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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데스파이네 효과...새 '이닝 이터' 필요해

지난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는 지난 3년(2020~2022) 동안 KT 위즈 소속으로 뛴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5)도 포함됐다. KT는 이미 지난달 24일 오른손 투수 보 슐서를 영입해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채웠다. 2022시즌 뛰었던 웨스 벤자민과도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포스트시즌 선발진에서 제외했던 데스파이네와는 이미 결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을 앞두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15승 이상 거둬줄 에이스가 필요했던 KT는 2019시즌 11승을 거둔 라울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데스파이네를 선택했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15승 8패,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하며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KT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1시즌도 13승(10패) 평균자책점 3.39를 남기며 나쁘지 않은 페이스를 보여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0시즌 중반 "데스파이네가 많은 승수뿐 아니라 선발진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국내 선발 투수 배제성·소형준·김민수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체력 저하·슬럼프 관리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젊은 투수들에게 데스파이네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정확히는 '4일 휴식 뒤 등판'이라는 루틴을 고수하는 데스파이네 특유의 성향이 의도치 않게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휴식일(월요일)이 정해져 있는 KBO리그에선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 뒤 등판한다. 화요일에 등판하는 투수만 4일 휴식 뒤인 일요일에 출격한다. 데스파이네의 등판 간격을 맞춰주기 위해선 국내 투수가 등판을 미뤄야 했다. 이들의 등판 준비 루틴이 흐트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 효과가 더 컸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최다 등판(35번)과 최다 이닝(207과 3분의 2)을 기록했다. 2021시즌도 33경기에 나서 이닝 소화 부문 리그 1위(188과 3분의 2)에 올랐다. 선발 투수가 많은 이닝을 막아준 덕분에 불펜진 관리도 수월했다. 올 시즌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경험을 쌓은 KT 국내 투수들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자신의 루틴이 지켜지길 바랐다. 결국 후반기부터 데스파이네는 자신의 루틴을 지키지 못했다. 감독과 코치 입장에선 데스파이네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투수들을 먼저 관리해야 했다. 데스파이네의 투구 위력은 이전 2년보다 떨어졌다. KT가 그와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다. 이 결정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숙제도 생겼다. 난타를 당하면서도 이닝을 막아주던 데스파이네가 떠나면서 그 부담을 불펜진이 안게 됐다. KT 선발진은 최근 3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2436)을 소화했다. 2위 삼성 라이온즈가 기록한 2335와 3분의 1이닝 보다 100이닝 더 많았다. 3년 연속 30경기 이상 등판한 데스파이네의 공이 컸다. 당장 2023시즌은 '이닝 이터' 공백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3년 이상 위력을 유지하는 불펜 투수가 드문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데스파이네의 자리를 채우는 새 외국인 투수는 물론 국내 투수들이 이전보다 많은 이닝을 막아줘야 한다. 마침 고영표, 소형준은 승수보다 이닝 욕심이 더 많다. KT 마운드 운영에 꽤 큰 영향을 미쳤던 선발 투수가 떠났다. 2022시즌 KT 레이스 키포인트다. 안희수 기자 2022.12.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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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 NC 팬들 야구장 떠났다, 박병호의 연타석 괴력포

KT 위즈 박병호(36)가 괴력의 연타석 스리런 홈런으로 창원을 침묵에 빠트렸다. KT는 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원정 경기를 15-2 대승으로 장식했다. 시즌 50승(2무 41패) 고지를 밟으면서 리그 4위를 유지했다. 장단 15안타를 폭발시킨 타선의 응집력과 6과 3분의 2이닝 2실점 한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호투가 승리 요인이었다. 2번 배정대(4타수 4안타 2타점)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지만 4번 박병호가 벼락같은 스윙 두 번으로 NC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1회와 3회 연속 범타로 물러난 박병호는 5회 시즌 31호 홈런을 폭발시켰다. 3-0으로 앞선 1사 1·2루에서 NC 선발 구창모의 2구째 시속 133㎞ 포크볼을 걷어 올려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지난달 27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4경기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그의 장타 본능은 네 번째 타석에서도 발휘됐다. 