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인플레이]태평양을 건넌 플라이볼 혁명
일간스포츠

입력 2017.06.14 06:00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야구의 이론도 그럴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뜨거운 이슈는 '플라이볼 혁명'이다. 타자가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타구를 띄워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도입된 스탯캐스트 기술에서 비롯된 변화다. 레이더 추적 장비로 타구 궤적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경험에 기반한 전통적 지식 대신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졌다.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 타격코치들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선호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인 발사각 10~15도가 아닌 25~35도 사이 타구가 더 높은 타율, 장타율, OPS(출루율+장타율)를 찍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노려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에 배치됐다. 그래서 ‘플라이볼 혁명’이라 불리게 된다. 

데이터 활용에 능하고 도전을 즐기는 일부 구단과 선수가 이를 받아들였다. 스윙 메커니즘에 변화를 줘 의도적으로 공을 띄우기 시작했다. 여러 성공 사례가 나왔다. 토론토 3루수 조시 도날드슨이 대표적 사례다. 올려 치는(어퍼) 스윙 궤적으로 바꾸면서 2014년 29개였던 홈런을 2015년 41개로 늘렸다. 이해 아메리칸리그 MVP의 주인공도 도날드슨이었다. LA 다저스의 저스틴 터너, 워싱턴의 다니엘 머피와 라이언 짐머맨도 비슷한 사례다. 땅볼을 줄이고 공을 강하게 띄우면서 성공을 거뒀다. 

변화는 점점 더 퍼져 나갔다. 2015년 9홈런에 그쳤던 애리조나의 쿠바 출신 외야수 야스마니 토마스는 2016년 31홈런으로 순식간에 거포로 변신했다. 토마스의 평균 타구 각도는 2015년 7.4도에서 이듬해 13.2도로 높아졌다. 텍사스 내야수 루그네드 오도르 역시 16홈런이 33홈런으로 늘어나며 평균 타구 각도가 7.9도에서 14.4도로 올라갔다. 1년 사이 급격하게 홈런이 늘어난 타자 대다수가 타구 각도가 높아졌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나무 장작을 쪼개듯 공을 내리찍는 일명 촙다운(Chop Down) 스윙이나 공과 배트의 궤적을 일치시키는 레벨 스윙 대신 어퍼 스윙의 중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새로운 스윙을 몸에 익히는 훈련법도 속속 시도되고 있다. 새로운 데이터가 새로운 타격 이론을, 또 이론을 뒷받침하는 훈련 방법을 연쇄적으로 촉발시키는 중이다.  

변화의 본질은 아무리 강한 타구라도 띄우지 못하면 그저 단타에 그친다는 상식 위에 서 있다. 한국 야구의 코치, 타자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플라이볼 혁명’은 이제 태평양을 건너는 중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연한 질문이 있다. 아무리 강한 타구라도 띄워야 넘길 수 있다. 그런데 담장을 넘기지 못할 타구를 띄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홈런에 필요한 ‘최소’ 타구 속도는 시속 155km 정도다. 가장 비거리가 커지는 35도 각도로 맞아 나가 좌우 폴 근처 펜스를 넘길 경우다. 대체로는 타구 속도가 시속 160km를 넘어야 홈런을 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시속 160km 타구 속도를 경계로 그보다 느린 타구와 빠른 타구가 발사각에 따라 어떤 결과를 낳는지 확인해야 한다. 


시속 160km 이상 타구는 20~35도 각도로 날아갈 때 가장 높은 OPS를 기록했다. 강하게 공을 띄워야 펜스를 넘길 수 있고, OPS가 높아진다. 하지만 시속 160km 이하 타구는 띄워도 '넘어가지' 않는다. 이 타구들은 20~35도 각도에서 오히려 OPS가 낮아진다. 시속 160km 이하 타구가 가장 효과적인 발사각은 5~20도다.

화려하게 주목받은 플라이볼 혁명의 주역들은, 애당초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타구 속도가 빠른 타자들이었다. 평균 타구 속도가 시속 150km 이상이며, -30도에서 60도 사이 유효 콘택트 타구 중 40% 이상을 160km 이상으로 날린다. 그래서 이들은 강한 어퍼 스윙으로 30도 전후 타구각을 만들면 홈런 숫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KBO 리그에는 이런 타자가 많지 않다. 빗맞은 타구를 제외한 타구각 -30~60도를 기준으로 할 때 시속 150km 이상 타구를 날리는 타자는 리그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는 6.5%로 3.3배 차이가 난다. 메이저리그의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절대 숫자 차이는 더 커진다.

시속 145km 이상을 기준으로 해도 KBO 리그가 16.7%, 메이저리그가 30.9%로 두 배 차이가 난다. 전체적인 파워 히터 비율이 낮기 때문에 플라이볼 스윙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타자도 그만큼 적어진다. KBO 리그 타자들은 타구각을 높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낮췄을 때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

강한 타구가 장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타구의 생산성은 타율에 좌우된다. 시속 160km 이하 타구에서 가장 타율이 높은 각도는 10~15도다. 타율이 무려 0.884다. 압도적으로 빠르지 않은 타구도 이 각도 안에 집어넣으면 9할 가까운 타율을 보장받는다. 반면 타구각을 25도 이상으로 올리면 타율은 1할대로 급락한다.   


플라이볼 혁명의 한가운데서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OPS를 높이려면 공을 띄워라(Your OPS Is In The Air)"라는 조언을 했다. 허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타자 개개인에게 고유한 타구 속도에 맞는 최적의 타구각이 어디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플라이볼 혁명이 태평양을 건넌 '수입품'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KBO 리그는 빠른 타구를 날리는 타자들의 비율이 낮다. OPS를 플라이볼에서 찾으려 하기 전에 자신의 OPS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데이터에 묻는 게 먼저다. 타자마다 최선의 타구 각도는 다르다. 그게 태평양을 건너온 플라이볼 혁명이 가치 있게 활용되는 조건이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 봤는데?"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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