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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뉴삼성' 도약 위한 ARM 인수, 이재용이라면 해낼까

경영 족쇄를 벗고 '뉴삼성' 도약을 가속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국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의 '키'인 현지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인수 추진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흔들 '세기의 딜'이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부회장의 결단에 회사의 운명이 달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멕시코와 파나마 등을 차례로 방문하고 16일 영국에 도착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과 해외 현장 경영을 병행하고 있다. 이날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앞서 이 부회장이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ARM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와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현재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대부분(90% 이상)은 ARM 설계를 기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물론 미국 퀄컴과 애플 등 주요 브랜드가 ARM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 왕좌를 노리는 삼성전자에게 ARM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매물이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AP는 퀄컴, CPU(중앙처리장치)는 인텔,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5년 4773억 달러(약 665조원)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 달러)의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기존 산업이 고도화하는 시기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확대하고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려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올해 드러내기도 했다. ARM 인수가는 적어도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가 올해 2월 ARM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400억 달러(55조7400억원)의 가치를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125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정적 여건이 받쳐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앞에 두 개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엔비디아의 인수가 불발된 것은 인수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미국·영국·중국·유럽연합(EU) 등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서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할 때도 마지막 관문인 중국의 승인을 가까스로 얻은 바 있다. 국가 핵심 경쟁력이나 마찬가지라 눈치 싸움이 치열한 만큼, 인텔과의 파트너십 등 연합전선 구축 전략에 힘이 실린다. 다음으로 넘어야 할 산은 ARM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다. 올해 4~6월 30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봤는데, 이는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분기 손실이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선제 투자한 기술·성장주의 가치가 급락한 것이 원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거래가 무산된 이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어 매각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9.20 07:00
산업

최태원 '반도체 승부수', 삼성과 세계 2강 굳힐 수 있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승부수’를 통해 SK를 재계 2위까지 끌어올렸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로 꼽고 있고, 그중 반도체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1위 삼성전자와 메모리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성장하는 등 그룹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최태원 승부수, SK하이닉스 그룹 매출 1위 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SK하이닉스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석유화학 업종을 넘어서며 그룹 내 매출 1위 핵심 계열사가 됐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7조원에서 2020년 32조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매출 42조9978억원(영업이익 12조4103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76개 SK그룹 계열사 중 매출 1위인 SK하이닉스는 올해도 호조의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매출을 전년 대비 39% 증가한 14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2년 연간 매출액 59조4000억원, 영업이익 14조4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매출 60조원에 육박하는 등 전년 대비 매출액의 38% 이상 성장세가 전망되는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5월 발표한 SK그룹의 5년 투자 계획에서도 SK하이닉스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SK는 2026년까지 247조원 투자 계획 중 반도체와 소재 분야에 142조2000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최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클러스트 외에도 청주 반도체 공장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용인 클러스터와 별개로 회사의 중장기 투자계획으로 청주 신규 팹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지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5년간 63조3000억원 투자액을 보면 최 회장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6조원 수준이었던 연간 투자액이 2017년 10조3000억원으로 증가했고, 2018년 17조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3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물량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대 규모 M&A, ‘램과 낸드 플래시’ 양날개 구축 현대 사회에서 ‘반도체=전자산업의 쌀’ 또는 ‘반도체=안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강대국들은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태원 회장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는 10조원이라는 역대 그룹의 최대 규모 M&A를 통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인수 1단계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공고히 지켜왔다. 트렌드포스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글로벌 시장 부문에서 SK하이닉스가 27.3%, 삼성전자가 43.5%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렇지만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에서 D램에 비해 낸드 플래시의 점유율이 떨어져 고민이었다. 이로 인해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합병을 추진했고, 낸드 플래시 시장점유율을 2021년 3분기 13.5%에서 2022년 1분기 18%까지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의 인수로 낸드 플래시 부문에서 도약했다”며 “D램과 낸드 플래시 양날개를 구축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작년 10월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키파운드리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 능력은 2배(1조3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매출 규모는 전체 2% 수준이라 아직 미미하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을 메모리 반도체처럼 키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1위 삼성과 격차 큰 2위…"수율·효율성 극대화 관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지만 ‘양강 체제’라고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따른다. 표면적으로 1, 2위라고 하지만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2022년 1분기 기준으로 양사의 격차는 D램 16.2%, 낸드 플래시 17.3%다. 낸드 플래시의 경우 점유율 차가 2배에 가깝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도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WDC), 마이크론 등 상위 5개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점유율에서 키옥시아 18.9%, WDC 12.5%, 마이크론 10.9%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론과 WDC가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압도적으로 앞서있는 수준이다. 인텔 등을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점유율 유입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 경쟁력에서도 삼성전자가 앞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도 기술력은 뒤처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개발했다. 또 D램 대비 칩당 용량이 24Gb로 향상됐다. 24Gb DDR5 제품에는 10나노대 4세대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HBM3 D램도 개발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사용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DDR5와 HBM3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이라 앞으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술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하이닉스는 현재 10나노대 5세대 D램(12~13나노)과 낸드플래시 238단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은 회로 선폭이 가늘수록, 낸드플래시는 셀을 더 많이 쌓을수록 메모리 성능이 좋아진다. 현재는 14나노 D램, 176단 낸드플래시가 가장 앞선 공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적으로 양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앞선 기술이라고 해도 반도체 수율과 효율성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초협력을 통한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미래 방향성을 정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국경과 산업의 벽을 넘어 경쟁력 있는 파트너라면 누구와도 힘을 합쳐 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07.08 07:01
산업

