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을 준비하다 마무리가 됐고, 이번에는 6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끝까지 던질 예정이었지만 임무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이 열린 29일 원태인의 하루는 꽤 파란만장했다.
원태인은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 구원 등판, 1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6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나성범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이후 안정을 되찾았고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타선이 다시 잡아준 리드를 지킨 채 마운드를 넘기면서 팀도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당초 9회까지 책임질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전에 코치님께서 6회부터 끝까지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하셨다”며 “오늘 던지지 않으면 내일 4차전 선발로 준비하라는 얘기도 있었는데, 계획이 바뀌어서 (1차전 선발이었던) 크리스 페덱이 3일 쉬고 내일 나가고 저는 오늘과 내일 모두 대기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오늘은 긴 이닝을 염두에 두고 투구를 시작했다. 원태인은 “9회까지 다 던질 생각으로 가서 한 이닝에 모든 걸 쏟아붓지는 않았다. 빨리 내려올 줄 알았다면 6·7회에 모든 걸 쏟아붓고 내려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겼으면 모든 게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팀 승리에 의미를 뒀다.
29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치고 만난 삼성 원태인. 광주=윤승재 기자
올해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의 가을은 매일 달라진다. 루틴을 지키기 어렵지만 재밌다. 정규시즌의 아쉬움과 부담을 내려놓은 얼굴에는 미소도 돌아왔다.
원태인은 “해보지 않았던 루틴에 머리도 복잡하고 몸도 조금 힘들다. 언제, 어느 상황에 맞춰야 할지 모르고 매일 변동이 있다”며 “선발은 등판하는 날에 최고의 컨디션을 맞추면 되지만, 지금은 언제 나갈지 모르니 매일 준비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힘들긴 한데 또 재미있다. 감독님께서 제일 믿으니까 최후의 보루, 비밀 병기로 쓰시는 것 아닐까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복잡해진 하루와 달리 마음속 목표는 단순해졌다. 자신의 성적보다 그날 팀의 승리에 집중한다. 원태인은 “시즌 때 있던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좀 없어졌다. 이제는 매일 한 경기만 바라보면 된다”며 “제가 못하더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 안 좋다고 안 웃는 것보다는 기세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더 많이 웃고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 원태인이 27일 KIA와의 PO 2차전 승리를 마무리 지은 후 포수 강민호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원태인은 30일 4차전에도 등판할 준비를 한다. 그는 “오늘은 4이닝 정도 끌고 가려고 던졌다면, 내일은 한 이닝을 무조건 틀어막는다는 생각으로 더 힘 있는 공을 던질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자신의 세이브보다 타선이 넉넉한 점수를 내주길 바랐다. 등판 기회가 없어도 미련은 없다고.
원태인은 “크리스 페덱이 1차전과는 전혀 다른 피칭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꼭 설욕해줬으면 좋겠고,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페덱이 잘 던지고 타자들이 잘 쳐서, 깔끔하게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힘을 아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