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한국 장애인육상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장민호(29·안양시청)가 전한 바람이다. 비장애인 아시안게임과 장애인 아시안패러게임(APG)을 모두 경험한 그는 두 대회의 지원 환경 차이를 직접 체감했다. 자신의 활약이 다른 장애인 선수들을 향한 관심과 지원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장민호는 24일 일본 나고야의 TKP 메이테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PG 한국 선수단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과 박흥식 선수단장, 전선주 총감독이자 이천선수촌장도 함께했다.
장민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장애인육상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대회 전부터 한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과 APG에 모두 출전한 선수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혼성 및 남자 1600m 계주에 출전했고, 혼성 계주에서는 한국신기록 작성에 힘을 보탰다.
장민호. 사진=공동취재단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나고야에서는 세계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장민호는 지난 23일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스포츠등급 T13) 결선에서 46초24로 결승선을 통과, 종전 세계기록(46초44)을 0.20초 단축했다. 한국 장애인육상에서 16년 만에 나온 세계신기록이었다.
앞서 20일 남자 100m에서도 10초48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그는 생애 첫 APG에서 2관왕에 올랐다.
세계신기록을 세운 현장에는 여자친구와 예비 장인어른도 있었다. 장민호는 "경기가 끝나고 맛있는 음식을 사드렸다. 시간이 늦어서 꼬치집에 갔고, 저도 시합이 끝났으니 맥주도 한잔했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 연금 받으면 용돈도 드리겠다. 부모님과 예비 장인·장모님께 연금을 더 많이 받아서 잘 나눠드리겠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장민호.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화려한 성과 뒤에는 선수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지원도 있었다. 강태석 안양시청 감독이 장애인육상연맹 지도자들과 소통하면서 장민호의 장애인육상 도전이 시작됐다. 이후 국제 스포츠등급 판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육상연맹의 협력으로 출전 자격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장민호 선수가 당초 T12 등급에서 T13 등급으로 변경되면서 출전에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육상위원회 등에 요청했고,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와 IPC의 승인을 받았다. 육상연맹과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협업이 잘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회 운영 지원도 좋은 기록에 힘을 보탰다. 장민호는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는 셔틀버스만 이용할 수 있어 예선을 마치고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밴으로 숙소를 오갈 수 있어 충분히 쉴 수 있었다"라며 "식사도 좋았고, 찾아가는 편의점도 운영해 주셨다. 물리치료와 컨디션 관리까지 잘해주셔서 불평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민호는 두 선수촌의 시설 차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비장애인 선수들은 기업 후원도 많고 시설도 좋다. 장애인체육으로 넘어와 보니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라며 "진천선수촌에는 실내 육상 트랙과 다양한 훈련·재활시설이 있는데, 이천선수촌은 차이가 있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비슷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장민호.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는 자신의 성공이 다른 선수들의 도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장민호는 "주변에도 시각장애가 있는 비장애인 선수가 있다. 저를 보고 다시 장애인스포츠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방법을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라며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비장애인 선수들은 조금만 잘해도 화제가 되는데, 장애인 선수들은 그런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저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저로 인해 장애인체육에도 더 많은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민호의 다음 목표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이다. 그는 "400m에서 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1등을 하고 싶다. 100m에서도 세계신기록에 도전해 두 종목 모두 정상에 서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