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의 부탁이 현실이 됐다. 한국시리즈(KS)에 가는 것이 꿈이었던 포수는 마침내 우승 반지까지 손에 넣었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프로 데뷔 23년 차에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옆구리 부상으로 몸을 제대로 돌리기 어려운 순간에도 마스크를 놓지 않았던 베테랑. 그의 간절했던 가을이 우승으로 끝났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KT 위즈에 12-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014년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9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민호도 길었던 무관의 시간을 끝냈다.
28일 경기 후 만난 강민호. 광주=윤승재 기자
불과 2년 전까지 강민호에게 KS는 밟아보는 것만으로도 간절한 무대였다. 2024년 데뷔 21년 만에 처음 KS에 올랐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준우승 후 만난 강민호는 눈물을 쏟았다. 당시 강민호는 “KS에 오는 게 꿈이었는데, 막상 또 오니까 큰 꿈이 생기는 것 같다”라며 “이제 은퇴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더 큰 욕심을 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꿈의 무대에 서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동료들과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지난해 말 삼성과 2년 최대 20억원에 FA 잔류 계약을 맺을 때도 답변마다 우승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2년 동안 내가 예전에 봤던 ‘왕조 삼성’을 만들고 마무리하고 싶다”라며 “이제는 가을야구만 진출하는 팀이 아닌 정말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꼭 왕조 삼성을 만들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자신의 잔류를 간절히 바랐던 구자욱과 원태인 등 후배들에게도 함께 우승을 향해 가자고 당부했다.
최형우의 합류는 그 믿음을 키웠다. 강민호는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하면서, 정말 저렇게 야구를 해야겠다는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수였다”라며 같은 팀에서 뛰게 된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형우 형에게 전화해서 우승 반지 끼워달라고 말해야겠다”라고 웃었다. 2024년에는 상대 팀에서 우승했던 최형우가 이번에는 함께 정상에 도전할 동료가 됐다.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그러나 반지로 향하는 마지막 길은 험했다. 강민호는 옆구리 근육 파열을 안고 이번 가을을 치렀다. 정상적인 스윙이 어려웠고, 타석에서 몸을 돌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래도 안방을 지켰다. 강하게 때릴 수 없다면 번트로 주자를 보냈고, 수비에서는 투수들과 함께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팀에 보탰다.
KS 4차전에서는 박진만 삼성 감독이 “정말 쓰러질 것 같아서 선발에서 제외했다”라고 말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5회 초 1사 만루 위기가 찾아오자 강민호가 다시 마스크를 썼다. 이재희와 호흡을 맞춰 김상수를 삼진, 허경민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쉬어야 할 몸이었지만, 팀이 급한 순간 안방에 선 것은 강민호였다.
이런 모습에 동료들도 힘을 얻었다. 후라도는 아픈 몸으로 뛰는 강민호 등을 보며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었고, 박승규 역시 선배들의 모습에 울컥했다고 했다.
“내년에 힘을 합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같이 가고 싶다.” 지난겨울 FA 잔류 당시 후배들에게 전했던 강민호의 바람은 그렇게 이뤄졌다. 최형우에게 반지를 부탁했던 포수는 자신의 투혼으로도 우승에 힘을 보탰다. KS에 오는 것이 꿈이었던 강민호. 이제 그의 오랜 선수 생활에도 ‘우승 포수’라는 이름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