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안 / 사진=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사막에서 꽃을 피우듯 널 만난 건 기적인 걸~”
가수 우디의 대표곡 ‘사막에서 꽃을 피우듯’의 노랫말 중 일부다. 메마른 땅에서도 꽃이 피어나듯, 드넓은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 역시 하나의 기적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 노래는 KBS2 토일 미니시리즈 ‘너 말고 다른 연애’와도 맞닿아 있다. 종영을 앞두고도 시청률 1%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배우 이주안만큼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사랑’이라는 꽃을 피워냈다. 사진=‘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 캡처 ‘너 말고 다른 연애’(이하 ‘너다연’)는 10년째 연애 중인 남궁호(서강준)와 이미도(안은진)가 이별을 겪은 뒤 각자 새로운 사랑을 통해 낯선 감정과 마주하는 드라마다. 이때 이미도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인물이 바로 이주안이 연기한 한태승이다. 대형 로펌 재강의 변호사인 한태승은 안정감을 주는 남자친구 남궁호와 달리, 영화감독 이미도와 이른바 ‘혐관’으로 출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편한 관계가 ‘너다연’의 가장 강력한 도파민으로 작용했다. 급기야 이주안의 등장만을 기다리는 시청자들까지 생겨났다. 서강준이 뽀얀 피부와 강아지상으로 부드러운 매력을 풍긴다면, 이주안은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섹시한 분위기로 정반대의 매력을 발산한다. 전작 ‘폭군의 셰프’에서 장발 스타일로 ‘고수 닮은꼴’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날카로워진 김선호’라는 새로운 수식어까지 추가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tvN DRAMA 2018년 JTBC ‘SKY 캐슬’로 데뷔한 이주안은 ‘여신강림’, ‘환상연가’ 등을 거쳐 ‘폭군의 셰프’ 공길 역으로 주목받기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런 그에게 ‘너다연’은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주안은 일간스포츠에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다행인 건 보조 출연부터 단역, 조연을 거쳐 올라온 자리였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으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강준과 안은진이 “우리 태승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아낌없이 격려해 준 덕분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태승이라는 인물도 한층 입체적으로 빚어냈다. 처음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갇혀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를 구상했지만, 한태승을 단순히 표면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 많은 매력을 지닌 캐릭터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새로운 해석을 위한 나침반으로 택한 것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군주론’은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집필한 정치철학서로, 군주가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과 처세술을 다룬다. 이상적인 도덕보다 냉철한 현실 판단을 중시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고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진=‘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 캡처 이주안은 이러한 현실주의적 시선에서 한태승을 이해할 실마리를 찾았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계산적인 변호사지만, 이미도 앞에서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다가가는 남자. 그 결과 한태승은 단순히 남녀 주인공 사이에 끼어든 제3자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에 뛰어드는 인물로 존재감을 키웠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태승아 나 옆집 ‘닥터 엑스’, ‘100일의 거짓말’ 안 가고 끝까지 버티고 있다”, “이런 남자 보고 안 반하는 게 더 판타지임”, “크게 될 인물일세 서브남주”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는 11월 1일 종영하는 ‘너다연’은 최고 시청률 2.8%, 평균 시청률 1%대 중후반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통상 드라마가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시청률이 작품의 모든 성과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연애가 주는 익숙한 안정감과 새로운 사랑이 불러오는 낯선 설렘. 나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남자와 그 울타리를 자꾸만 넘어가고 싶게 만드는 남자. ‘너다연’은 서로 다른 두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끊임없이 고민에 빠뜨렸다. 그 속에서 이주안만큼은 작품이 남긴 확실한 수확이었고, 나아가 그를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기대감까지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