성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상승세가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2025년에는 지난 시즌 많은 경기를 소화한 여파로 22경기에서 ERA 6.23을 기록하며 필승조에서 추격조와 패전조로 역할이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도 55경기에서 2승 1패 7홀드, ERA 5.7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피안타율이 0.377까지 치솟으며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잠실 NC전에서 9회 초 1사 1·3루 위기에 등판해 무실점을 기록한 이병헌. 두산 제공 그런 이병헌에게 지난달 3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은 특별한 경기였다. 이병헌은 9회 초 1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대타 신재인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실점을 막았다. 이어 김민석의 동점 적시 2루타와 강승호의 끝내기 내야안타가 나오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힘겨운 시간을 보낸 이병헌에게도, 팀의 가을야구를 확정한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두산 마스코트 철웅이에게 안겨 있는 이병헌. 두산 제공 경기가 끝난 뒤 '허슬 플레이어'로 선정돼 단상에 오른 이병헌은 잠실에 울려퍼지는 그의 등장곡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구단 유튜브 '베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병헌은 "사진 찍고 단상 올라가는데 팬분들이 등장곡을 불러주셔서 감동받아서 울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그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 몇몇 분들이 '파이팅'이라고 외쳐주신다. 내가 잘 못해도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Butterfly' 말미에는 작은 날개 끝에 힘을 더해 날아오를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가사가 나온다. 지금 이병헌에게도 그렇다. 팬들의 응원이 그의 날개 끝에 다시 힘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