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코리안좀비에게 진 댄 이게, 그가 심리상담까지 받았던 이유
“코리안 좀비와 경기는 내게 큰 시련이었다. 심지어 정신적인 문제까지 찾아왔다.”미국 종합격투기 UFC 페더급 파이터 댄 이게(31·미국)는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다. 2021년 6월 UFC 대회에서 ‘코리안좀비’ 정찬성과 맞붙었던 주인공이었다. 당시 정찬성과 메인이벤트로 맞붙었던 이게는 5라운드 내내 나름 치열한 승부를 펼쳤지만,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이게는 필자와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정찬성과 당시 경기를 돌아봤다. 단순히 1패 이상 의미를 갖는 패배였다. 파이터로서뿐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큰 영향을 미쳤다. 파이터로서 자신만만했던 그에게 정찬성은 높은 벽이었다. 자신을 지탱했던 자신감이 무너졌다.그전까지 연패를 몰랐던 이게는 정찬성에게 패배를 맛본 후 3연패 늪에 빠졌다. 당시 8위였던 UFC 페더급 랭킹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가장 큰 위기가 이게에게 찾아왔다.
“코리안좀비와 경기를 치른 것은 내게 영광이었다. 난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를 동경해 왔다. 그와 케이지를 함께 나눴다는 것은 너무 좋은 일이었다. 다만 정말로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좀비의 경기 운영(레슬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내 게임 플랜은 좀비와 타격으로 맞붙어 그를 넉아웃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좀비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고 결과는 완패였다.”정찬성과 경기는 이게가 아빠가 되고 나서 치른 첫 경기였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정말 컸다고 한다. 정찬성에게 패한 뒤 가족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자책감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경기에서 연패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정말 힘들었던 시기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했다. 그래서 스포츠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았다. 상담을 통해 나 스스로 마음을 더 오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전에는 내 마음을 감추려고 했지만 이후 형제, 가족,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확실히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됐다고 말할 수 있다.”이게는 올해 1월 데이먼 잭슨(35·미국)을 2라운드 펀치 KO로 누르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승리 방식이었다. 파이터에게 승리는 모든 병을 낫게 만드는 만병통치약이다. 이게도 모든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22개월 만의 승리였다. 언제 이런 적이 있었나 싶었다. 열심히 훈련하고, 몸 관리도 더 신경을 썼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기를 준비했고, 다시 이길 수 있었다.”이게는 4개월여 만에 다시 경기에 나선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11일 열리는 UFC 289 대회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한다. 상대는 최근 3연승 중인 베테랑 파이터 네이트 랜드웨어(35·미국)다. 이게와 같은 타격가 스타일이라 재밌는 경기가 기대된다.“이번 경기가 너무 기대된다. 상대는 화끈하면서도 영리한 파이터다. 게다가 약간 ‘크레이지’하기도 하다. 그래도 난 싸움을 걸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맞설 준비가 돼 있다. 정말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너무 경기가 기다려지고 흥분된다.”정찬성과 경기 당시 이게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하와이 출신이지만 그는 아시아계다.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건너온 이민자다. 쿼터 제패니스인 셈이다. 그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고 했다.“아시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은 내게 특별한 일이다. 할아버지 나라인 일본을 가본 적은 없다. 난 하와이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항상 아시아인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나를 응원해 주는 팬들이 많다고 들었다. 항상 감사드리고 이번에 멋진 경기를 선물하고 싶다. 기대해달라.”
2023.06.09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