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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변수 많은 NC 불펜, 단단한 '버팀목' 원종현

시즌 초반 NC 불펜은 변수가 많다.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된 임창민(35)은 구위가 들쭉날쭉하다. 스프링캠프부터 연봉 협상 불협화음을 냈던 김진성(35)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는 수년간 공룡군단의 불펜을 이끈 주역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불펜 에이스로 활약한 박진우(30)까지 부진하다. 어려움 속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건 마무리 투수 원종현(33)이다. 가치는 '기록'에서 나온다. 원종현은 시즌 첫 20경기 등판에서 12세이브를 챙겼다. 리그 1위. 지난해 31세이브에 이어 무난하게 2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이 2.33(19⅓이닝 5자책점)로 준수하다. 피안타율이 0.206로 낮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93으로 수준급이다. 그는 "사실 바꾼 건 없고 하던 대로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멘탈 어드바이저와 얘기하면서 경기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마인드를 만들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올해 KBO 리그는 마무리 투수 수난시대다. 지난해 세이브 1위에 올랐던 SK 하재훈은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블론세이브가 벌써 6개. KT 이대은은 평균자책점이 무려 10.13이다. 지난달 23일 1군 엔트리에서 이름이 지워졌고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 두산 이형범은 1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뒤 마무리 투수 보직을 박탈당했다. 원종현도 블론세이브가 2개 있다. 하지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지표가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허용률)가 대표적이다. IRS는 승계주자 실점을 얼마나 허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원종현의 지난해 IRS는 35.7%(42/15)로 높았다. 하재훈(18.8%) 고우석(LG·17.9%)을 비롯한 다른 팀 마무리 투수보다 2배 이상이었다. A급 불펜으로 분류하기 힘든 수치였다. 그런데 올해 IRS가 9.1%(11/1)에 불과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원종현은 "상황의 차이인 것 같다. 작년에는 아무래도 이닝을 조금 많이 소화하다 보니 결과들이 쌓여 안정적으로 피칭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8회에 등판해야 하는 상황이 지금까지 거의 없어 위기 상황에 등판하더라도 조금은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9이닝당 삼진은 6.52개다. 전년 대비(8.85개) 2개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9이닝당 볼넷을 2.55개에서 1.86개로 낮췄다. 눈여겨볼 부분은 땅볼/뜬공 비율. 지난해 1.09에서 1.73으로 수치가 올랐다. 땅볼 유도가 그만큼 많아졌다. 그는 "스프링캠프 전부터 코치님과 대화를 통해 몸쪽 승부에 대한 중요성을 더 생각하고 시즌을 준비했다. 던지는 공이 투심성이다 보니 몸쪽을 던졌을 때 빗맞아 땅볼이 되는 게 삼진과 볼넷 비율이 낮아진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NC는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첫 우승할 기회'라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온다. 변수가 쏟아지는 불펜에서 뒷문을 지키는 원종현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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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미래라던 '배·구·장 트리오'…더딘 장현식의 성장

김경문 전 NC 감독은 2016년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흥미로운 얘길 했다. 모두의 눈이 집중된 자리에서 "장현식·배재환·구창모는 앞으로 NC의 기둥이 될 자질을 갖췄다"고 공언했다. 2011년 8월 NC 창단 사령탑에 오른 김 전 감독은 7년간 재임하며 꽤 많은 투수에 공을 들였다. 이른바 '배·구·장 트리오'라고 불린 세 선수는 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자원으로 손꼽혔다. 2020년 유망주들이 알에서 깨어났다.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구창모(23)는 리그 평균자책점 1위(0.75)다. 개막 첫 달인 5월 월간 MVP에 선정됐다. 선발 등판한 7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를 달성했다. 배재환(25)은 핵심 필승조로 NC 불펜의 버팀목이다. 마무리 투수 원종현과 함께 이동욱 감독이 믿고 내는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유독 장현식의 성장이 더디다. 한때 '구위가 가장 좋다'는 평가까지 들었지만, 결과가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 장현식은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1군에 '지각' 등록됐다. 