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모은 우승반지만 일곱 개다. 한국시리즈(KS)에서는 11시즌에 걸쳐 65경기를 뛰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 역사와 함께한 박한이 코치. 하지만 그에게도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기쁨이 있다. 지도자로서 선수들과 함께 우승하는 것이다.
박 코치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KS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선수 때보다 지금이 더 긴장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수많은 큰 경기를 치른 그에게도 코치로서 맞는 KS는 낯설었다. 그는 “선수 때는 내 플레이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코치로서는 전체를 봐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삼성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며 2002년과 2005~2006년, 2011~2014년 우승을 경험했다. 구단의 첫 KS 우승부터 왕조의 전성기까지 함께했다. 후배들이 부러워할 만한 이력이지만, 그는 “내가 KS를 너무 많이 했다. 운이 좋았다”며 자세를 낮췄다.
2013.10.27. 잠실=정시종기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 3차전이 2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7회초 2사 3루서 1번 배영섭 타석?? 3루주자 박한이가 투수 폭투때 홈에 들어와 동료들과 기뻐하고있다.
화려한 경험은 이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 됐다. 박 코치가 가장 강조하는 건 ‘즐기는 야구’다. 자신도 처음부터 큰 무대가 편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두세 번 경험하면서 마음가짐을 바꿔보려고 했다”며 “관중이 많은 곳에서 즐기다 보니 재미있었고, 플레이도 자연스럽게 잘 나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번 가을에도 같은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전하고 있다. 타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선수에게 당장 자세부터 고치라고 하지는 않는다. 짧은 시리즈에서 기술을 바꾸기보다, 준비한 것을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박 코치는 “안 맞는 선수들에게 ‘지금 타격이 문제겠냐. 이 긴장감 속에 있는 것 자체를 즐겨라. 어차피 네가 뛰어야 하니 과감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라’고 이야기한다”며 “단기간에 폼을 고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는 게 코치의 역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대 투수 분석에서도 같은 원칙을 지킨다. 코칭스태프와 데이터분석팀은 세밀하게 준비하되, 선수에게 전달하는 내용은 간결하게 추린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타석에서 생각이 복잡해지고, 오히려 자기 스윙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그는 “경기는 선수들이 한다. 코치로서 부담을 덜 줘야 한다”며 “최대한 간단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PO)를 5차전까지 치른 삼성에는 피로가 쌓였지만, 큰 경기의 긴장감을 먼저 경험했다는 이점도 있다. 박 코치는 “선수들이 PO를 치렀기 때문에 긴장감은 조금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모두 선수들을 믿고 있다. 여기는 선수들의 무대”라고 강조했다.
2013.10.31 대구=김진경 기자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두산전, 삼성 박한이가 7회말 2사 1,2루에서 우월 3점 홈런을 날린 후 1루에서 포효하고 있다.
일곱 번의 우승을 경험한 그는 단기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의 힘도 잘 안다. “KS는 4승을 하면 끝난다. 두세 명만 미쳐버리면 이긴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우리 선수 때도 그랬고, 지금도 똑같은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번에는 누가 그 주인공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지켜봐야 한다”며 웃었다.
선수로서 쌓은 우승의 기억에 이제는 지도자로서의 기쁨을 더하고 싶다. 다만 그 감회를 미리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박 코치는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라 아직 해보지 못했다. 우승하고 나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일곱 개의 반지를 가진 코치는 후배들이 만들어줄 새로운 우승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