SK 핵심 동력·투자·가치, 에너지 아닌 반도체로 중심 이동

SK그룹이 미래의 핵심 동력으로 'BBC'를 강조하고 있다. BBC는 반도체(Chip)와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를 뜻한다. 그중 C인 반도체에 단연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매출 무게 중심이 에너지에서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SK에너지가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SK그룹 관계자가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SK에너지의 매출에 따라 그룹의 매출 규모가 20조~30조원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최근 176개의 SK그룹 계열사 중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이 그룹 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은 2019년 27조원에서 2020년 32조원 수준으로 성장하더니 지난해 매출은 43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SK에너지는 2020년 20조1600억원에서 2021년 29조5971억원을 기록했다. SK에너지는 올해 유가 상승 등으로 정제 마진이 대폭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SK그룹의 영업이익 성적표를 보면 SK하이닉스가 SK에너지보다 높게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영입이익이 1조5352억원에 달했던 반면 SK에너지는 9087억원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의 가치는 SK그룹이 발표한 사회적 가치(SV)에서도 부각되고 있다. SK가 지난 5월 발표한 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액 중 SK하이닉스가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2021년 SK그룹의 18조4000억원 중 SK하이닉스는 9조4173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2020년 4조8887억원 대비 93%나 급등했다. 특히 경제 간접 기여성과에서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김윤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2019년부터 4년째 사회적 가치 성과를 발표하며 투명하게 소통하고 있다. 회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중장기 목표인 ‘SV 2030'의 실행력을 높이고 ESG 경영을 강화해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발표한 SK그룹의 5년 투자 계획에서도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분야 투자가 돋보인다. 2026년까지 247조원 투자 계획 중 반도체와 소재 분야에 가장 많은 142조2000억원을 쏟아붓는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4곳을 증설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성할 예정이다. 10일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2022 SK 글로벌 포럼’에서도 SK그룹의 반도체 성장전략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 SK하이닉스와 SK실트론은 반도체와 소재 분야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그룹 미팅을 개최한다. 반도체 전문가를 초청, D램과 낸드플래시, SoC(시스템 온 칩)와 패키징 분야의 최근 기술 및 R&D 동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뒤 SK와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뒤 새너제이에 낸드 사업을 지속할 자회사(솔리다임)를 설립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R&D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미국 내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대기업집단 순위(공정자산 기준)에서 처음으로 국내 2위에 올랐다. 여기에도 SK하이닉스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반도체의 호황으로 매출이 11조원 상승했고, 인텔 낸드사업부(10조원)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자산 21조원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SK그룹 반도체 계열사의 자산가치는 2012년 21조원에서 2021년 89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SK그룹은 291조9690억원으로 현대차(257조8450억원)를 따돌리며 삼성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6.09 07:01
산업

