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그룹 바닐라루시로 데뷔해 같은해 KBS 2TV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합창단 편에 출연하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소프라노로 '넬라판타지아'를 부르며, 수려한 외모와 깨끗한 음색과 가창력으로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오래가지 않았다. '남격' 이후 내내 하락세를 걸었다. 노래하는 사람이 노래를 못하니 슬럼프까지 찾아왔다.
그렇게 배다해는 6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겪었다. 그래도 그의 음색은 여전했다. 부드러운 멜로디 위도 따뜻한 목소리가 '똑똑똑' 흘렀다. '똑똑똑'은 배다해가 6년 만에 정식 솔로가수로 선보인 디지털 싱글이다. 직접 노랫말을 붙였다. 겨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발라드 곡으로, 배다해의 맑은 음색과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이다.
배다해가 6년 동안 말하지 못했던 음악이야기는 뭘까. 직접 만나 글로 풀어봤다.
- 성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시작을 했다. 피아노를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했었다. 근데 피아노 대회에 나가면 계속 떨어지더라. 근데 우연찮게 동요대회에 나갔는데 1등을 했다. 어머니께서 이걸 보시고 바로 노래를 시켰다. 어머니의 빠른 판단력으로 재능이 발견 된 것 같다. 어머니가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웃음)"
- 가수를 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성악하면서도 가요를 들었다. 가요를 너무 좋아했다. 계원예술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입학하기 전에 성악과 떨어지면 연극영화가 들어가서 노래나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근데 의지와 상관없이 성악과에 붙었다. 대학 졸업하기 전부터 방향을 틀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성악가 김동규 선생님 음반 녹음할 때 합창을 했는데 신나라 레코드에서 '팝페라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가 들어와서 가수의 길로 눈을 돌렸다."
- 터닝포닝트였겠다. "'기회는 이때다'라고 생각했다. 성악을 드디어 그만할 수 있겠다 싶었다.
- 성악하기 싫었나. "성악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목소리는 성악 쪽에 탁월하다. 근데 기질은 성악과 어울리지 않는다. 클래식을 하려면 성실해야 하는데 나는 썩 성실한 음악인이 아니다. 계속 일탈을 꿈꿨다."
- 성악 쪽으로 타고났나. "타고난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진작에 유명해졌을 것이다(웃음). 남들하는 만큼 했다. 클래식은 작곡가의 의도를 잘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성향을 표출하기에 하계가 있다. 난 내 자아가 강했다. 거기서 성악과 부딪혔다."
- 자아를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다. "작사와 작곡을 시작했는데 아직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웃음)"
- 사랑이야기 외에 노래 부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밝고 희망찬 국민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근데 일단은 단계를 차츰 밟아가야 한다. 그래서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를 선택했다. 내가 희망찬 노래를 한들 인정받지 못한다. 양희은 선생님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들어도 위로와 감동을 받지 않나.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 벌써 '남격' 합창단 편이 방송된지 7년이나 지났다. 출연 계기는. "당시 회사에서 합장단을 뽑는 게 있다고 해볼 생각있으면 신청서해서 달라고 했다. 사실 일반인 합창 단원을 뽑는 줄 알고 갔다. 그래서 미용실에도 안 들렸다. 그냥 이경규 선배님 뒤에서 얼굴이라도 조금 더 비출까해서 갔던 기억이 난다.(웃음)"
- 바닐라 루시로 활동했다가 탈퇴했다. "방향성이 달라서 합의하에 탈퇴했다. 바닐라루시는 일본에서 음반 제의가 들어왔지만, 나는 한국에서 활동해야 했다. 회사와 합의 하에 솔로로 전향을 하게 됐다."
- 솔로로서 역량을 못 펼친 이유는. "당시 내가 속한 회사가 가요 전문 회사가 아니고 이벤트 회사였다. 회사도 나도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남자의 자격' 이후에 가장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 당시엔 회사도 나도 최선이었다. 역량이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 뮤지컬에 도전을 했다. "예전부터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함부러 도전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솔로 활동이 줄어들다보니 시간이 많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의로 떠밀려서 뮤지컬을 하게 됐다. 근데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됐다.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다. "계약직이다.(웃음) 배재대학교 겸임교수를 찾고 있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한 작곡가님에게 나를 추천했다. 급하게 구하고 있던터라 바로 미팅을 했는데 운이 좋게 자리를 주셨다."
- 연장 계약을 할 것 같나. "계약상으론 올해까지다. 연장을 할지 말지는 학교 측에서 판단을하지 않을까.(웃음)"
- 학생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보람이 있다. 나이가 어렸다면 학생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거치면서 음악을 폭넓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다. 20~22세 친구들한테 지금 당장 노래 스타일이 어떻다고 조언해주는 것보다 비전을 보고 용기있게 나갈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싶다. 근데 학생들이 노래를 너무 잘해서 가르칠게 없다.(웃음)"
- 성악 발성 노래 부르는데 도움이 되나. "기본적으로 성악 발성이 있다면 부를 수 있는 폭이 넓다. 학생들에겐 노래 스타일을 정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