시즌 첫 9경기에 등판해 기록한 평균자책점이 무려 9.31(9⅔이닝 10자책점)이다. 피안타율이 0.308로 3할을 넘는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86으로 높다. 2군에서도 부진했다. 5경기에 등판해 피안타율이 무려 0.448이었다. 1군 성적이나 2군 성적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동욱 감독은 14일 창원 키움전에 앞서 장현식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그만큼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2017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9승을 따냈다. 개인 최다였다. 그해 평균자책점은 5.29로 높았다. 2018년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하는 악재 속에 불펜으로만 21경기 등판했다. 평균자책점은 7.43으로 여전히 높았다. 지난 시즌엔 53경기에 나와 9홀드 평균자책점 4.61을 기록했다. 불펜에서 한 자리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올해 제자리걸음 중이다. 특히 트레이드마크인 삼진은 크게 줄었고 볼넷 허용은 늘었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자기 공을 못 던지는 거 같다. 과거 좋았을 때는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위축된 느낌이다.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다"며 "공의 무게감이라는 게 있는데 타자와 붙지 못한다. 이전엔 맞아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던지는 거 같았는데 이젠 안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던지니까 코너워크를 하다가 스스로 무너진다. 과거엔 3구 루킹 삼진도 잡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다"고 평가했다. 장현식은 장점이 많다. 서울고 재학 시절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 지명됐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포크볼 조합은 타자가 알고도 속는 레퍼토리로 통했다. 2017년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17에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그러나 성장이 더디다. 올핸 구속도 약간 떨어진 모습이다. 13일 창원 키움전에선 대부분의 직구가 시속 145㎞를 넘지 않았다. 꽤 많은 투구가 142~3㎞/h에 형성됐다. 리그 1위 NC는 장현식의 반등이 필요하다. 시즌을 소화할수록 배재환과 원종현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지난해 불펜에서 맹활약한 박진우가 부진하다. 베테랑 임창민과 김진성도 아직 큰 보탬이 되지 못한다. 강력한 구위에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한 장현식이 궤도에 올라와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6.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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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GG까지 석권' 양의지, 2019년 최고의 선수

양의지(32·NC)가 2019년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양의지는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효 투표수 347표 가운데 316표, 득표율 91%를 얻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수상이기도하다. 최근 여섯 시즌(2014~2019년) 가운데 다섯 번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포수가 됐다. 그는 지난주에 언론사와 야구 단체 주최로 열린 다섯 번의 시상식에서 최고 타자상, 최고 선수상을 휩쓸었다. 2018시즌 최하위던 NC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개인 성적도 정상급이다. KBO 리그 마지막 공식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웃었다. 이제 수식어가 달라졌다. 포지션에 국한됐던 '포수'가 아니다. 역량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 '선수'가 됐다. 부담감을 안고 맞이한 시즌이다. 양의지는 지난해 12월, 13년 동안 몸담은 두산을 떠났다. 2018시즌 종료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고, 계약 기간 4년·총액 125억원에 NC로 이적했다. KBO 리그에서만 뛴 선수의 역대 최고 몸값을 받았다. 친정팀을 떠났고, 천문학적인 대우를 받았다. 책임이 뒤따랐다. 다부진 각오가 필요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양의지는 "나를 향한 기대치가 높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부담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그저 "무조건 잘하겠다"며 형식적인 말을 전하지 않았다. 부상, 슬럼프 등 한 시즌을 치르며 겪는 다양한 변수에 대해 이전보다 철저하게 대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양의지 효과는 시즌 초반부터 두드러졌다. 