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바쳐 홈플레이트를 지켰고 수없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잠실야구장에서의 마지막 순간,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양의지의 발걸음은 유독 무거웠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LG 트윈스에 1-4로 패했다. 1패를 안고 출발한 정규시즌 5위 두산은 이 패배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되면서 2026시즌의 모든 여정을 마쳤다.
이날 패배는 단순히 한 시즌의 종료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문을 닫는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가 치르는 공식 고별전이기도 했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해 신인 시절부터 팀의 황금기를 이끌며 수차례 한국시리즈(KS) 우승을 맞았던 양의지에게, 잠실야구장과의 이별은 남달랐다.
경기 후 만난 양의지는 "실력으로 졌기 때문에 패배는 깨끗이 인정한다"면서도 "마지막을 이렇게 잠실에서 끝내게 돼 마음이 참 무겁고 아쉽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시합 막바지가 되니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라며 "어릴 때부터 여기서 성장하고, 우승도 경험하는 등 많은 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렇게 마무리를 짓게 됐다"라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두산 양의지. 두산 제공
이날 양의지는 7회 추격의 2루타로 무사 2·3루를 만든 뒤, 무릎에 불편함을 느껴 교체됐다. 그 순간 양의지는 자책까지 했다는 후문.
양의지는 "결정적일 때 득점을 내지 못해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고 투수들이 너무 잘 던져줬는데 미안하다"라며 "중요한 상황에서 '내가 타석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내일 경기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오늘 이렇게 끝나버려 기분이 많이 좋지 않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록 잠실에서의 마지막 가을은 단 한 경기 만에 아쉬운 패배로 끝났지만, 양의지는 팀의 미래를 짊어질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양의지는 "작년 9위에서 우리 어린 친구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5위까지 올라왔고, 비록 한 경기뿐이었지만 잠실에서 가을 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 자체로 감사하다"라며 "올해 후배들이 크게 성장했다. 더 단단해져서 내년에는 팬들에게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