주력 수출품 '반도체 파워'…5대 그룹 재계 순위도 좌우

한국의 주력 수출 사업의 ‘반도체 파워’에 따라 재계 순위가 결정되고 있다. 28일 업계에서는 SK가 현대차를 따돌리고 재계 순위 2위로 올라선 건 반도체의 힘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K는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에서 자산총액 291조9690억 원으로 삼성(483조9190억 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57조8450억 원으로 3위로 떨어졌다. 공정위 집계에서 자산 기준 1~5위 재계 순위가 바뀐 건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SK는 SK하이닉스 인수로 그룹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고, 반도체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현대차를 따돌리고 재계 2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매출 증가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에 따라 SK하이닉스 자산은 20조9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SK하이닉스는 총 90억 달러(약 11조 원)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사업 인수에 필요한 1단계 절차를 마쳤고, 2025년 3월 인수계약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는 지난해 국내 기업이 투자한 액수 중 단일규모로는 가장 컸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224개 국내 기업의 R&D 투자액을 조사한 결과 60조3675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22조5965억 원으로 단연 1위다. 2위 SK하이닉스 투자액 4조448억 원의 5배가 넘었다. 1·2위를 차지한 기업 모두 반도체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매출 증대 등의 성과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상품인 메모리반도체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28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은 매출 77조8000억 원, 영업이익 14조1000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 18.95%, 5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으로 2018년(15조6000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8조5000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직전 분기(8조8000억 원)보다는 흑자 규모가 줄었지만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이다. 이처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로 전환됐는데 올해 1분기 가격 하락 폭이 시장의 예상보다 제한적이어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 영업이익 8조5000억 원 중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영업이익은 7조50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4.29 07:05
생활/문화

진격의 박정호…인텔 낸드 품자 SK스퀘어도 날았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사실상 확정 지으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패권 경쟁을 가속한다. 시장 기대감에 지난달 출범한 모회사 SK스퀘어의 주가도 오름세다. M&A(인수·합병) 전문가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부회장의 아웃리치(대외접촉)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전날 중국 다롄 자회사에 5조386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또 미국 낸드프로덕트솔루션과 다롄에 각각 1조3512억원, 3조977억원을 현금 출자한다. SK하이닉스는 "자산·영업·IP(지적재산권)·중국 펩(생산시설) 자산의 인수 대가 및 운영자금 제공에 필요한 출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치우친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10월 인텔 낸드 사업을 약 10조원에 양수한다고 발표했다. 시장 독점을 우려해 심사에 나선 8개국 가운데 중국의 판단이 관건이었다. 그러다 지난 22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국(SAMR)은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 인수를 승인했다. 당초 중국이 자국 기술 제재에 나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몽니를 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다롄의 인텔 낸드플래시 공장을 출혈 없이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수 건과 별개이지만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투자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일본 키옥시아가 점유율 각각 34.5%, 19.3%로 1,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3.5%로 3위에 올랐는데, 인텔의 점유율 5.9%를 흡수하면 근소한 차로 단숨에 2위를 꿰차게 된다. 이번 성과에는 박정호 부회장의 땀이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박 부회장은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서 중국 정부와 현지 관계자들을 오랜 기간 설득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구체적인 출장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중국판 다보스'로 불리는 경제 국제행사인 보아오포럼에도 매번 참석해 정·재계 네트워크를 쌓았다. 핵심 자회사의 시장 확장에 맞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SK스퀘어의 주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투자 전문 회사 SK스퀘어는 시초가가 기준가보다 높게 형성된 탓에 이달 중순까지 조정 기간을 거치며 주가가 7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다 지난 22일까지 1주일 동안 16% 넘게 오르며 6만원대로 복귀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12.24 07:00
생활/문화

"국감이 문제냐" 미국행 SKT 박정호, 반도체 지키기 총력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하반기 산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국회 국정감사까지 뒤로 하고 급히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탈통신을 이끌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를 지키기 위해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대표는 10일간의 일정으로 지난주에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공급 부족을 이유로 각종 기밀을 요구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SK텔레콤은 현지 미팅 계획 등 세부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 삼성·SK에 반도체 핵심 자료 요구 백악관과 상무부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올해 3번째 반도체 대책회의를 열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전 세계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반도체가 수요를 맞추지 못해 자동차와 노트북,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여러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는 등 판매가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글로벌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 전망을 당초 제시했던 9%에서 6%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몇몇 스마트폰 업체와 공급사는 2분기부터 주문의 80%만을 공급받는 등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었으며, 3분기에는 더욱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 업체의 90%가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하반기 출하량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미 정부가 기업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현지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상무부는 생산자·소비자·중개자 등 공급망 모든 부분의 재고와 수요, 배송 체계에 대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도록 요청했다"며 "목표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위치를 이해하고 수량화하는 것이다"고 했다. 러몬도 상무장관은 45일 안에 RFI(자료요청서)에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사재기와 같은 시장 교란 행위도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 출범 앞두고 악재…직접 해결 의지 이에 박정호 대표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통신사와 투자사로 회사를 쪼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악재를 만났다. SK텔레콤은 오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인적분할 계획을 확정한다. 이어 11월 1일 존속회사인 SK텔레콤과 신설회사 SK스퀘어로 공식 출범한다. SK스퀘어의 지휘봉은 박정호 대표가 잡는다. SK스퀘어는 '글로벌 ICT 투자전문기업'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ICT 영역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NAV)를 현재의 3배인 75조원 규모로 끌어올린다는 포부를 밝혔다. SK스퀘어는 반도체를 비롯해 앱마켓(원스토어)·커머스(11번가)·융합 보안(ADT캡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품는다. 그중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의 역할이 막중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통계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D램 시장점유율은 27.9%로 삼성전자(43.6%)에 이어 2위다.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2.3%로 삼성전자(34.0%), 키옥시아(18.3%), 웨스턴디지털(14.7%)에 이어 4위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작업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마지막 관문인 중국의 기업결합 심사만 통과하면 6.7% 점유율을 추가 확보해 단숨에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처럼 앞길이 밝았던 반도체 사업이 예상치 못한 벽을 마주하자 박 대표가 직접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아웃리치(대외접촉)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반도체 영업기밀 유출 우려를 전달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자료 제출 거부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향후 미국 정부가 경영 활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10.07 07:00
생활/문화