박병호는 8-0으로 앞선 6회 초 1사 1·3루 찬스에서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연타석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다. 이번엔 NC 불펜 이용준의 4구째 시속 143㎞ 직구를 공략해 비거리 125m 타구를 만들어냈다. 홈런 직후 야구장을 떠나는 NC 팬들이 보일 정도로 이날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타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7회 말 다섯 번째 타석에서 대타 이시원과 교체, 박병호에게 휴식을 줬다. 이날 박병호의 타격 성적은 4타수 2안타(2홈런) 2득점 6타점.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종전 4타점 3회) 기록을 갈아치우며 리그 홈런(32)과 타점(84)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5월(11개)과 6월(10개) 무섭게 터지던 홈런포가 7월(4개) 잠잠했지만 8월 첫 경기에서 특유의 몰아치기로 존재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창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8.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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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은 해낸다"…KBO리그에 연착륙, 비바 쿠바

올 시즌 KBO리그에선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 주인공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KT)와 아리엘 미란다(32) 그리고 호세 페르난데스(33·이상 두산)다.데스파이네와 미란다는 쿠바 수도 아바나, 페르난데스는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290㎞ 떨어진 산타클라라 태생이다. 셋 모두 쿠바 자국리그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이후 각기 다른 시점 KBO리그에 둥지를 틀었다.KBO리그 2년차 데스파이네는 안정감이 강점이다.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10승 8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8회로 팀 동료 고영표와 함께 리그 공동 1위. 지난 19일 창원 NC전에선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는 '팔색조'다. 지난해(15승 8패 평균자책점 4.33)보다 더 안정된 모습으로 KT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탠다.미란다와 페르난데스는 '효자 외인'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 첫선을 보인 미란다는 23경기에 등판해 12승 5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 리그 다승 공동 4위, 평균자책점 1위다. '왼손 파이어볼러'인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탈삼진. 185개를 잡아내 2위 라이언 카펜터(한화·149개)를 크게 앞섰다. 지난 25일 잠실 한화전에선 6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뽑아냈다.KBO리그 3년 차인 페르난데스는 꾸준하다. 올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0.319(427타수 136안타)를 기록해 리그 타격 7위다. KBO리그 통산 타율이 0.336, 통산 출루율도 0.403으로 높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0.405(42타수 17안타). 두산은 이 기간 7승(1무 2패)을 쓸어담아 4위로 도약했다. 극단적인 풀 히터라 수비 시프트에 잘 걸린다. 주력이 빠르지 않아 병살타가 리그 1위. 영양가 논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타격 정확도와 선구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KBO리그에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첫 쿠바 출신 선수는 2010년 프란시슬리 부에노(전 한화·아바나 태생)였다. 이후 유니에스키 마야(전 두산·피나르 델 리오 태생), 아도니스 가르시아(전 LG·시에고 데 아빌라 태생) 등이 쿠바 출신이었다. 올해처럼 비슷한 시기 3명의 쿠바 출신이 활약하는 건 이례적이다. 더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겨울 수도권 C 구단에서 워싱턴 소속 타자 야디엘 에르난데스 영입을 추진했다. 에르난데스는 쿠바 마탄사스 태생. 워싱턴에서 선수를 풀어주지 않아 계약이 불발됐지만, 여전히 KBO리그 영입 후보다.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쿠바 출신은 해외리그를 많이 뛴 케이스가 대부분이라서 어디를 가더라도 적응력이 엄청 빠르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많지 않다. 평균은 한다"고 말했다. B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외국인 선수는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 쿠바 선수들은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며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서 국내 선수들이 배울 점도 많다"고 강조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9.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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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 능력" "뛰어난 집중력"…명불허전 '용규 놀이'

