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1번 아냐?' 이정후가 22번 단 이유, "후배 위해" 통큰 양보…조아제약 시상식 약속 지켰다
"후배들도 자기 번호 달고 국가대표 뛰어봐야죠."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신 타이거스와의 공식 평가전. 이날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의 등번호는 다소 생소했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까지, 늘 '51번'을 고수해 온 그가 이번 평가전에서는 '22번'을 등에 새기고 그라운드에 나섰기 때문이다.이정후는 평가전뿐만 아니라 WBC 본 대회에서도 22번을 달고 뛴다. 등번호 변경은 지난 2월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이미 예고된 바 있으나, 이정후가 실제 22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모습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힌트는 지난해 12월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 시상식 인터뷰에 있었다. 지난해 12월 본지와 조아제약이 주관하는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이정후는 MLB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수상 후 이정후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등번호 욕심이 없다"라고 운을 뗀 뒤, "후배가 대표팀에서 자기 번호로 뛰는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말한 '후배'는 문현빈(한화 이글스)이었다. 문현빈도 소속팀에서 51번을 달고 뛰고 있다. 두 선수가 국가대표에서 만난다면 이정후와 등번호가 중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정후는 "(등번호 선택권은) 보통 선배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나이대의 후배들은 자기 번호를 한 번도 못 달고 국가대표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를 대표하는 번호를 달고 국가대표로 경기를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안다. 난 이미 그 경험을 해봤으니, (문)현빈이도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애착이 깊은 등번호를 흔쾌히 양보했다.등번호는 어색했지만, 실력은 그대로였다. 이날 이정후는 1회초 김도영의 내야 안타로 만든 기회에서 시원한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안현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귀중한 추가 득점을 올렸다. 한국 대표팀은 이정후의 활약 속에 3-3 무승부를 거두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와 동료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슴에 새겨진 'C(Captain)', '주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윤승재 기자
2026.03.02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