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양홍원을 둘러싼 불륜 의혹이 불거졌다. 소속사는 다른 여성과 모텔에 동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만취해 잠들었을 뿐 애정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폭로자의 금전 요구와 자료 편집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도 밝혔다. 사실관계는 증거로 가려져야 한다. 다만 이번 논란은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성관계가 없었다면 민사상 책임도 사라지는가.
우리 민법은 부부공동생활의 평온과 배우자 사이의 신뢰를 보호한다. 민법 제840조 제1호의 ‘부정한 행위’는 성관계보다 넓다. 대법원은 부부가 지켜야 할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행위를 포괄한다고 본다. 이러한 행위로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면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부산가정법원의 2019년 판결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혼 남성과 여러 차례 연락하고 만나온 여성이 함께 모텔에 간 뒤 성관계 없이 이야기만 나눴다고 주장한 사례다. 법원은 그 설명이 사실이더라도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와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부정행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여성에게는 남성과 공동으로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모텔 동행이 모든 사건에서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정행위를 입증할 책임은 청구하는 쪽에 있다. 함께 머문 경위와 기존 관계, 전후 연락, 객실에서의 행동을 종합해야 한다. 불가피한 동행이라는 설명이 객관적 자료에 부합하고 부정행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청구는 기각될 수 있다. 반대로 모텔 동행에 더해 부적절한 교류가 이어진 정황까지 확인된다면 ‘잠만 잤다’는 해명만으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제3자의 책임에는 상대방이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피해 배우자는 이혼하지 않고 혼인을 유지하면서도 제3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가정을 유지하기로 한 선택이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자료는 얼마일까. 상간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는 실무에서 1000만~3000만원 안팎이 흔히 거론된다. 정해진 산정표나 법정 상한은 없다. 혼인 기간,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혼인생활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하며, 사안에 따라 5000만원까지 인정된 경우도 있다.
배우자에 대한 이혼 위자료에는 폭행 등 다른 혼인 파탄 사유도 반영될 수 있어 제3자의 배상액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양쪽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도 같은 손해를 두 번 배상받을 수는 없다. 실제 배상액은 각자의 책임 범위와 이미 지급된 위자료까지 살펴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액수가 피해자의 고통을 얼마나 담아내느냐는 것이다. 배우자의 배신을 확인하고, 혼인을 유지할지 고민하며, 법정에서 상처를 다시 입증하는 과정은 일상을 뒤흔든다. 이런 피해를 충분히 살피지 않고 익숙한 금액만 반복한다면 위자료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30년 전의 3000만원과 오늘의 3000만원이 갖는 경제적 의미는 다르다. 물가와 생활비가 오르는데 과거의 금액대를 반복한다면, 판결문의 숫자는 같아도 배상의 실질적 가치는 줄어든다. 피해자의 상처를 평가하는 기준도 오늘의 현실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법정에서 고통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당사자는 법정 밖에서라도 상대방의 책임을 묻고 싶어질 수 있다. 그 박탈감이 사생활 폭로와 극심한 비난으로 번지고, 재산분할 다툼까지 격화시킬 위험도 있다. 함께 형성한 재산과 각자의 기여를 따져야 할 절차에 상대를 응징하려는 감정이 개입하는 것이다. 위자료의 현실화는 피해 회복과 분쟁 종결을 위해 필요한 과제다. 법이 피해의 무게를 충분히 평가해야, 당사자도 끝없는 폭로와 비난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