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주장이 된 구자욱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팬들이었다. 당연한 줄 알았던 우승은 좀처럼 오지 않았고, 기다림 속에 부상과 좌절도 겪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팬들의 응원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12년 만의 정상 복귀를 이끈 구자욱은 “긴 시간 우승을 못 시켜드려 죄송한 마음이 컸다. 많은 시련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들의 응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했다. 구자욱은 2015년 1군 데뷔 후 처음 우승을 맛봤고,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까지 안았다.
왕조의 막내에게 우승은 익숙한 단어였다. 구자욱은 “2012년 신인 때는 당연히 우승하는 줄 알았다. 상무에 다녀와 2015년 처음 1군에서 뛸 때도 당연히 1위를 하고 우승하는 팀인 줄 알았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후 삼성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는 “정말 열심히 뛰는데도 잘 안 되고 우승 근처에도 못 가니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라며 “10여 년 시련 끝에 우승하니 감격스럽다.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했다.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말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삼성 구자욱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KS 시련은 계속됐다. 2024년에는 부상으로 KS에 나서지 못했다. 동료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이번 가을에도 햄스트링 부상이 찾아왔다. 우승 후 밝힌 진단은 예상보다 무거웠다. 구자욱은 “사실 12주 진단이 나왔는데 믿지 않았다.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복귀에만 신경 썼다”라며 “막연히 아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보다 간절했다”라고 말했다.
복귀 뒤에는 트레이닝파트의 노력이 있었다. 구자욱은 “매일 손으로 마사지하고 치료해주셨다. 그런 도움이 있어 오늘 함께 플레이할 수 있었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컸지만 우리는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 모든 선수가 우승이라는 목표 하나로 시작했다. 포기할 수 없었고, 포기가 안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 마음이 모인 출발점은 1월 스프링캠프였다. 특히 돌아온 최형우가 팀에 확신을 줬다. 구자욱은 “우승청부사 형우 형이 오면서 팀이 탄탄해졌다고 생각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첫 미팅이 원동력이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부상으로 외야 수비까지 맡은 선배에게는 “형우 형이 있어서 우승할 수 있었다. 어떤 선배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최형우라는 이름을 거론하고 싶다”라고 했다. “(형우 형은) 55세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장 계약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지난 1월 괌 스프링캠프 훈련 중인 구자욱-최형우. IS포토한국시리즈 MVP 헹가레를 받는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MVP의 공도 동료들에게 돌렸다. 구자욱은 이승민과 박승규, 원태인, 페덱, 후라도, 강민호, 최형우를 차례로 언급하며 “우리는 팀 삼성이고 모든 선수가 MVP”라고 말했다. 밤새 연구한 무라카미 코치와 전력분석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특히 박승규에게는 “앞에서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 나보다 더 미쳤다”라며 “승규가 결혼도 하는데 MVP를 받았어야 했다. 미안하기도 하다”라고 웃었다.
우승의 기쁨 속에서도 다음을 생각했다. 왕조 재건을 묻자 구자욱은 “정말 힘든 일이다. 앞으로 험난한 길이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노력하는 능력을 가진 선수가 많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우승을 당연하게 여겼던 막내 시절과는 다른 다짐을 전했다. “충분히 왕조의 길을 걸을 수 있지만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이 기분은 하루만 느끼고 내년을 생각해야 하는 게 야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