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하는 정연욱 공동조직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기자간담회 및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정연욱 공동조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9
학생선수 집단 성폭력 사건을 두고 "장난 삼아 하던 것들"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성폭력 행위를 인정하고 징계를 요구한 사건을 심의하는 자리에서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선수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됐지만, 일부 심의위원의 인식은 여전히 사회적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청주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학생선수 집단 성폭력 사건 심의 내용을 공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는 학생선수 5명의 집단 성폭력 행위를 인정하고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청주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사건을 심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심의위원들이 성폭력의 심각성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정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심의위원은 "운동하기 싫으면 그만인데 이거 선수 박탈 이거 자격 정지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국가대표 선수라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또 "한참 청소년기에 또 그런 호기심도 있다 보니까 장난 삼아 하던 것들이 이렇게 크게 확대가 될 수 있는 건데"라는 발언도 나왔다.
이 같은 발언은 성폭력 행위를 청소년기의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바라보는 듯한 인식을 보여준다. 특히 선수의 지위에 따라 징계의 필요성을 달리 판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청주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날 징계를 결정하지 않았다. 형사재판 1심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징계 판단을 유보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가 끝났지만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 의원은 이러한 심의 과정과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국가대표가 아니면 아예 징계할 필요도 없다. 학생선수니까 아직 급이 아니다. 그런 얘기"라며 "성폭력 문제를 호기심으로 다뤄버리면 뭐 하러 학폭이 있고 뭐 하러 이런 자체적인 징계를 요구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의 사건 파악 여부도 질의 대상이 됐다. 정 의원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해당 사건을 알고 있는지 묻자 유 회장은 "기억은 안 나지만"이라고 답했다. 문제의 발언을 한 심의위원들이 누구인지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인을 못 해 봤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의 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2019년 심석희의 성폭력 피해 폭로 등을 계기로 체육계의 인권 보호와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2020년 출범했다.
이번에 공개된 심의 내용은 선수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된 이후에도 일부 심의위원의 성폭력 인식이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특히 성폭력 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판단해야 할 위원들이 사건을 장난이나 호기심에 빗대어 언급했다는 점에서 심의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정 의원은 "체육회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윤리센터에서 엄격히 조사한다, 시스템을 바꾸겠다, 말만 많았지 하나도 개선이 안 되는 것"이라며 "안 되면 우리는 판단 못 하겠다, 법원에 넘겨버리겠다, 항상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문제는 학폭 문제로 몇십 년이 지난 사건까지도 재론하는 판인데 성폭력을 장난이라며 이렇게 넘긴다는 것이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