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간스포츠DB,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에서 오랜 시간 ‘국민 아버지’로 사랑받아온 두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의 국민 배우 최불암과 영화 ‘엑스맨’의 프로페서X로 친숙한 영국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든든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두 배우의 별세 소식에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본명 최영한)은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져 재활 치료를 이어왔으나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최불암은 배우라는 이름만큼이나 ‘김 회장’, ‘박 반장’으로 친숙했다. 1971년 시작한 MBC 드라마 ‘수사반장’에서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박영한 반장을 연기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아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으로 한국인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터뜨리는 특유의 ‘파하~’ 웃음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에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최불암 시리즈’가 유행했고, 그의 말투와 웃음소리는 수많은 성대모사의 소재가 됐다. 이후 2011년부터 14년간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곳곳의 밥상을 찾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전했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최불암은 67년간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활동했다. 2024년에는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특별 출연해 오랜만에 박영한 반장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지난 5월에는 그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방송됐지만, 고인은 재활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불암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고인은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패트릭 스튜어트가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앓다 아내 서니가 곁을 지키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 속에서 음악을 듣고 기도를 나누며 함께 웃고 울었다”고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패트릭 스튜어트 역시 여러 세대의 기억 속에 같은 얼굴로 남은 배우다. 1987년 시작한 드라마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이끄는 장뤼크 피카르 선장으로, 2000년 개봉한 영화 ‘엑스맨’에서는 돌연변이 학교를 이끄는 찰스 자비에 교수, 일명 프로페서X로 활약했다. 두 캐릭터 모두 뛰어난 능력과 강한 신념을 지닌 지도자로, 동료들을 이끌면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는 공식 SNS를 통해 “패트릭 스튜어트는 뛰어난 품격과 지성, 인간미로 찰스 자비에 교수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며 “독보적인 재능을 지닌 배우이자 훌륭한 동료였다”고 애도를 표했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사장 역시 고인을 따뜻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배우로 기억하며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한미 대중문화 속 ‘국민 아버지들’이 긴 여정을 마쳤다. 최불암의 푸근한 웃음과 패트릭 스튜어트의 온화한 눈빛은 이제 그들이 남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랜 시간 시청자와 관객의 곁을 지킨 두 배우의 모습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