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NC 불펜은 변수가 많다.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된 임창민(35)은 구위가 들쭉날쭉하다. 스프링캠프부터 연봉 협상 불협화음을 냈던 김진성(35)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는 수년간 공룡군단의 불펜을 이끈 주역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불펜 에이스로 활약한 박진우(30)까지 부진하다. 어려움 속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건 마무리 투수 원종현(33)이다.
가치는 '기록'에서 나온다. 원종현은 시즌 첫 20경기 등판에서 12세이브를 챙겼다. 리그 1위. 지난해 31세이브에 이어 무난하게 2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평균자책점이 2.33(19⅓이닝 5자책점)로 준수하다. 피안타율이 0.206로 낮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93으로 수준급이다. 그는 "사실 바꾼 건 없고 하던 대로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멘탈 어드바이저와 얘기하면서 경기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마인드를 만들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올해 KBO 리그는 마무리 투수 수난시대다. 지난해 세이브 1위에 올랐던 SK 하재훈은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블론세이브가 벌써 6개. KT 이대은은 평균자책점이 무려 10.13이다. 지난달 23일 1군 엔트리에서 이름이 지워졌고 아직 복귀하지 못했다. 두산 이형범은 1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뒤 마무리 투수 보직을 박탈당했다.
원종현도 블론세이브가 2개 있다. 하지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지표가 지난해보다 향상됐다.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허용률)가 대표적이다. IRS는 승계주자 실점을 얼마나 허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원종현의 지난해 IRS는 35.7%(42/15)로 높았다. 하재훈(18.8%) 고우석(LG·17.9%)을 비롯한 다른 팀 마무리 투수보다 2배 이상이었다. A급 불펜으로 분류하기 힘든 수치였다. 그런데 올해 IRS가 9.1%(11/1)에 불과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원종현은 "상황의 차이인 것 같다. 작년에는 아무래도 이닝을 조금 많이 소화하다 보니 결과들이 쌓여 안정적으로 피칭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8회에 등판해야 하는 상황이 지금까지 거의 없어 위기 상황에 등판하더라도 조금은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9이닝당 삼진은 6.52개다. 전년 대비(8.85개) 2개 정도가 줄었다. 하지만 9이닝당 볼넷을 2.55개에서 1.86개로 낮췄다. 눈여겨볼 부분은 땅볼/뜬공 비율. 지난해 1.09에서 1.73으로 수치가 올랐다. 땅볼 유도가 그만큼 많아졌다. 그는 "스프링캠프 전부터 코치님과 대화를 통해 몸쪽 승부에 대한 중요성을 더 생각하고 시즌을 준비했다. 던지는 공이 투심성이다 보니 몸쪽을 던졌을 때 빗맞아 땅볼이 되는 게 삼진과 볼넷 비율이 낮아진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NC는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첫 우승할 기회'라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온다. 변수가 쏟아지는 불펜에서 뒷문을 지키는 원종현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