베테랑 이용규(36·키움)는 투수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워하는 타자다. 볼카운트가 불리해도 특유의 콘택트 능력을 앞세워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타석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악착같이 투구 수를 늘린다. 그의 활약에 빗댄 '용규 놀이'는 이제 KBO리그 내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다. 지난 4일 수원 KT-키움전에선 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3회 KT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1루 땅볼을 친 뒤 1루로 뛰던 이용규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놀란 이용규가 데스파이네와 대치해 양 팀 더그아웃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경기 후 두 선수가 오해를 풀어 논란이 확대되진 않았지만 데스파이네가 흥분한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그중 하나로 거론된 게 바로 '용규 놀이'였다. 당시 이용규는 무려 10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초구 스트라이크, 2구째 파울로 볼카운트가 몰렸지만 3구째와 4구째 볼을 골라낸 뒤 연거푸 파울 4개를 기록했다. 체인지업, 커브, 포심 패스트볼을 모두 걷어냈다. 이어 9구째 볼로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10구째 체인지업을 때려 1루 땅볼로 물러났다.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데스파이네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할 수 있었다. 이용규는 이날 2회 첫 타석에서도 투구 수 6개를 끌어냈다. '용규 놀이'의 위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장면이었다. 이용규는 5일까지 시즌 타율이 0.276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54명 중 타격 34위. 출루율(0.395)은 15위로 상위권이다. 삼진(28개)보다 더 많은 볼넷(44개)을 골라냈다. 그 바탕에는 '용규 놀이'가 있다. 타석당 투구수(NP/PA)가 4.46개로 한화 정은원(4.54개)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다. 상대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해 실투를 유발한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타격 기술적인 측면에서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 끈질기게 승부하면 수비하는 입장에선 피곤할 수밖에 없다"며 "보통 투수들이 1이닝이 12~15구 정도를 던지는데 한 타자에게 10구 이상을 소모하면 투수 수가 확 올라간다. 그만큼 소화할 수 있는 이닝도 줄고 수비하는 시간이 길어져 수비수들의 피로감도 쌓인다"고 '용규 놀이'의 위력을 전했다. 이용규는 KBO리그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 수 기록 보유자다. KIA 소속이던 2010년 8월 29일 광주 넥센전에서 박준수(현 KT 박승민 코치) 상대로 무려 20구를 던지게 했다. 파울만 무려 15개. 투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박준수는 후속 김선빈 타석 때 송신영과 교체됐다. 한화에서 뛰던 2015년 8월 22일 광주 KIA전에선 양현종 상대로 투구 수 17개를 끌어냈다. 역대 공동 2위 기록이다. 오윤 키움 타격코치는 "팬들이 '용규 놀이'라고 부르는 타격 모습은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나온다. 이용규는 1구, 1구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나고 콘택트 능력이 좋다. 끈질긴 승부를 하는 모습이 동료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승부에 대한 투지를 불어 넣어주기도 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용규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한화 구단에서 방출됐다. 팀의 주장까지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지만, 세대교체가 단행된 팀 쇄신 분위기가 맞물려 일자리를 잃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 자칫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벼랑 끝에 몰렸지만, 가까스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김치현 키움 단장은 "풍부한 경험과 실력, 열정을 가진 선수와 함께해 매우 기쁘다. 연령대가 낮은 선수단에 실력 있는 베테랑의 합류로 뎁스(선수층)와 선수단 분위기가 강화되는 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입대한 임병욱의 빈자리를 채우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개막 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야수고 경험이 매우 많은 베테랑이다. 영입했을 때 '그라운드에서 귀감이 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고 선수단을 이끌어갈 리더십도 있다'며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실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베테랑 외야수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트레이드마크인 '용규 놀이'도 여전하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7.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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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구는 분석이 아니라 싸움이다…김태형의 돌격

