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포수는 다시 마스크를 썼다. 다리에 통증이 남은 주장은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은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구자욱과 강민호,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두 베테랑이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이를 지켜본 동료들도 한 발 더 뛰고, 공 하나에 더 힘을 실었다. 삼성의 12년 만의 한국시리즈(KS) 우승에는 그렇게 서로를 움직인 장면들이 있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에 12-1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만들며 KS 우승에 성공했다. 2014년 통합우승 이후 12년 만에 맛본 KS 우승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이다. 정규시즌 1위 KT를 꺾고 거둔 '업셋' 우승이기도 하다.
삼성은 가을야구를 준비할 때부터 전력에 상처가 났다. 지난 구자욱이 9월 30일 경기 도중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힘줄 손상으로 재활에 들어갔고, 포스트시즌 복귀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타격 훈련을 다시 시작한 뒤에도 주루와 수비에는 제한이 따랐다. 삼성은 구자욱의 회복 상태에 따라 타선과 외야 구성을 바꿔야 했다.
돌아온 주장도 완전한 몸은 아니었다. 외야 수비 대신 지명타자로 나서며 타격에 집중했지만, 출루하면 다리를 써야 했다. 하지만 그는 주루 때 통증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팀에 필요한 베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3루까지 내달리는 모습에는 득점 기회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뒤 “팀이 이제 우승할 때”라고 했던 주장은 자신의 몸으로 그 의지를 보여줬다.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강민호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옆구리 근육 파열로 정상적인 스윙이 어려웠다. 몸통을 돌리는 동작부터 통증과 부담이 따랐지만, 포수 마스크를 쓰고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타석에서 강하게 때리는 것이 어려우면 번트로 주자를 보냈다. 장타를 치는 것만큼이나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고, 투수의 공 하나를 잘 받아내는 일이 중요했다.
강민호는 이번 가을 허리를 숙였다. 정상적인 타격이 되지 않으니, 번트를 대서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였다. 힘없는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저력도 보여줬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동료들에게는 더 큰 울림이었다. 후라도는 “강민호 등 동료들이 아픈데도 저렇게 뛰는데 나도 할 수 있다”라며 힘을 냈다. 박승규도 “선배들이 저렇게 뛰는 걸 보면 울컥한다”라며 후배들 역시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했다. 베테랑들이 버티는 동안 젊은 선수들도 자신의 몫을 더하려 했다. 아픈 선수 한 명이 홀로 견디는 가을이 아니라, 동료들이 그 부담을 나눠 짊어진 가을이었다.
삼성 구자욱-강민호. 삼성 제공
구자욱과 강민호의 몸 상태는 삼성의 약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는 마음은 팀을 묶는 힘이 됐다. 주장의 주루와 포수의 번트, 위기에서 다시 쓴 마스크를 보며 동료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삼성은 그렇게 아픈 가을을 함께 건너 정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