3월 23일에 열린 2019시즌 개막전이자 신축 구장 창원 NC파크의 공식 개장 경기에서 1회말 삼성 투수 덱 맥과이어로부터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에는 타선의 중심인 4번 타자로 나섰다. 주포 나성범이 개막 열흘 만에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하고, 외인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가 경기력 기복을 드러낸 상황에서도 NC 공격을 이끌었다. 안방에서도 기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양의지는 입단식에서 "NC 마운드에 오르는 모든 투수가 제 공을 던지도록 도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각오를 지켰다. 좌완 선발 구창모 등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대체 투입된 우완 사이드암 박진우(29), 2년 차 좌완 김영규(19)의 안착을 이끌었다. 원종현의 마무리투수 변신도 지원했다. '부상' 병동이던 NC가 시즌 초반 상위권을 지킬 수 있던 힘은 마운드에 있었다. 양의지는 젊은 투수, 1군 등판 경험이 적은 투수들의 버팀목이 됐다. 리더 역할도 해냈다. 양의지는 시즌 전부터 "새 동료, 특히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라운드에서는 야수진 조율도 해야 한다. 두산에서는 오재원 선배가 하던 역할이지만 NC에서는 내가 해야 한다"고 했다. 전면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개개인이 중심을 잡아야 할 때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영규가 데뷔전 선발승 거둔 3월 27일 KT전은 양의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6회초, 흔들리던 김영규에게 "형이 홈런을 칠 테니 마음껏 투구하라"고 조언하며 투수를 진정시키고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어 나선 6회말 타석에서는 3점 차로 달아나는 투런포를 때려냈다. 양의지 효과의 대표 사례다. 그는 핀 조명이 자신에게만 향하는 것도 경계했다. 인터뷰를 통해 "다른 선수들이 잘해서 이기는 경기가 더 많다. 나는 이적이라는 특수 상황 덕분에 더 주목받는 것이다"고 했다. 젊은 투수들의 선전에 대해서도 "원래 올 시즌에는 존재감을 드러냈을 선수들이다"며 공(功)을 후배들의 자질로 돌렸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치르겠다던 각오는 지키지 못했다. 주전 포수와 4번 타자로 나서며 누적 피로가 생겼고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KT와의 5강 경쟁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점에 다시 돌아와 5위 수성을 이끌었다. 분수령이던 9월 12~13일 KT 2연전에서도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달아오른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수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개인 타격 성적까지 챙겼다. 타율 0.354·출루율 0.438·장타율 0.574를 기록했다. 타격 3관왕. 이만수 전 감독이 1984년에 해낸 이후 35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포수 타격왕이 됐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은 6.83. 리그 3위 기록이다. 양의지의 행보는 리그 흥행과도 밀접했다. 친정팀 두산과의 승부는 시즌 중반까지 매번 화제가 됐다. 후반기 돌입과 동시에 포수 타격왕 재현이 화두로 떠올랐다. 2020 스토브리그가 진행 중인 현재는 새삼 대형 FA 계약 성공 사례로 재조명받고 있다. 2019년은 양의지의 해였다. 양의지는 "최다 득표를 하지 못해서 아쉬운 건 없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서 함께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서울(삼성동)=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19.12.0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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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1만26구' NC 불펜, 공룡 발목 잡는 과부하

불펜 과부하 문제가 '공룡'의 발목을 잡을 위기다.NC는 2017시즌 불펜 부담이 가장 큰 구단이다. 선발 투수가 소화한 이닝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700이닝을 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불펜이 책임져야 하는 이닝은 많았다. 불펜 투수 소화 이닝은 587⅔이닝으로 삼성(563⅓이닝)에 앞선 리그 1위였다. 불펜 투수가 던진 총 투구수도 1만26개로 삼성(1만482개)에 이은 2위였다. 리그 평균인 8930개보다 1096개가 더 많았다. 하지만 NC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4.32로 리그 2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 쉽게 말해 많이 나왔지만 잘 막았다.