"KT 타선과 기 싸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김태형(53) 두산 감독이 10일 KT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선발투수 최원준을 조기 강판시킨 이유를 설명한 말이다. 최원준은 비교적 잘 버텼다.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숫자'가 아닌 선수의 '기세'를 감지했다. 단호하고 빠른 결단을 내렸다.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에서도 종종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투수를 교체했다. 타자와 승부 중에 마운드를 내려온 투수도 있다. 난타를 당하거나, 제구 난조가 심각한 상태도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포수 교체도 마찬가지다. 주전 포수 박세혁이 6회 이전, 그것도 이닝 도중에 안방을 내준 장면도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점수 차, 볼카운트, 이닝 등 숫자 정보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싸움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는 걸 경계한다. 선수의 기용 배경을 설명할 때 기술·기량보다는 태도나 기세에 대해 말한다. 그는 젊은 투수, 경험이 적은 투수일수록 배포가 필요하다고 본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고도, 타자 바깥쪽으로 피해 가는 공을 던지는 투수를 용서하지 않는다. 2020년 미야자키(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마운드 1군 전력감을 물색할 때 그는 "안타를 맞더라도 4~5구 안에 타자와 승부를 보겠다는 공격적인 투수가 필요하다. 일단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결과는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포수의 리드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한다. 김태형 감독은 "몸쪽 빠른 공에 약한 타자라는 분석 자료가 있으면 뭐하나. 그 코스에 던질 수 있는 제구가 없다면 소용없다. 투수 리드는 그저 공 배합을 하는 게 아니다. 투수가 가장 자신 있는 구종과 코스를 주문하고, 투수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싸움꾼 기질은 기 싸움이 팽팽한 단기전에서 더 강하게 발산되고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하고 있다. 평소보다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는 경우도 많다. 김태형 감독은 10일 PO 2차전 9회 말 마무리 투수 이영하가 선두타자 박경수에게 볼넷을 내주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150㎞ 던질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가운데로 꽂아라"고 조언했다. 4-1, 3점 차 앞선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 싸우라는 주문이었다. 이영하는 이후 상대한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이 경기 3회 초 2사 1·3루에서 나온 김재환의 적시타에도 벤치의 지원이 있었다. 김재환은 KT 선발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에게 볼 3개를 얻어낸 뒤 4구를 공략해 우전 적시타를 생산했다. 볼카운트 3볼-0스트라이크에서 타자는 볼넷을 기다리기 마련이지만, 김태형 감독은 타격 사인을 냈다. "4번 타자가 3볼에서 들어온 공을 안 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공격적인 스윙을 주문했다. PO 1차전 9회 초 결승타를 친 김인태에게도 김태형 감독은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기 전에 대결하라고 조언했다. 두산 배터리가 KT 베테랑 타자들에게 고전할 때는 "(어려운) 수 싸움보다는 빠른 공 승부가 낫다"고 당부했다. 김태형 감독의 이런 메시지들이 모여 두산의 공격력과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미 두산을 5년(2015~19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전력이 약화한 올해는 우승권에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정규시즌 마지막에 3위에 올랐다. 그리고 6년 연속 KS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데이터 야구가 대세로 자리 잡은 시대, 김태형 감독 특유의 저돌적인 파이터 기질이 더 돋보이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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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난조+부상자 속출, KT의 위안은 영건 선발 3인

상수(常數)로 여겼던 불펜은 무너졌다. 그러나 변수던 선발진이 버텨줬다. 위안이자 희망이다. KT 현장과 프런트 모두 불펜은 경쟁력이 높다고 여겼다. 2019시즌에 창단 최고 승률(0.500)을 기록하며 5강 경쟁을 할 수 있던 원동력이다. 리그 2년 차를 맞는 마무리투수 이대은은 안정감이 더해질 것이고, 1군 경험을 쌓은 김민수와 손동현도 성장이 기대됐다. 그러나 이대은은 현재 2군에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7.95. 5월 기준 블론세이브(6개)는 10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가세 전력을 꼽힌 좌완 투수 박세진과 하준호도 영점을 잡지 못했다. 높아진 기대치 탓에 부담이 커졌다는 시선도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한준, 황재균, 강백호 등 주축 타자들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지난 주까지 성적은 10승 13패. 언제든 5할 승률 진입을 노릴 수 있다. 