SKT도 국민주 합류…어깨 무거워진 '믿을맨' 박정호

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이 통신·투자사로 회사를 쪼개고,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거듭난다. 소액주주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가 상승을 이끌어야 하는 '믿을맨'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SK텔레콤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존속회사)과 SKT신설투자(가칭, 신설회사)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일에 존속회사와 신설회사를 출범한다. 인사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신설회사 대표는 박정호 대표, 종속회사 대표는 유영상 MNO(이동통신) 사업대표가 유력하다. SK텔레콤은 주주 접근성을 강화하고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통주 1주당 가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을 하기로 했다. 32만8000원(10일 종가 기준)인 SK텔레콤 1주는 변경상장(존속회사) 및 재상장(신설회사)이 이뤄지는 11월 29일에 6만5600원인 5주가 된다. 여기에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6대 4의 비율로 분할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주주는 3만9360원의 종속회사 주식 5주, 2만6240원의 신설회사 주식 5주를 보유하게 된다. 액면분할은 1주당 가격이 너무 높아 매입을 망설이는 소액주주를 끌어모으는 효과가 있다. 이미 SK텔레콤은 2000년 4월 1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단행한 적이 있다. 1주당 400만원까지도 치솟은 '황제주'였다가 곧바로 30만원대로 가격이 내려갔다. 액면분할 한 달 뒤 약 14%, 두 달 뒤 약 20%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흥행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이 잇따라 1주당 가격을 하향 조정하며 진입 문턱을 낮췄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로, 2018년 5월 50대 1 비율로 액면분할해 1주당 가격이 200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높아 주식을 매입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215만명을 돌파했으며, 미성년 주주는 5년간 90배 늘었다. 덕분에 지난 3월 주주총회장에 초등학생 주주가 엄마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두 번째 액면분할이 무조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SK그룹 안에서 '전략가' '믿을맨'으로 통하는 박정호 대표의 향후 사업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박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문가다. 2011년 현대전자가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 실무를 담당했으며, 2018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 투자 때도 일본에서 협상을 주도했다. 최근 정부가 승인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과정에서도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인적분할을 공식화한 지난 4월 이후 10% 이상 올랐다. 이미 통신 시장이 포화한 만큼, 존속회사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반도체를 비롯해 미디어, 커머스 등 신사업에 역량을 쏟는 신설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 주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다"며 "주총 일정을 고려한 투자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6.11 07:00
경제

'최태원 승부수'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 승인 가속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및 SSD 사업부문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 인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M&A 승부수로 꼽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및 SSD 사업부문 인수를 승인했다. 공정위는 "낸드플래시와 SSD 시장에서 양사의 합계 점유율이 높지 않고 해당 시장에는 점유율 30%가 넘는 1위 사업자 삼성이 존재한다"며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2위 사업자지만 삼성·마이크론 등 다른 SSD 제조업체도 D램을 공급하고 있어 기업결합을 하는 회사가 SSD 제조업체에 '구매선'을 봉쇄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및 SSD 사업 부문(중국 다롄 공장)을 약 10조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맺고 올해 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 영업양수로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부진한 낸드플래시 부문을 보강하고, 인텔은 전체 매출액의 10% 미만에 불과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받았다. 미국, 유럽, 한국을 포함해 8개 경쟁당국의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이 기업결합이 완료된다. 또 SK하이닉스는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 미국에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판을 위해 세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첫 번째가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다. 그리고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인수하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번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로 SK하이닉스는 업계 1위 삼성전자 추격에 고삐를 당기게 됐다. 두 번의 승부수 모두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합병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반도체 시장은 미래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글로벌 반도체 사업자 간 기업결합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면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사안은 신속히 승인해 시장구조 재편이 원활히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27 11:26
경제

