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1군 '왼손' 불펜만 최대 5명, 옥석 가리는 키움의 행복한 고민
키움 '왼손' 불펜 라인이 더 풍성해졌다. 지난해 키움은 리그 최강 불펜을 자랑했다. 사상 첫 '시즌 40홀드' 금자탑을 쌓은 주장 김상수(32)를 축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3.41로 1위였다. 이번 겨울엔 변수가 있었다. 이보근(현 KT) 이 2차 드래프트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부진하긴 했지만 이보근은 통산 470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여기에 통산 104홀드를 기록 중인 한현희(27)가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자칫 불펜의 중량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선수층은 탄탄하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왼손'이다. 양과 질 모두 평균 이상이다. 우선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 오주원(35)이 잔류했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계약이 완료될 정도로 협상에 진통이 있었지만, 팀을 떠나지 않았다. 오주원은 최근 3년 동안 36홀드, 20세이브를 올린 전천후 왼손 계투다. 상황에 따라 롱릴리프나 마무리 투수도 가능하다. 김성민(26)도 건재하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50경기 평균자책점 2.56)을 보낸 김성민은 오주원과 함께 승부처에 낼 수 있는 왼손 불펜으로 성장했다. 손혁 감독은 "오주원은 제구와 (오른손 타자 기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던지는 체인지업이 좋다. 성민이도 마찬가지다. 둘 다 삼진 볼넷 비율도 좋다. 시즌이 시작되면 컨디션 나은 선수가 먼저 나가면 될 거 같다"고 했다. 이영준(29)도 쓰임새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군에 데뷔한 이영준은 2년 동안 12경기 출전에 그쳤다. 1군에서 주목하는 자원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해 29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선 4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제로(2⅔이닝 무실점)로 더 큰 임팩트를 보여줬다. 키움이 발견한 원석이었다. 오주원-김성민-이영준으로 이어지는 왼손 계투라인은 다른 팀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2명이 추가됐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 지명을 받은 윤정현(27)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마이너리그 유턴파'인 윤정현은 지난해 2군(퓨처스) 북부리그 평균자책점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만 1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었고 코칭스태프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손혁 감독은 "윤정현은 왼손 타자를 상대로 훨씬 잘 던진다. 시즌을 소화하다가 왼손 타자가 많은 팀을 만나면 엔트리에 넣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김재웅(22)도 히든카드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에 지명된 김재웅은 지난해 2군에서 인상적인 기록(24경기 평균자책점 3.13)을 보여줬다. 선발과 마무리를 모두 경험했다. 최근 자체 청백전에서 꾸준하게 기회를 잡으면서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손혁 감독은 "윤정현과 김재웅은 관중이 있거나 다른 팀을 상대할 때도 (지금처럼) 똑같이 던진다면 고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개막전이 무기한 연기돼 '무관중 자체 청백전'만 치르고 있다. 만원 관중이나 상대팀을 상대하는 건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윤정현과 김재웅이 이 압박감마저 극복한다면 키움 불펜은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1군 왼손 불펜 후보만 최대 5명이다. 손혁 감독은 "왼손 투수가 많아서 고민은 된다"고 했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 행복한 고민이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4.06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