불펜은 흔들렸지만 선발진은 기대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5인 로테이션이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 시즌에 팀 내 최다승(13승) 투수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가장 불안하다. 다른 4명은 1승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KT가 라울 알칸타라를 포기하고 영입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는 기대 이상이다. 다섯 경기에서 2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69. 개막 첫 달에 2자책 이상 기록한 경기는 한 번뿐이다. 네 번은 6이닝 이상 소화하며 1자책 이하로 막았다. 현란한 무브먼트와 완급 조절 능력을 증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승운이 없어도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더라"며 흡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20대 초, 중반 젊은 우완 투수 트리오는 희망이다. 배제성(24)은 다섯 경기에서 2승1패·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5월 31일 고척키움전에서 7실점(6자책)을 기록하며 무너졌지만, KT가 2연패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리드를 지켜내는 투구를 했다. 이전 네 경기 평균자책점은 1.07. 연습경기에서는 '2년 차' 징크스가 우려됐지만, 정규리그가 개막하자 태세가 달라졌다. 당시에 타격 페이스가 좋던 롯데와 NC 그리고 KIA를 상대로 호투했다. 그의 성과 에이스의 합성어인 '베이스'가 한층 잘 어울리는 투수가 됐다. 신인 소형준(19)은 5월 8일 두산전에서 역대 아홉 번째로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투수가 됐다. 15일 삼성전에서는 역대 세 번째로 고졸 신인 투수 데뷔 2연승을 거뒀다. 신인 투수를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시킨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5월 29일 홈 경기에서는 리그 에이스 양현종(KIA)과 선발 맞대결을 했다. 5이닝 동안 피안타 9개(2피홈런)를 기록하며 5점을 내줬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며 타선이 안긴 리드를 지켜냈다. 5이닝 6실점을 기록한 양현종에게도 판정승을 거뒀다. 야수의 실책성 수비가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가 좋은 타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라며 말이다. 쑥스러운 승수 추가보다 2피홈런을 주시했다. 평균자책점은 7점대. 그러나 그가 등판한 네 경기에서 팀은 3승을 거뒀다. 이미 리그에는 안착했고, 성장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세 시즌째 선발진을 지키고 있는 3년 차 김민(21)은 시즌 첫 등판 이후 안정을 찾았다. 모두 5이닝 이상 던졌고, 3점 이상 주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때로는 따끔한 지적으로 김민의 단점을 다스리려고 했다. 그러나 특유의 배포를 높이 평가하며 팀 마운드의 미래라고 치켜세운다. 평균 21.3세 영건 3인의 순항은 5할 진입과 도약을 노리는 KT의 가장 큰 자신감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6.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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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로 존재감 보여준 박경수, 주 임무도 '척척'

주장도 주포도 이탈한 상황. 박경수(36·KT)는 버팀목이다. KT는 유한준과 박경수, 두 베테랑 선수의 차별된 리더십을 토대로 더그아웃 기운이 조성되는 팀이다. 유한준이 솔선수범하며 차분하게 끌고 가고, 박경수가 특유의 소통 능력과 파이팅으로 밀어준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인정하는 궁합이다. 주전 자리를 지키며 전력 구성의 한 축을 맡고 있기도 하다. 유한준은 현재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한 탓에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선수단과 동행하며 기운을 북돋우고 있지만,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중심 타선의 무게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박경수는 팀 분위기를 다잡는 리더 역할뿐 아니라 타선의 무게감 유지에 기여하는 타격을 해냈다. 지난주 치른 여섯 경기에서는 타율 0.524(21타수 11안타)·7타점을 기록했다. 22일 LG전은 주포인 강백호마저 손 부상으로 이탈하며 악재가 겹친 채 치른 경기였다. 박경수는 1회초에 상대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로부터 싹쓸이 적시타를 치며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유한준이 빠진 뒤 1주일 동안 멀티히트만 네 번이다. 여섯 경기 가운데 다섯 경기에서 타점을 올렸다. 불펜 난조 탓에 내준 경기는 있었지만, KT의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다. 부주장이자, 현재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 가운데 최고참인 박경수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주장의 부재 속에 자신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의지도 영향을 미쳤을 것. 이번 주중 치른 KIA전 1·2차전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다. 27일 2차전 8회에 기록한 희생플라이가 공격 기여도에서는 유효한 기록. 타격감이 떨어졌다. 그러나 본래 임무인 내야 수비는 충실히 해냈다. 27일 2차전에서는 그의 앞으로 향한 타구만 9개다. 땅볼 유도가 많은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박경수는 안정감 있는 수비로 투수를 지원했다. 데스파이네는 8이닝을 소화했다. 박경수는 내, 외야 수비의 리더이자 하위 타선발 득점 생산의 첨병 역할을 하는 선수다. 라커룸과 더그아웃에서는 활력을 불어넣는 부주장. 그러나 최근 1주일은 다른 선수가 맡던 임무까지 해냈다. 중심 타선에 포진돼 득점력 향상에 기여했다. 주축 선수가 연달아 이탈하며 침체될 위기던 KT도 변수에 흔들리지 않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5.2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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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클린업트리오보다 뜨거운 6·7번 라인

