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어보자'하고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어요."
김도영(23·KIA 타이거즈)이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화끈한 한 방을 터뜨렸다. KIA가 3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몰린 순간, 김도영의 방망이가 승부를 뒤집었다.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 KIA는 1회에만 4점을 내주며 경기 내내 끌려갔다. 3-4로 뒤진 9회 초 2사 1·2루. 이대로 패하면 3위를 하루만에 내주는 절체절명의 순간,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고우석이었다. 김도영은 초구부터 방망이를 돌려 파울을 만들었다. 그리고 2구째 시속 155㎞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힘껏 받아친 타구는 잠실구장 좌측 담장을 넘어갔고, 경기는 단숨에 6-4로 뒤집어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당시 타석을 돌아봤다. 그는 "중요한 찬스 한 타석만 걸려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딱 운 좋게 걸렸다"며 "내가 못 쳐도 팀이 이기니까 오히려 내가 못 쳐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오늘은 팀이 계속 끌려가는 상황이다 보니 진짜 쳐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홈런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김도영은 "최소한 동점은 만들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다"며 "상대 투수의 공은 알고도 못 치는 공이라고 느껴져서 공 놓자마자 친다고 들어갔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날 홈런으로 김도영은 시즌 42호를 기록하며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41개를 기록 중인 샘 힐리어드(KT)를 제쳤고, 오스틴 딘(LG·40개)과의 격차도 벌렸다.
42개의 홈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을 묻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최고"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더 값진 것 같다"고 웃었다.
이 홈런은 김도영의 이번 3연전 첫 안타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타석에서 가장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낸 셈이다. 최근 타격감이 주춤한 것에 대해서도 조급함은 없었다. 김도영은 “안타가 안 나온다고 조급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다”며 “지금은 기록에 상관없이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생각한다. 어제(4일), 그제(3일) 나는 못 쳤지만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도영의 한 방으로 KIA는 75승 61패 2무를 기록하며 승률 0.551로 3위를 지켰다. LG는 75승 63패 1무가 됐다. 두 팀의 격차는 1경기로 벌어졌다.
김수민 기자 bysumi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