최태원 회장 최측근 박정호 SKT 사장, 하이닉스 부회장도 겸직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승진했다. 통신기업인 SK텔레콤 사장을 하면서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 최고 경영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서 주목된다. SK그룹은 3일 2021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박 사장을 SK하이닉스 부회장도 겸하도록 했다. SK그룹 측은 박 부회장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이면서 인수합병(M&A)의 전문가라는 점을 인사 배경으로 꼽는다. 박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그룹의 최고 M&A 해결사로 꼽힌다. 그는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뒤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박 사장은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고, 2017년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서도 최 회장의 일본 출장에 동행하는 등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최근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할 당시 이석희 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중대 현안을 결정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인텔 출신의 이석희 사장이 하이닉스의 낸드 부문 강화를 위해 초기에 인텔 측과 접촉하며 인수 타당성을 검토했으며, 이후 박 부회장이 도와 M&A 실무를 지원했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하이닉스 경영의 지원군으로 투입된 것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하이닉스 성장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봤다. 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낸드 부문 역시 인텔의 사업부 인수로 글로벌 2위 도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확고한 2위 자리를 지키면서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박 부회장이 SKT와 하이닉스를 직접 지휘하며 글로벌 AI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SK측은 박 부회장과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이 SK하이닉스 사장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융·복합화가 심화하는 ICT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SK ICT 패밀리사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0.12.04 07:01
경제

최태원, 역대 국내 최대 M&A 규모 '오버 베팅'으로 삼성전자 추격 고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텔 메모리 사업 10조 원대 인수'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승부수로 또 한 번의 ‘게임 체인저’를 예고했다. 지난 2012년 3조4000억원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던 최 회장은 8년 만에 3배 이상 규모를 베팅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반도체의 아버지’ 인텔을 품은 SK하이닉스는 최근 통 큰 투자로 초격차 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글로벌 1위 삼성전자 추격에도 고삐를 당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일 공시를 통해 미국 인텔의 메모리 사업 낸드 부문을 90억 달러(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6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할 때 썼던 80억 달러(약 9조원)를 뛰어넘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이사회 의결도 마무리했다. 인수 부문은 인텔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D램과 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만든 인텔의 기술력을 품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SK하이닉스는 D램에 이어 낸드 부문도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글로벌 2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9.9% 5위권이었다. 하지만 9.5% 점유율을 가진 인텔을 품으며 낸드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보면 인텔(11.5%)과 SK하이닉스(11.4%)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22.9%까지 올라간다. 특히 인텔의 강점인 기업용 SSD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 등극도 점쳐지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 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SK하이닉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램에 편중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의 포트폴리오도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의 사업비중은 올해 2분기 기준 D램이 72%에 달하지만 낸드는 2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D램과 낸드 매출을 6대 4로 맞추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128단 4D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괄목할만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어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낸드플래시는 컴퓨터와 모바일 저장 장치인 SSD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로,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빅데이터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 인텔은 올해 상반기 낸드 부문 매출액 28억 달러(약 3조2000억원), 영업이익 6억 달러(약 7000억원)로 양호한 실적을 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라인에 18조원, 중국 시안 메모리 반도체 라인에 17조원을 투자하며 초격차를 위한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에 맞서는 SK하이닉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M&A로 맞불을 놓으며 추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키옥시아의 전신인 도시바 메모리 부문에 4조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의 인수 적정금액은 60억~80억 달러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 회장은 시장 평가를 웃도는 90억 달러를 베팅했다. 게다가 인텔 내부에서는 최근 AMD 등 경쟁사에 밀려 고전하는 낸드 부문을 ‘버리는 카드’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낸드 부문은 공장 등 모든 인프라가 중국에 있어서 사실상 ‘무늬만 인텔’ 사업을 인수한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며 "최 회장이 시장가보다 오버 베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인 요인 때문인지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73% 떨어진 8만5200원으로 마감됐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10.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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