반전 매력을 뽐낸 외인 타자와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전' 주전 2루수. 롯데의 공격력 향상은 두 선수 덕분이다. 롯데는 지난 5일부터 진행된 KT와의 개막 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거두며 우세를 확보했다. 상대가 외인 듀오를 선발투수로 내세운 경기를 모두 잡았다. 연습경기에서 뜨거운 화력을 앞세워 1위에 올랐고, 기세를 이어갔다. 1·2차전에서만 16득점·19안타를 기록했다. 장타력을 겸비한 테이블세터 민병헌, 전준우가 공격 선봉장 역할을 제대로 해냈고, 손아섭과 이대호,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우산 효과를 선사했다. 1~5번 라인의 개별 실력과 경험은 리그에서도 정상급이다. 예상되고 기대된 수준의 시너지다. 반전은 6·7번 라인이다. 정훈(33)과 딕슨 마차도(28)와 얘기다. 화력 증폭의 중심에 두 타자가 있었다. 마차도는 5일 열린 1차전에서 혼자 4타점을 기록했다. 0-1로 뒤진 5회초 무사 2루 상황에서 동점 적시타를 쳤다. 1-2로 끌려가던 7회초 1사 1·2루에서는 KT 투수 김재윤의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해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수비형' 내야수로 평가됐다. 연습경기에서도 1할대 타율에 그쳤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선입견을 지워버렸다. 허문회 감독도 "수비를 하라고 데려온 선수가 공격까지 잘 해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는 "나는 수비와 공격 모두 열심히 하고, '내가 최고'라는 마음으로 나선다"며 웃었다. 6일 2차전에서도 사4구 2개를 얻어내며 공격에 기여했다. 1차전에서 마차도의 동점 적시타는 정훈이 기회를 열었다. 호투하던 KT 선발투수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로부터 좌중간 2루타를 쳤다. 이 경기에서 롯데 타선이 데스파이네에게 뽑아낸 유일한 장타였다. 2차전에서는 쐐기를 박았다. 1-0으로 앞서 있던 롯데는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1~3번 라인이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연속 3안타를 치며 추가 1득점을 했다. 이후 이대호가 외야에 뜬공을 치며 3루 주자의 태그업 득점을 만들어냈고, 안치홍이 좌전 안타를 치며 기회를 이어갔다. 정훈은 이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쿠에바스의 체인지업을 특유의 어퍼 스윙으로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5-0으로 앞서가는 홈런이었다. 정훈은 2013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롯데의 주전 2루수로 나섰다. 그러나 2017시즌부터 내야수 외인이 영입되며 자리를 잃었다. 1루수와 외야수로 포지션 전환을 시도했지만, 출전 기회는 크게 줄었다. 정훈은 주전일 때도 "최소 3~4시즌은 지켜내야 내 자리라고 할 수 있다. 항상 경쟁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공격력 향상을 노렸고, 1루수 겸 지명타자를 맡던 베테랑들이 차례로 팀을 떠난 상황에서 제1 백업으로 올라섰다. 연습경기에서도 생산하는 타구의 질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좋은 기운을 본 무대가 막이 오른 뒤에도 이어갔다. 6·7번 타순에 타서는 두 선수가 개막 시리즈에서 보여준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롯데는 고질적인 공격력 기복을 줄일 수 있다. 내야수 한동희와 포수 정보근, 하위 타선에 포진되는 젊은 선수들도 부담을 덜고 타석에 임할 수도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5.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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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미디어데이]이강철 감독과 유한준의 한 목소리 "가을야구 진출"

"창단 첫 가을야구를 해내겠다". 이강철(54) KT 감독과 주장 유한준(39)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각오를 드러냈다. KBO 리그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전날(2일) 녹화가 진행된 화상 미디어데이가 전파를 탔다. 10구단 감독과 주장이 소속팀 홈 구장에서 온라인을 통해 한 화면에 모였다. 코로나19 정국 탓에 예년처럼 화려한 행사를 진행하진 못했지만, 개막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반가운 행사가 됐다. KT는 이강철 감독 체제로 두 번째 시즌을 치른다. 2019시즌에는 승률 5할을 기록하며 창단 최다 기록을 다시 썼다. NC와 5강 경쟁을 했고, 아쉽게 한 발을 더 내딛지 못했다. 그러나 도약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강철 감독은 출사표를 전하는 차례가 오자 "지난 시즌에 아쉽게 가을 야구는 하지 못했지만, 팀원이 각자 역할을 찾아가면서 5할 승률을 해냈다. 첫 가을야구를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유의 믿음의 야구는 개막 첫 경기부터 이어진다. KT는 창단 처음으로 개막전을 홈구장 위즈파크에서 치른다. 