하지만 세부지표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 개막 후 8월까지 3.96이었던 불펜 평균자책점이 9월에 악화됐다. 9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6.56으로 리그 8위. 10구단 kt(5.95)보다 더 좋지 않았다. '불펜의 핵' 김진성(이하 9월 평균자책점 6.14)과 원종현(6.00)·임정호(12.46)·임창민(10.13)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이 흔들렸다. NC는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불펜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선두 KIA를 맹추격하는 2위에서 4위로 순위가 급락한 것도 불펜이 흔들린 게 가장 큰 이유였다.선발 보강이 없는 상태에서 버팀목이었던 불펜이 안정감을 잃자 장점이 사라졌다. 가장 뼈아픈 건 김진성의 부진이다. 김진성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50경기 이상을 뛰었고, 최근 2년 연속 80이닝 이상을 책임진 필승조다. 올 시즌에는 무려 89⅔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1위. 하지만 9월 이후 출전한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7.80으로 치솟았다. 원종현과 임창민의 가교 역할을 해줬던 김진성이 흔들리면서 필승조의 위력도 반감됐다.원 포인트로 왼손 계투라인을 책임졌던 임정호도 부진(9월 이후 평균자책점 11.57)을 털어내지 못하고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선발 자원이었던 구창모를 시즌 막판 불펜으로 옮긴 것도 임정호의 부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승리하긴 했지만,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불펜은 불안했다. 개막 후 8월까지 보여줬던 압도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장현식의 깜짝 호투와 에이스 에릭 해커의 위력이 아니었다면 불펜의 부진을 더욱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결국, 김경문 감독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에 앞서 선발 투수인 제프 맨쉽을 불펜으로 보직 이동시켰다.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승부수였다. 그만큼 불펜이 불안했다. 김 감독은 PO 2차전이 끝난 뒤 '포스트시즌을 계속 치르면서 불펜의 체력 소모가 심하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걱정은 되지만 선수들이 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몇 경기 남지 않았으니까 이겨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불펜 과부하, 한국시리즈(KS)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풀어야 할 만만치 않은 숙제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7.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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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후반기 방향타, '280만 달러 듀오'가 잡다

NC의 후반기는 '280만 달러 듀오'에게 달려 있다.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을 보유한 NC의 고민은 선발이다. 홀드 1위 원종현과 세이브 1위 임창민이 버티고 있는 불펜에 비해 선발의 중량감이 확연하게 떨어진다.NC는 전반기에만 선발투수로 11명을 기용했다. 5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는 6명. 이 가운데 4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8승3패·평균자책점 2.93)와 제프 맨쉽(7승·무패·평균자책점 1.53) 두 명뿐이다.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 구창모와 장현식 모두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국내 에이스 이재학은 선발로 나선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29로 흔들렸다.소화 이닝도 짧다. NC의 선발투수 평균 이닝은 4⅓이닝으로 리그 최저 수준이다. 해커가 6⅓이닝, 맨쉽이 5⅔이닝을 책임지고 있지만 국내 선발진이 제 역할을 못해 주고 있다. 지난해 데뷔 첫 10승 고지를 밟았던 최금강은 선발 평균 3⅔이닝을 소화했다. 구창모와 장현식 역시 4이닝을 버티기도 버겁다. 그 부담이 고스란히 불펜 과부하로 연결되고 있다. 후반기에도 NC의 고민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군에서 불러 올릴 만한 마땅한 자원이 없는 상황. 결국 '버팀목'은 해커와 맨쉽이다.NC는 외국인 투수 농사가 성공적이다. 올해로 KBO 리그 5년 차에 접어든 해커는 여전히 강력하다. 시즌 16번의 선발 등판에서 8승을 거뒀다. 전반기 리그에 4명밖에 없던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중 한 명. 팀은 해커가 나온 경기에서 승률 0.813(16경기 중 13승)를 기록했다. 등판하는 경기마다 최소 6이닝을 책임져 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100만 달러(연봉 90만 달러·옵션 10만 달러) 연봉이 아깝지 않은 성적이다.맨쉽도 마찬가지다. 시즌 8번의 선발 등판에서 7승 무패로 승률 100%다. 오른팔꿈치 근육 부분 손상을 이유로 지난 5월 12일부터 7월 11일까지 61일 동안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지만 성적 하나는 발군이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던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 복귀해 4⅔이닝 1자책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클리블랜드 소속 현역 빅리거로 지난해 겨울 총액 180만 달러(연봉 170만 달러·옵션 10만 달러)에 계약한 맨쉽은 '중간계투→선발'이라는 보직 전환이 변수였다. 