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LG 이동현, 1억7천만원 재계약…신연봉제 원칙 ‘흔들?’
LG 이동현(31)이 1억7000만 원에 2014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 이동현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구단 관계자를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세 번째 협상 끝에 구단의 제시액을 받아들였다. 그의 연봉은 지난해 8500만 원에서 100% 올랐다. 연봉이 두 배 올랐지만 인상액은 8500만 원으로 1억 원에 못 미쳤다. 그는 "윈셰어(승리 기여도) 점수를 통해 나온 액수라고 들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LG는 승리 기여도 50%와 구단 고과 50%를 반영해 연봉을 책정한다. 연공 서열과 기존 고과의 반영 비율을 반으로 줄이고 이기는 경기에서 잘한 선수에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성적을 낸 선수는 팍팍 오르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팍팍 깎인다. 또 팀 승리가 많을수록 연봉 총액이 커지는 게 특징이다. LG는 지난 시즌 74승을 거둬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전년보다 17승을 더 올려 선수들이 가져갈 몫이 커졌다. 지난 시즌 맹활약한 LG 선수들은 팀이 부진했을 때 연봉 삭감의 기제로 작용한 신연봉제가 대박을 안겨줄 것으로 믿었다. 2012시즌 9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연봉이 거의 반토막난 이동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작년 LG의 필승 계투였다. 마무리 봉중근과 함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64경기에 나와 6승3패1세이브 25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홀드 부문 2위에 올랐다. 유원상이 다치고 정현욱이 부진했을 때도 그는 연투를 마다하지 않고 팀에 헌신했다. 그가 던진 72이닝은 홀드 10위 안에 든 선수 중 가장 많았다. 10승 이상을 거둔 선발 우규민 류제국과 함께 연봉 잭팟이 예상됐다. 이동현의 연봉 1억7000만 원은 그가 다른 팀이었다면 이견이 없는 액수일 수 있다. 그와 보직 및 연차가 비슷한 삼성 안지만(31)이 2010년 92이닝을 던져 9승9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2.74를 기록하고 8000만 원 오른 1억7000만 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LG는 8개 구단과 연봉 산정 방식이 다르다. 올 겨울 넥센과 롯데, 두산이 통큰 협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성과주의를 가장 철저하게 적용한 것은 LG의 신연봉제였다. 이동현을 비롯한 몇몇 LG 선수들은 깎을 때 확 깎았으면서 올려줘야 할 땐 확 올려주지 않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 넥센 한현희(21)는 5승1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하고 7500만 원 오른 1억2500만 원에 계약했다. 한현희와 성적이 엇비슷한 이동현의 인상액이 고작 1000만 원 많다. 실제로 2011시즌 신연봉제 도입 이후 4년 동안 최대 인상액은 8700만 원, 최대 삭감액은 4억5000만 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 LG 팬들은 신연봉제가 보여준 파격이라면 이동현의 연봉이 2억 원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공헌한 만큼 두둑한 보상을 해주는 게 맞다고 한다. 연봉 책정 시스템이 다른 타구단의 선수와 비교는 이치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LG 구단도 고민이 깊다. 연봉 총액이 커지긴 했지만 잘한 선수가 그만큼 늘어나 눈높이를 다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 구단 안팎에선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출발일인 15일까지 진통이 계속 될 거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동현은 "부모님께서 '우리 아들 팔 빠져라 던졌는데'라며 서운해 하시더라. 제 손으로 사인한 거지만 부모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든 원칙과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게 보상 문제이다. 딜레마에 빠진 LG가 신연봉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어나고 있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2014.01.07 0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