선발투수는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다. KT가 1선발로 기대하며 영입한 투수다. 공끝의 움직임이 좋고, 변화구 제구력도 좋은 투수로 평가됐다. 이 감독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달 25일에 열린 두산과의 연습경기에서는 두 번째 상대하는 타자들에게 거듭 정타를 허용했다. 선수는 100% 실력을 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있다. 데스파이네가 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며 그에게 에이스 역할을 부여했다. 개막 선발로 기대를 모은 신인 우완 투수 소형준은 어버이날에 등판한다. 1차 지명 투수이자 청소년 국가대표팀 에이스던 그는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선발진 진입 후보로 여겨졌고, 비범한 재능을 인정 받았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의 등판 순번을 묻는 질문에 "4선발, 두산과의 첫 경기에 나선다"고 전했다. 개막 3연전을 마치고, 잠실에서 열리는 3연전 첫 경기다.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다. 주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가한 유한준은 "현장 최고참이어서 감독님과 후배들이 대우를 잘 해준다. 진심을 담아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추억을 후배들에게 선사하고 싶다. 팀이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2020시즌을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 목표는 당현히 가을야구 진출이다. 그는 "팬들의 성원 덕분에 이룬 성과가 될 것이다. 만약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적절한 시기에 공모를 받아서 원하시는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5.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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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캠프 MVP? '캡틴' 유한준의 변하지 않는 가치

최고령 주장이 최고령 스프링캠프 MVP까지 됐다. KT 대들보 유한준(39) 얘기다. KT는 지난 7일까지 36일 동안 진행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마치며 주장 유한준을 MVP로 선정했다. 현장과 프런트들의 지지를 받았다. 구단은 "캠프 기간 내내 주장으로 솔선수범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캠프 MVP다. 대체로 기 살리기와 동기 부여가 목표다. 연습 경기에서 남긴 숫자보다는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평가 기준이 된다. 젊은 선수, 1.5 선수가 주로 선정된다는 얘기다. KT도 훈련 성과가 좋은 선수들도 따로 선정해 의미를 부여했다. 우수 야수상은 포수 허도환과 내야수 박승욱과 천성호가 선정됐다. 우수 투수상은 지난 시즌 KT의 5할 승률을 이끈 김민수와 김민 그리고 신인투수 소형준이 수상했다. 이강철 감독은 "운동하는 마음가짐이나 분위기, 자세 등을 고려해서 모두에게 MVP를 주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유한준이 무탈한 캠프 종료와 팀 단합력 향상이라는 대의를 추구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강한 신뢰를 받는 리더에게 상까지 준 KT의 선택. 뻔하지 않았기에 주목받았다. 유한준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팀 내 중고참 황재균(33)에게 "이제 팀 주장을 해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그는 "맞는 말이다"면서도 "그런데 KT는 (유)한준이 형이 종신 주장이시다"며 웃었다. 실력, 인기를 갖춘 선수도 그를 따르는데 주저가 없다. 모범적인 선수 생활로 귀감이 되고, 꾸준히 좋은 성적으로 실력을 증명한 선수다. 특유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성향은 팀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유연하면서도 정도를 지키는 선후배 관계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지도자, 프런트와의 가교 역할을 잘해냈다. 이강철 감독뿐 아니라 이숭용 단장도 그를 가교 삼아 소통한다. 이 감독은 타순 변화처럼 자신의 고유 권한에 관해서 주장의 의견을 듣는다. 이 단장도 선수단을 향한 당부를 대신 전한다. 2018시즌 신인왕 강백호(21)처럼 실력은 있지만, 경험이 더 필요한 선수에게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강백호도 "옆에서 보면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새 외인 오드사리머 데스파이네는 "다른 외인 외 가장 잘 챙겨 선수는 주장이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큰 의미다. 유한준은 어느덧 한국 나이로 40살이다. 세월과 맞서야 하기에 자신에게만 집중해도 부족하다. 그러나 그는 팀원을 이끌고 간다. 유한준은 "팀이 나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나이가 들었다고 달라진 점은 없다. 계획된 준비 속에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 시즌 창단 최고 승률(0.500)을 기록하며 1군에 걸맞은 팀으로 거듭난 KT의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다. "팬들께서 기대하는 가을 야구라는 결과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말이다. 코로나 정국 탓에 2020시즌 개막이 연기됐고, 각 구단은 국내에서 3차 캠프를 시작한다. 어수선한 상황. 유한준의 리더십은 더 빛날 전망이다. KT와 최고령 주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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