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계는 복병이 대작을 집어 삼키는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어떤 영화도 개봉 전까지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억지 흥행, 반전 참패는 없었다. 관객들의 평가가 성적표로 고스란히 찍혔다.
추석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간에 비해 영화의 수가 적어 '결국 대작들이 독점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작품이 나눠먹기에 성공했다. 연휴 전 분위기는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 서클'의 양강구도가 우세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역주행 신화 '범죄도시', 장기 흥행 '아이 캔 스피크' 등 작은 영화들의 반란이 더 눈에 띄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역습이다. 독주·원맨쇼 대신 쌍끌이 흥행·모두의 해피엔딩이라는 표현이 주를 이루면서 10일간의 흥행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지난 달 30일부터 9일까지 개봉순으로 누적관객수를 살펴보면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는 176만1301명, 27일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매튜 본 감독)'은 343만919명 3일 동시 개봉한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은 323만7435명, '범죄도시(강윤성 감독)' 218만1786명을 동원했다.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넛잡2'가 30만7556명을 끌어모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는 연휴가 시작되기에 한 발 앞서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이 가장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들였다. 또 '남한산성'이 개봉 당일인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1위를 차지하고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최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관객수 만으로 연휴 성적을 획일화 시키기는 어렵다.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긴 '아이 캔 스피크'를 제외하고, 세 작품 중 가장 먼저 흥행의 맛을 보게 될 작품은 바로 '범죄도시'다. '범죄도시'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으로 연휴 내 돌파에 성공했다. '남한산성' 손익분기점은 500만 명, '킹스맨: 골든 서클'의 1차 목표는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누적기록 612만 명이다.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
특히 '범죄도시'는 개봉 첫 날 '남한산성'과 '킹스맨: 골든 서클'에 밀려 3위로 출발했지만 6일 '킹스맨: 골든 서클'을 제치더니 8일에는 '남한산성'까지 넘어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토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9일까지 이어졌고 '남한산성'과의 일일 관객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진정한 위너는 복병 '범죄도시'였다.
기대를 모았던 '킹스맨: 골든 서클'은 평가면에서도, 흥행면에서도 전작보다 못한 실망감을 안겼다. 1000만 돌파까지 넘보던 '킹스맨: 골든 서클'이었지만 이제 전작을 돌파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됐다. 관객의 눈은 보다 더 냉정해졌다.
관람 등급도 더 이상 흥행의 척도가 될 수 없는 모양새다. 가족단위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는다는 추석 연휴에도 청소년관람불가(청불) 등급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15세 관람가 '남한산성'과 청불 '킹스맨: 골든 서클' '범죄도시'는 모두 비등한 성적을 받았다. 청불 핸디캡을 이긴 '오락' 장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