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범죄도시'다.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남한산성(황동혁 감독)'과 '킹스맨: 골든 서클(매튜 본 감독)'이 연휴내내 양강구도를 지켜내지 못한 것도 이변, 두 작품을 기대도 하지 않았던 최약체 '범죄도시(강윤성 감독)'가 입소문 하나 만으로 이겨벼린 것도 이변이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에 걸쳐 성공한 '범죄도시'의 역주행 신화는 추석 연휴는 물론 올해 영화계 전체를 놓고 봐도 최대 이변이자 사건으로 꼽히기 충분하다.
당연한 흥행과 당연한 결과는 없다. 당연히 피해야 마땅했던 '킹스맨: 골든 서클'도 이제는 '왜 피했나' 싶을 정도로 약해 보일 뿐이다. 한 주 먼저 개봉해 벌어들인 시간은 오히려 흥행력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한국 영화의 힘이 이렇게 강할 줄은 충무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다.
민족 대명절 답게 한국 영화들은 간만에 찾아 온 특수를 놓치지 않았다. '킹스맨: 골든 서클'이 무너지면서 스크린은 사실상 한국 영화가 점령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남한산성'은 '남한산성'대로 대작의 자존심을 지키며 '명절=사극'이라는 공식을 어느정도 입증시켰다. 그 뒤를 바짝 따라붙은 '범죄도시'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촘촘한 영화적 재미로 관객들의 환심을 샀고 오락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썼다.
여기에 장기 흥행을 통해 4파전을 이끈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는 관객동원력 자체는 다소 떨어졌지만 99.9% 호평이라는 역대급 지지를 받으며 꾸준한 흥행 레이스를 펼쳤다. 확 불타 올랐다가 화력이 뚝 떨어지는 드롭률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해 추석 영화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와 관련 충무로 관계자는 "'범죄도시'는 영화적 재미도 재미지만 판도를 뒤바꾸는 재미까지 스크린 안 팎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남한산성'이 1위에 올라서면서 '역시 예상대로 흘러가는구나' 싶었던 것을 '범죄도시'가 보기좋게 뒤집었다"며 "대부분 흥행 맛을 보기 전 작품성면에서 먼저 인정받은 것도, 독과점 논란이 없었던 것도 성과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여름시장과 마찬가지로 추석 연휴에도 관객들의 평가가 왜 중요한지, 얼만큼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호불호 갈렸던 '킹스맨: 골든 서클'의 성적이 이를 반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