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내셔널리그 정상급 유격수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MLB) 2년 차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존재감은 공격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김하성은 최근 타석에서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 3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4안타를 몰아쳤고, 2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선 5타점을 쓸어담았다. 8월 들어 MLB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타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그런데 공격 못지않게 주목해야 하는 게 '수비'다. 올 시즌 김하성의 유격수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김하성의 UZR(Ultimate Zone Rating)은 29일(한국시간) 기준 5.2로 내셔널리그(NL) 유격수 중 1위다. NL 전체 야수를 통틀어도 무키 베츠(LA 다저스 외야수·11.8) 놀란 아레나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3루수·8.4) 브랜든 로저스(콜로라도 2루수·5.6)에 이은 4위. 지난해 NL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GG)를 받은 브랜든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UZR이 2.6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김하성의 수비 지표는 압도적이다. 크로포드의 올 시즌 UZR은 –2.7로 리그 11위다.
팬그래프닷컴의 UZR은 그라운드를 총 64개의 구역으로 나눠 타구마다 가중치를 매겨 산출된다. ▶보살 등으로 주자의 진루를 막아내는 능력(ARM) ▶병살을 많이 처리하는 능력(DPR) ▶수비 범위 내에서 안타를 차단하는 능력(RngR) ▶평균적인 수비수들에 비해 실책을 얼마나 덜 하는지를 평가하는 척도(ErrR)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 종합적으로 계산한다. 김하성은 지난해 ErrR이 –0.4로 리그 평균보다 떨어졌다. 유격수로 260이닝을 소화하면서 실책을 4개 저질렀다. 1074와 3분의 1이닝 동안 실책 3개를 기록한 케빈 뉴먼(피츠버그 파이리츠)과 비교해도 수비 차이가 확연했다. 그런데 올 시즌 808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면서 실책 5개를 기록, ErrR 수치가 4.2로 상승했다. ErrR 값이 NL 유격수 중 호세 이글레시아스(콜로라도·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김하성은 올 시즌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현지 해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샌디에이고는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실책이 지난해 NL 유격수 중 최다(21개)였다. 화려한 공격 이면엔 부실한 수비가 있었다. UZR이 –7.5일 정도로 수비가 형편없었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13일 경기력 향상 물질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을 보여 8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아 시즌 아웃됐다.
이후 그의 빈자리를 채우는 김하성의 수비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 24일 샌디에이고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의 수비율이 0.985로 MLB 유격수 중 공동 1위고 DRS(defensive runs saved)가 9로 모든 수비수를 통틀어 16위라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DRS는 수비로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수비력이 좋다는 의미다.
기록 사이트에 따라 수치 차이는 있지만 김하성의 수비는 리그 평균을 상회한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잘한다고 하니까 더 잘하는 느낌"이라며 "작년에는 공격이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아 수비라도 잘해야겠다는 심리(부담)가 없지 않았을 거다. 올 시즌에는 방망이가 잘 맞으니까 (수비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요소가 있을 거 같다. (멀티 포지션이 아닌) 유격수로 고정된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첫 유격수 골드글러브에 도전장을 내민 김하성. 게티이미지 김하성은 현재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첫 유격수 GG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체력을 관리하면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송재우 위원은 "현지 중계 중 김하성의 GG 관련한 언급을 하더라. GG를 수상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표는 얻을 것 같다"며 "타티스 주니어는 하이라이트 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줬지만, 실책이 많다. 김하성은 기본적인 플레이를 할 때 실책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시대를 풍미한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어깨가 강해 수비 위치가 깊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은 그런 수비를 하기 어려운데, 김하성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수비 위치를 (깊게) 가져가도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한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