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9번’ 손흥민-‘17번’ 이청용, 월드컵 최다골 등번호 영예 이어갈까
'슈퍼 소닉' 손흥민(22·레버쿠젠)과 '블루 드래곤' 이청용(26·볼턴)이 '최다골 등번호'의 영예를 이어갈까.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본선 32개국의 최종엔트리 등번호를 1∼23번으로 제한한다. 골키퍼는 반드시 1번을 달아야 한다. 나머지는 제한이 없다. 전통적으로 주공격수는 9번과 10번, 발 빠른 측면 공격수는 11번, 수비진은 낮은 번호를 단다. 펠레(74·브라질)와 디에고 마라도나(54), 리오넬 메시(27·이상 아르헨티나)의 등번호 10번은 팀의 에이스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데이비드 베컴(39·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가 값어치를 높인 7번도 간판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한국축구대표팀의 경우 최근 은퇴한 박지성(33)이 달았던 7번은 그가 후계자로 지목한 김보경(25·카티프시티)에게 돌아갔다. 원톱 공격수 박주영(29·왓퍼드)은 세 번째 월드컵에서도 변함없이 주포를 상징하는 10번을 단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45) 감독의 등번호 20번은 중앙수비수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물려 받았고, 넘버원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1번은 정성룡(29·수원)의 몫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출전해 골을 넣은 일곱차례 월드컵에서 몇 번 선수가 가장 많은 골을 넣었을까. 공격수의 상징 '9번'이 4골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예상 외로 '17번'이 4골로 공동 선두다. 최순호(1986년)와 황보관(1990년), 설기현(2002년), 안정환(2006년)이 꿈의 무대에서 9번을 달고 골망을 흔들었다. 허정무(1986년)와 하석주(1998년), 이청용(2010년 2골)은 17번을 새기고 골맛을 봤다. 6번·10번·18번·19번·20번이 2골씩으로 뒤를 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9번과 17번은 양 날개 손흥민과 이청용이 단다. 손흥민은 존경하는 대선배 차범근(61)의 11번을 선호했지만, 선배 이근호(29·상주)에게 양보했다. 손흥민 측근은 "손흥민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11번을 달았다. 분데스리가 레전드 차범근의 뒤를 잇겠다는 각오를 담은 번호"라며 "아쉽긴 하겠지만 문제는 없다. 레버쿠젠에서도 팀 동료 슈테판 키슬링(30)이 11번을 가져가 7번을 달고 뛴다"고 전했다. 이근호는 2007년 축구대표팀에 뽑혀 처음 달아 애착이 있는 11번을 받았다. 이청용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같은 17번이다. 생애 첫 월드컵에서 2골을 기록한 '행운의 번호'다. 이청용은 FC 서울과 볼턴을 거치면서 소속팀에서는 줄곧 27번을 달았다. 8차례 월드컵에서 넣은 포지션별 골은 미드필더(14골), 공격수(9골), 수비수(5골) 순이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주도자가 아닌 도전자 입장이었다. 안방에서 열린 2002년 대회를 제외하면 16강이 최고 성적이다. 객관적 전력상 공격축구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팀이 아닌, 수비를 강화하다 역습이나 세트피스로 골을 넣는 팀이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골이 많은 이유다"며 "이번 대표팀 주 공격 루트도 강력한 중원 압박 후 공격 4인방이 역습을 펼치는 형태다. 미드필더 손흥민은 빠른 속도감과 강력한 슈팅을 지녔고, 이청용은 골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0골을 터트렸다. 한국 선수가 유럽 빅리그에서 2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건 차범근 이후 28년 만이다. 또한 손흥민은 작년 6월 출범한 홍명보호 최다득점자(4골)다. 아이티(2골), 말리, 그리스의 골망을 갈랐다. 반면 이청용은 골보다 어시스트가 많다. 프로 통산 29골의 배에 가까운 48도움을 올렸고, 태극마크를 달고도 6골보다 많은 11도움을 기록 중이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 역할을 한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고, 지난해 11월 스위스전에 결승골을 뽑아냈다. 올 시즌 소속팀 최종 2연전에서 연속골을 넣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9번 손흥민과 17번 이청용이 역대 최다골 등번호의 영광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쿠이아바=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14.06.18 01:22