하지만 확장된 스트라이크존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면서 순항을 이어 가고 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이 0.91로 완벽에 가깝다.NC는 해커와 맨쉽의 합산 시즌 성적이 15승(3패)이다. 선발진이 거둔 31승의 50%에 육박한다. 그만큼 두 투수의 행보가 리그 2위를 유지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후반기에도 기댈 곳은 '외국인 듀오'다. NC의 시즌 방향타를 해커와 맨쉽이 쥐고 있다. 배중현 기자 2017.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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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멜트다운으로 본 KBO리그 불펜, 최고는 박희수

메이저리그의 최근 트렌드는 '불펜'의 강조다. KBO 리그도 다르지 않다.KBO 리그에서 감독들은 불펜 투수에게 더 많이 의존한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는 경기당 3.3이닝을 책임졌다. KBO 리그에선 3.8이닝이다. 구원투수의 투입과 강판 시점, 연투와 휴식 등은 감독이 결정한다. 효과적이면서도 '건강한' 불펜을 운영해야 하는 감독의 업무는 더 막중해졌다.불펜 운용의 효과성을 보여 주는 고전적인 지표는 세이브, 블론 세이브, 홀드 등이다. 하지만 이 지표들에는 결점이 몇 가지 있다. 세이브는 경기 내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9회 1점 차 무사 만루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은 세이브와 3점 차에 등판해 2점을 주고 거둔 세이브도 똑같이 취급된다. 마무리 투수 앞에 등판하는 계투 요원들의 실적도 고려되지 않는다. 홀드라는 대체재가 있지만 세이브처럼 경기 상황에 대한 고려는 없다.그래서 수년 전 미국 야구 연구가 사이에서 등장한 지표가 '셧다운(Shutdown·SD)'과 '멜트다운(Meltdown·MD)'이다. 투수가 등판해 팀의 기대승률(WE·Win Expectancy)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따진다. 등판 시점의 기대승률과 강판 시점의 기대승률의 차이가 '추가한 기대승률(WPA)'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닝을 잘 막을수록 WPA는 커진다.고전적인 세이브나 홀드가 갖지 못하는 장점이다.올 시즌 KBO 리그 불펜을 셧다운과 멜트다운으로 살펴봤다.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된다. 단, 지표의 기준은 변경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WPA가 +0.06 이상이면 셧다운, -0.06 이하면 멜트다운이 기록된다. 0.06, 즉 6% 차이는 3점 차 경기 막판 1이닝 혹은 2이닝을 구원투수가 혼자 막아 냈을 때 WPA의 평균치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는 투고타저인 반면 KBO 리그는 타고투저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론 안정적인 리드도 KBO 리그에선 불안하다. 같은 상황에서도 KBO 리그 팀의 기대승률은 메이저리그보다 낮다. 이를 고려해 KBO 리그에선 셧다운을 +0.04 이상, 멜트다운을 -0.08 이하로 설정했다. ▶ 최고 구원투수는 SK 박희수SD 개수가 얼마나 자주 공적을 세웠는지를 말해 준다면, SD/MD 비율은 불펜 투수의 ‘안정감’을 보여 준다. MD가 적은 투수는 그만큼 팀에 피해를 끼친 횟수가 적다. SD/MD 수치도 높게 나타난다.올해 KBO 리그에서 SD/MD 비율이 가장 좋았던 투수는 '투심 스페셜리스트'인 SK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SD 30개를 기록하는 동안 MD 경기는 딱 5차례였다. 비율은 6.0으로 SD 20개 이상 구원투수 중 가장 높았다. 박희수보다 SD가 더 많았던 LG 임정우는 MD 13회로 안정감에서 떨어졌다.박희수와 같은 SD/MD 비율을 기록한 투수가 있다. SK 후배 김주한(12SD·2MD)이다. 왼손 타자를 체인지업으로 잡을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다. 시즌 중반 샛별같이 나타나 LG 마운드의 버팀목이 된 김지용도 21SD·5MD로 비율 4.2를 기록했다. ▶ 정우람의 진가는 세이브 숫자에서 드러나지 않는다.세이브 8위(16개)에 그친 한화 정우람은 SD 순위에서는 6위(28개)에 올랐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지만 중요한 상황에 자주 등판해 불을 껐다. 경기 후반 접전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의미다. 6월 5일 대구 삼성전이 대표적이다. 정우람은 8회말 4-4에서 등판해 10회까지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이 경기에서 기록한 WPA는 0.335였다. 팀 기대승률이 66.5%일 때 등판해 100%, 즉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올 시즌 구원투수 중 가장 높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3.26을 기록하기도 했다.▶ 권혁의 노고는 SD 숫자에서 드러난다.한화 권혁은 13홀드로 이 부문 10위였다. 그러나 66경기에서 95⅓이닝을 던진 그는 올해 KBO 리그에서 가장 고된 일을 했던 투수다. 6승 3세이브 13홀드는 그의 노고를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하지만 SD는 보여 준다. 