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좋게 대답했지만, 알고 보니 자신을 부른 게 아니었다. 비슷한 이름에 잠시 헷갈린 KIA 타이거즈 이호연은 대타 출격을 준비하다 머쓱하게 돌아왔다. 그래도 다시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는 마음은 여전히 뜨겁다. 한집에 살았던 형이 기다리는 수원으로 향하기 위해, 5차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5차전을 앞두고 만난 이호연은 지난달 30일 4차전의 대타 뒷이야기를 전했다. 1-2로 끌려가던 6회 만루 기회에서 대타로 나갈 준비를 하며 더그아웃 계단까지 갔지만, 김호령이 나서는 것을 보고 돌아온 사연이다. 그는 “주변에서 엄청 소리를 지르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데, ‘호연아, 너 아니야’ 하길래 그냥 들어왔다”라며 웃었다.
실제로 당시 벤치도 이호연 카드를 고민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4차전 뒤 “박정우가 치게 할지, 이호연을 대타로 쓸지, 김호령에게 맡길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왼손 투수에게 약한 박정우 대신 이호연을 내보내려 했지만, 이닝은 아직 6회였다. 이호연을 기용하면 다음 수비 때 김호령까지 투입해야 해 두 선수를 한꺼번에 쓰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9회에 다시 기회가 올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때는 이호연을 쓸 수 없게 된다”며 후반 승부처를 위해 그를 아껴뒀다고 설명했다.
KIA 이호연. KIA 제공
이호연에게는 3차전의 아쉬움도 남아 있었다. 4-6으로 끌려가던 8회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서 잘 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불운의 더블플레이로 이어졌다.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향한 타구가 도루를 막으려고 2루 쪽으로 움직인 유격수 이재현에게 걸린 것이다. 그는 “배트 중심에 맞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필 그쪽으로 갔다. 끝나고 하루 종일 그 장면만 생각났던 것 같다”면서도 “다음에 또 좋은 기회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쉬움보다 기대가 크다. 이호연은 “코치님이 ‘나간다, 준비해라’고 하면 아직도 설레고 긴장되면서 두근거린다. 도파민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막 끓어오른다”며 “중요한 상황에 나갈 텐데 안 끓어오르면 이상하지 않나. 대신 타석에 들어가면 최대한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호연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대타 혹은 지명타자 역할을 맡고 있다. 수비 부담이 없다지만, 승부처에 나서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지난해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호연과 이정훈. 수원=윤승재 기자
이에 이호연은 ‘그 한 타석’의 무게를 잘 아는 형과도 연락했다. 한국시리즈(KS)에서 기다리는 KT 위즈 이정훈이다. 두 사람은 롯데 자이언츠와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호연이 먼저 KT로 트레이드된 뒤 지난해 이정훈도 합류했다. 당시 이정훈이 집을 구할 때까지 함께 지내며 팀 적응을 도왔던 이호연은, 이번에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가을 무대에서 재회할 기회를 기다린다.
이호연은 “어제도 전화했는데 형이 ‘(KS에) 올라와라.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하더라. 나도 ‘기다려라. 곧 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타 준비에 관해 조언을 구했던 사이이기도 하다. 그는 “작년에도 정훈이 형에게 대타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물었다”며 “한 타석을 위한 준비 과정이 남다르다. 정훈이 형도 알 것이다. 나도 그 한 타석을 위해 뒤에서부터 준비하고 몸을 푼다”고 말했다.
KIA는 4차전 승리로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렸다. 이호연은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많이 올라갔다”며 “여기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러 수원으로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