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37)은 드라마 보다 영화에서 늘 더 과감한 시도를 한다. 영화 '미씽:사라진여자'에 이어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싱글라이더(이주영) 감독)'에서도 엄마 역할을 맡았다. 남편과 떨어져 호주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인물이다. 결혼도 안 한 배우가 연속 두 작품에서 엄마 캐릭터를 맡는 건 쉽지 않다. 이미지 때문이다. 특히 공효진처럼 로맨스코미디와 멜로에서 주연을 하고, 광고계 러브콜을 많이 받는 배우들은 기혼 캐릭터 자체에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영화 '러브픽션'에서 겨드랑이 털까지 붙이고 연기한 공효진이다. 엄마 캐릭터는 고민할 거리조차 안 됐다. '싱글라이더'가 운명처럼 다가왔고, 시나리오 자체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땠나. "좋았다. 한 번에 읽었다. '미씽:사라진 여자'와 '싱글라이더'는 시나리오를 읽는 게 너무 기쁠 정도로 좋았다. 깔끔한 단편 소설같은 느낌도 들었다. 원래 시나리오를 읽고 나면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고, 보완하고 정리할 부분이 눈에 보이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정리할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미씽'에 이어 또 엄마 역할이다. "일단 아이를 가진 엄마들한테 공감을 얻어서 좋다. 나한테는 화려한 이미지, 예를 들면 패셔니스타 이런 이미지가 있지않나. 근데 그것 외에 다른 어떤 캐릭터나 이미지로 지지를 얻어서 좋다. 엄마, 여성들의 지지를 얻어서 더 좋기도 하고. 엄마가 주는 무한 공감대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아니지만,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연기를 했나. "난 애 엄마도 아니고, 남편이 있는 여자도 아니라서 공감이 쉽진 않았다. 근데 사실 모든 역할이 다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고령화가족'때도 세번째 결혼하는 여자 역인데 공감하기 쉬웠겠나. 이번에 수진을 연기하기 전에 이런 저런 상상을 해봤다. 수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고생은 안 했을 것 같은 사람같았다. 그냥 좋은 학교 나오고,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맞선으로 재훈(이병헌 역할)을 만나 안정된 결혼생활을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호주로 가라'는 말에 내키진 않았지만 그의 말을 따랐고 호주에서 만난 옆집 사는 크리스랑 친하게 된 거라고 상상했다. 아마 수진의 성격상 남편에게 크리스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단지 재훈이 듣는 둥 마는 둥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그런 인물일 것 같았다."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수진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재훈을 최대한 쓸쓸하게 보이게 할 것, 그리고 수진이 돋보이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재훈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나야 하는 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아역배우 양유진과 연기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호주 캔버라에 사는 아이였다. 5~6세가 제일 컨트롤이 힘든 나이라고 하더라. 게다가 경험이 없으니 연기할 때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을 해줘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어린 아이라 그런지 자꾸 카메라 렌즈를 의식하고 연기를 하더라. '진짜 큰일났다. 이대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진우(양유진 극 중 캐릭터) 어머님께서 그 날 집에 가서 아이를 교정시켜서 보냈더라. 그 다음 문제는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이었다. 진우한테 '이건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지? 힘들어서 못 하겠지? 가짜 엄마가 감독님께 가서 진우는 못 하겠다고 했다고 말할게'라고 하면 오히려 진우가 '싫어. 할거야'라며 열심히 잘 했다. 진우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해서 장난감을 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