넥센 김세현과 SD 공동 4위(29개)에 올랐다. 팀 내 1위다. 29SD는 건실한 피칭으로 팀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놓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는 증거다.▶ 한화 불펜 운용은 마구잡이였다. 권혁의 SD 개수가 자랑스러운 훈장이라면, MD 개수는 슬픈 자화상과 같다. 권혁은 29SD을 기록하는 동안 MD도 무려 16번 기록했다. 16MD는 전체 구원투수 중 네 번째로 많다. 한화에는 권혁보다 더 많은 MD를 기록한 투수도 있다. NC 김진성, 롯데 윤길현과 같은 18MD의 박정진이다.29번 SD는 권혁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불펜 투수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는 너무 자주, 많이 던졌다. 과부하가 걸리자 막을 수 있는 점수를 막아 내기가 어려워졌다. 7월 이후 권혁은 3SD와 5MD를 기록했다. 지쳤다는 증거다.박정진은 올 시즌 19SD·18MD를 기록했다. 18MD는 성적이 심각하게 나쁜데도 중요한 상황에 자주 기용됐다는 뜻이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박정진은 올해 77경기에 나서 84이닝을 던져야 했다. 평균자책점은 5.57이다. 김성근 감독은 대체 왜 박정진 등판을 고집했을까. 이유는 몰라도 결과는 확실한 실패였다. ▶ 후반기 임정우는 ‘진짜’였다.임정우는 전반기 LG 팬들의 성토 대상이었다. 6월에 11경기 평균자책점 12.10으로 부진하자 비난의 수위는 더 높아졌다. 6월 14일 잠실 NC전에서는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안타-안타-안타-볼넷을 만들며 교체됐다. 6월 SD는 3개에 그친 반면 MD는 5개였다.무너지는가 싶었던 임정우는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후반기 SD는 16개였고, MD는 딱 두 개였다. 난공불락, 철옹성이 따로 없었다. 다른 기록에서도 그의 후반기 호투가 확인된다. 전반기 5.08이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2.27로 급격히 호전됐다.▶ 롯데의 FA 불펜 영입은 실패?롯데는 2015시즌 뒤 마무리 투수 손승락과 중간계투 윤길현을 각각 총액 60억원과 38억원에 영입했다. 하지만 SD와 MD로 살펴본 두 투수의 영입은 적어도 올해는 실패작이었다.손승락은 24SD·10MD을 기록했다. 등판 횟수(48경기)가 적은 탓에 SD 숫자도 적다. 평균자책점도 4.26으로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적 동기 윤길현에 비하면 양반이다.윤길현은 SD 20개를 기록하는 동안 리그 최다인 18MD을 쌓아 올렸다. 말 그대로 ‘멜트다운'. 마운드 위에서 후쿠시마의 원자로 노심처럼 녹아내렸다.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치솟았다. 50이닝 이상 던진 구원투수 중 삼성 백정현(6.02)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쁘다. KBO 리그의 '고가 불펜 FA' 현상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 불안했던 ‘뱀직구’와 ‘로켓’MD로 울상이 된 팀은 롯데뿐만이 아니었다. KIA는 지난겨울 삼성에서 방출된 임창용을 영입했다. 징계로 72경기 등판이 불가능했지만 후반기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임창용의 SD는 13개에 그쳤고, MD는 9개였다. 15세이브와 6블론 세이브는 KIA가 기대한 임창용의 기록이 아니었다.LG에 세 번이나 팔꿈치 인대를 바친 이동현도 FA 계약 첫해인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SD(11개)보다 MD(14개)가 더 많았다. 지난해엔 16SD·8MD, 2014년엔 27SD·8MD였다. LG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3년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성적은 얻지 못했다.▶ 숨은 진주, 채병용·윤명준·이정민 SD와 MD는 기존 세이브나 홀드로는 저평가된 선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유용함이 있다. SK 채병용, 두산 윤명준, 롯데 이정민은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투수는 아니다. 홀드 순위에서도 윤명준이 공동 14위, 채병용과 이정민은 공동 19위였다. 세이브는 세 투수 모두 2개씩에 그쳤다.하지만 SD와 MD에서는 이들의 팀 공헌도와 진가가 드러난다. 채병용은 26SD·9MD, 윤명준은 19SD·7MD, 이정민은 18SD·7MD를 기록했다. SD/MD 비율로 안정감을 평가한다면, LG 임정우(2.5), 두산 이현승(2.1)보다 나았다. 특히 이정민은 구원투수 WAR이 2.37로 전체 6위였다. NC 원종현, LG 임정우, SK 박희수보다 나았다. ▶ 그런데, 오승환은 어땠을까?KBO 리그 역사상 최고 구원투수는 오승환이다. 2010년 이후로 한정할 때 오승환은 SD와 MD에서 가장 탁월한 투수였다. 삼성 소속이던 2011년 오승환은 셧다운 38회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시즌 최다 기록이다. 개수로는 2011년 정우람(37SD), 2012년 박희수(36SD), 2014년 한현희(36SD), 2015년 조상우(34SD)도 오승환과 견줄 만하다. 하지만 2011년 오승환이 기록한 MD는 딱 한 번뿐이었다. 다른 네 투수는 개인 최다 SD를 기록한 시즌에 모두 10개가 넘는 MD를 기록했다. 진짜 '끝판왕'인 셈이다.박기태(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2016.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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